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가 삼성전자와 LG전자, 현대차그룹 등이 투자한 캐나다 반도체 스타트업 텐스토렌트(Tenstorrent)에 7억 달러(약 9800억원)를 투자하기로 했다. 텐스토렌트는 ‘반도체의 전설’로 불리는 짐 켈러 최고경영자(CEO)가 이끄는 기업으로 기업 가치는 26억 달러(약 3조6500억원)가량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 회사는 인공지능(AI) 반도체 분야 선두 주자인 엔비디아의 아성에 도전하고 있다.
텐스토렌트는 개방형·저전력 반도체 설계자산(IP)인 RISC-V(리스크-파이브) CPU(중앙처리장치)와 AI 알고리즘 구동에 특화된 IP인 텐식스(Tensix) NPU(신경망처리장치)를 활용해 세계적인 고성능 컴퓨팅(HPC) 반도체를 설계할 수 있는 기술 역량을 갖췄다고 평가받는다.
블룸버그는 2일(현지 시각) 한국의 AFW 파트너스, 삼성증권 등이 텐스토렌트에 대한 투자 유치를 주관하고 있고, 베이조스 창업자가 LG전자, 피델리티 자산운용 등과 함께 켈러 CEO의 계보와 AI 기술 분야 붐에 베팅했다고 보도했다.
베이조스의 투자금은 텐스토렌트의 엔지니어링팀과 글로벌 공급망 및 거대 인공지능 훈련 서버 구축 등에 사용된다고 이 매체가 전했다.
외신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텐스토렌트에 3억 달러 이상 투자를 주도하고 있으며 피델리티 자산운용, 현대차그룹과 함께 LG전자도 신규 투자자로 참여한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8월 산하 전략혁신센터(SSIC)가 운영하는 삼성카탈리스트펀드(SCF)를 통해 1억 달러 투자를 공동 주도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10월에 텐스토렌트의 차세대 AI 칩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업체로 선정됐다.
LG전자는 텐스토렌트와 협력해 TV와 기타 제품용 반도체를 개발했다. 현대차·기아도 지난해 텐스토렌트에 5000만 달러를 투자했다. 현대모비스는 올해 초 주총에서 텐스토렌트의 키스 위텍 최고전략책임자(COO)를 사외이사로 선임했다.
텐스토렌트는 2016년 반도체 설계 전문(팹리스) 스타트업으로 출발했다. 켈러 CEO는 애플 아이폰에 쓰이는 'A칩', AMD의 PC용 CPU '라이젠' 등 고성능 반도체 설계를 주도해 반도체 설계 분야의 전설로 불린다.
텐스토렌트의 첫 반도체 칩은 글로벌 파운드리스가 생산했으나 다음부터는 삼성전자와 대만 TSMC가 생산한다. 삼성전자와 TSMC는 내년부터 대량 생산에 돌입하고, 오는 2027년부터는 최첨단 2㎚(나노미터·1㎚는 10억분의 1m) 반도체를 생산하려고 일본 라피더스와 협의를 시작했다고 블룸버그가 전했다.
라피더스는 일본 정부 주도로 2022년 11월 설립된 반도체 업체로 토요타 자동차, NTT, 소니 그룹 등 일본 대기업 8개사가 출자했다. 라피더스는 일본 정부로부터 전폭적인 지원을 받고 있으며 2㎚ 반도체를 2025년 시험 생산 후 2027년부터 양산한다.
일본 반도체 엔지니어들은 켈러 CEO에게 직접 기술을 배운다. 텐스토렌트는 향후 5년 동안 총 200여 명의 일본 반도체 엔지니어를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타클래라 지사로 초청해 첨단 AI·ML(머신러닝) 기술 개발에 투입하기로 했다.
LG전자는 AI 기술 구현을 위해 가장 필수적인 AI 반도체 역량을 강화하려고 텐스토렌트와 협력하고 있다. 양사는 미래 사업을 선제적으로 준비하기 위해 칩렛(Chiplet) 기술 등 차세대 시스템반도체 분야 역량을 강화하기로 했다. 칩렛은 여러 반도체를 하나의 패키지로 만드는 기술로, 고성능 반도체를 다양한 용도에 맞게 구성해 빠르게 개발할 수 있다.
국기연 글로벌이코노믹 워싱턴 특파원 ku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