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관세폭탄 뉴욕증시 비트코인 엇갈린 반응
트럼프가 다시 백악관으로 복귀하면서 미국이 또 한번 요동치고 있다. 트럼프는 8년 전인 2017년 첫 번째 임기를 시작할 때에도 기존의 미국 대통령과 완전히 다른 행보로 세상을 많이 놀라게 했다. 상상을 초월하는 파격적인 발언과 연이어 터져나온 획기적인 행정명령 입법 그리고 막가파식의 과감한 조치들은 그야말로 충격의 연속이었다.
1기 때 보여준 트럼프의 행보는 그나마 매우 자제된 것으로 볼 수 있다. 당시 트럼프는 정치 초보였다. 워싱턴에 뿌리가 별로 없었던 만큼 나름 기성 정치권과 원로들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었다.
이제는 상황이 크게 달라졌다. 두 번째 임기인 만큼 백악관의 생리와 시스템엔 누구보다도 능통하다. 상원과 하원은 모두 공화당이 장악했다. 대법원도 1기 때 트럼프 본인이 직접 임명한 법관들로 채워져 있다. 차기 대선에서 득표를 위해 유권자 눈치를 볼 필요도 없어졌다. 2기 내각을 구성하면서 저명인사보다는 ‘듣보잡’ 충성파들로 채운 것은 전후좌우 눈치 보지 않고 ‘뜻대로’ 펼쳐 나가겠다는 트럼프의 선전포고인 셈이다.
트럼프 당선인은 최근 SNS 트루스소셜에 “취임 첫날 미국으로 들어오는 멕시코·캐나다산 모든 제품에 25%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는 이 글에서 “멕시코와 캐나다를 통해 수천 명의 불법 이민자들이 들어와 범죄와 마약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고 강조하면서 "관세는 마약, 특히 펜타닐과 모든 불법 외국인이 미국에 대한 침략을 멈출 때까지 유효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특히 중국에 대해서는 10% 추가 관세를 예고했다.
아직 취임도 하지 않은 당선인 신분으로 구체적인 세율까지 적시하면서 관세 폭탄을 터뜨린 것은 유례없는 일이다. 내년 1월 20일 대통령 취임식 이후에는 훨씬 더 강력한 조치들이 마구 쏟아질 수 있다. 벌써부터 세계는 트럼프 폭탄을 우려하면서 바짝 엎드린 모양새다.
트럼프 폭탄이 특히 더 무서운 것은 언제 어느 방향으로 터질지 예측이 어렵다는 점이다. 워낙 변화무쌍하고 일반 상식을 벗어나는 경우가 많아 정책 방향을 가늠하기가 쉽지 않다. 그렇다고 트럼프가 막무가내나 즉흥적으로 미국을 끌어가는 것은 아니다. 평균인들의 상상을 벗어나는 경우가 많긴 하지만 그 속에는 나름의 철학과 방향성이 분명히 존재한다. 미국과 거래를 해야 하는 입장에서는 그 흐름을 잘 파악해 선제적이면서도 체계적으로 대응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할 것이다. 손자병법의 '지피지기 백전불태'의 지혜가 필요한 시점이다.
트럼프의 생각을 이해하려면 무엇보다도 미국우선정책연구소(AFPI)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트럼프는 대선 캠페인 내내 MAGA를 외쳤다. MAGA는 “미국을 다시 한번 위대하게 만들자”라는 정치 슬로건이다. 영어로는 "Make America Great Again"이다. 물가 폭등과 제조업 공동화에 신음하고 있던 많은 미국 중산층은 트럼프의 MAGA에 환호했다.
MAGA는 트럼프가 처음 만든 것이 아니다. 공화당 소속의 레이건 전 대통령이 1980년 대선에서 지미 카터를 꺾을 때 내세운 구호가 바로 MAGA였다. 평소 레이건을 롤모델로 삼아왔던 트럼프는 레이거노믹스에서 MAGA를 따왔다. 그러고는 이 MAGA를 실현할 수 있는 세부 전략까지 세워왔다.
이와 관련해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2기 행정부 집권 계획의 중심에는 대중에게 많이 안 알려져 있는 AFPI가 중심에 있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NYT는 “4년 전에는 존재조차 하지 않았던 AFPI는 현재 헤리티지재단의 ‘프로젝트 2025’보다 더 큰 영향력을 발휘할 준비를 하고 있다”면서 “AFPI는 별다른 홍보 없이 트럼프 캠프의 주요 파트너로 자리매김해 다시 권력을 휘두르기 위한 구체적인 계획을 세웠다”고 보도했다.
AFPI는 트럼프 1기 당시 백악관 자문기구인 국내정책위원회 국장이었던 브룩 롤린스 등 최측근 인사들이 2021년 만들었다. 2020년 선거에서 패배해 방황하던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4년 후를 기약하자면서 만든 싱크탱크가 바로 AFPI다. 롤린스 대표는 트럼프 2기 내각의 농림부 장관에 내정됐다. 롤린스 대표는 로스쿨을 졸업한 뒤 로펌과 미국 연방 판사 서기 등으로 일하다가 공화당 릭 페리 주지사의 법률 자문을 맡으면서 정치 생활을 시작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사위인 재러드 쿠슈너와 가까운 사이다.
트럼프 2기 인수위원장으로 최근 교육부 장관에 발탁된 린다 맥마흔도 AFPI의 핵심 지도자다. AFPI에는 트럼프의 최측근 두뇌 수십여 명이 포진해 있다. 트럼프 1기 시절 핵심 관리들도 대거 참여하고 있다. 마이크 월츠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지명자는 AFPI가 발간한 정책집 '미국 국가안보에 대한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 접근'의 공동 저자다. 저자 중엔 트럼프의 관세정책을 설계한 것으로 알려진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전 미국무역대표부(USTR) 대표도 연구진에 포함돼 있다.
NYT는 “AFPI는 프로젝트 2025와 마찬가지로 모든 연방 기관의 인력 배치와 정책 의제 설정을 계획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되면 취임 첫날부터 공격적인 행정력을 보여주기 위한 것이다. NYT에 따르면 AFPI는 트럼프 당선인이 2025년 1월 20일 서명할 준비가 된 행정명령 초안을 이미 300개 가까이 작성해 놓았다.
AFPI는 프로젝트 2025와 달리 조용하게 움직이는 신중함이 특징이라고 NYT는 전했다. AFPI의 ‘미국 우선 의제’라는 정책 보고서는 프로젝트 2025가 발간한 900쪽 분량의 보고서보다 얇다. 900쪽의 방대한 보고서가 민주당이 트럼프를 공격하는 수단이 된 것을 교훈 삼은 것으로 보인다. AFPI의 보고서에는 더 강한 ‘트럼프주의’가 담겨 있다. 대통령의 명령에 반항하거나 행정부 정책에 어긋나는 기후변화를 인정하는 입장을 밝히는 등을 이유로 공무원을 해고할 수 있는 법안도 마련해 놓고 있다.
AFPI는 최근 전국의 보수층 인사들을 워싱턴DC로 초대해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 일하는 방법을 배우도록 했다. 이 자리에서 전직 트럼프 행정부 인사들은 연방정부의 좌파 공무원과 언론을 다루는 전략을 공유하기도 했다. NYT는 “헤리티지재단은 ‘프로젝트 2025’로 대중의 주목을 받았지만 트럼프 캠프는 AFPI를 주요 파트너로 선택했다”고 전했다.
프로젝트 2025는 미국 보수 싱크탱크인 헤리티지재단이 준비한 프로젝트다. 보수주의자들은 차기 공화당 정부가 추진할 주요 정책을 이 프로젝트를 통해 준비했다. 이들은 미국의 정부와 사회 전반을 보수적 가치와 정책으로 재편하는 것을 목표로 해왔다. AFPI의 ‘미국 우선 의제’는 헤리티지 2025를 수용하면서 트럼프주의에 맞게 보강한 것이다. 한마디로 트럼프 시대 정책 강령인 셈이다. 앞으로 트럼프가 어떤 정책을 추진해 나갈지는 AFPI의 ‘미국 우선 의제’에 담겨 있는 셈이다. 트럼프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AFPI의 인적 구성을 살펴보고, 또 그들이 4년 동안 연구·발표해온 논문들을 읽어볼 필요가 있다.
김대호 글로벌이코노믹 연구소장 tiger8280@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