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수함 발주를 준비 중인 캐나다 해군이 한국 조선사에 관심을 보이면서 한국 조선업계가 북미지역 거점인 캐나다에 주목하고 있다. 캐나다가 북극을 둘러싼 해상 패권 경쟁 국면에서 중국 조선업 견제에 나서며 한국의 반사이익이 기대되기 때문이다. 캐나다 시장에서 성과를 내려면 이달 초 한국이 호주 잠수함 수주 경쟁에서 탈락한 것을 반면교사로 삼아 국내 조선업계와 정부가 함께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온다.
13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앵거스 탑시 캐나다 해군사령관은 경남 거제 한화오션 거제조선소와 울산 HD현대중공업 본사를 각각 10일과 12일 잇달아 방문하며 캐나다를 두고도 특수선 수주 경쟁을 벌이게 됐다. 캐나다 해군은 3000톤급 잠수함 8~12척을 도입하는 ‘캐나다 순찰 잠수함 프로젝트(CPSP)’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사업 규모는 약 60조원으로 알려졌다. 탑시 사령관은 양사 조선소에서 잠수함 건조시설을 둘러봤다. 양사는 CPSP 사업에 관한 참여 계획을 설명했다.
캐나다에 대한 국내 조선업계의 기대감은 특수선을 넘어 상선 등 전반으로 확대되고 있다. 캐나다도 미국처럼 중국과 해양 패권 경쟁을 벌이고 있기 때문이다. 북극 항로를 둘러싼 중국과의 경쟁에서 밀리지 않으려는 전략의 일환이다. 중국이 민간 기업과 국영 방산 기업이 협력해 중국군 현대화에 기여하는 ‘민군 융합’ 전략을 조선업에서도 펼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다.
캐나다 해양조선협회(CMISA)는 8월 28일 캐나다 정부에 중국 선박에 100% 관세를 물려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중국의 조선산업은 상선 수출이 중국 군사력 증강을 돕는 ‘민군 융합’ 전략 아래서 진행된다”며 “이를 토대로 성장한 중국 해군은 캐나다와 북극해를 포함한 역내 동맹의 이익에 반한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미국뿐만 아니라 캐나다에서도 한국이 조선 분야 협력국으로 부상할 전망이다. 미국과 그 우방국 가운데 조선 기술이 우수한데다 안보 우려가 상대적으로 작다는 이유에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도 같은 이유로 한국 조선업을 콕 집어 협력하자는 메시지를 윤석열 대통령에게 전했다.
국내 조선업계가 미국과 캐나다를 넘어 이른바 '자유민주주의 진영'에서 중국 견제에 따른 반사이익을 놓치지 않으려면 정부와 체계적인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온다. 실제로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은 지난 8일 110억 호주달러(약 10조원) 규모의 호주 신형 호위함 도입 사업에 참여할 최종 후보로 선정되지 못했다. 이를 두고 독일과 일본, 스페인에서는 조선사 한 곳씩만 참여했지만 한국은 두 조선사가 경쟁을 벌이면서 한국의 ‘전략 부재’로 비친 것 아니냐는 의문이 나오기도 했다.
이은창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미국이 중국 조선업을 견제하면 캐나다 등 우방국들도 이를 고려하게 되고, 중국 조선에 미국이 무역제재를 가하면 상선을 발주하는 해운사도 중국 발주에 부담을 느낄 것”이라며 “한국이 대중 견제라는 기회를 전략적으로 이용하려면 조선사뿐만 아니라 산업통상자원부나 방위사업청 등도 정부 간 협상을 염두에 두고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승현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rn72benec@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