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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부여왕' 매켄지 스코트, 미 필란트로피 명단서 사라진 이유...블룸버그식 기부 주목

미국 50대 기부자 지난해 224억 달러 기부... 블룸버그 3년 연속 1위 수성
억만장자 '익명 기부' 선호 추세 확산... 기부 투명성 확보와 사생활 보호 갈등 심화
마이클 블룸버그 전 뉴욕시장. 사진=연합뉴스 이미지 확대보기
마이클 블룸버그 전 뉴욕시장. 사진=연합뉴스
미국 초부유층 기부자들이 사생활 보호와 자산 운용의 자율성을 위해 익명 기부 방식을 선택하면서, 매켄지 스코트와 같은 대표적인 자선가들이 공식 기부 순위에서 제외되는 등 글로벌 자선 기구의 집계 방식과 기부 투명성을 둘러싼 논란이 가중되고 있다.
미국 경제 전문 매체 CNBC는 지난 13일(현지시각) 자선 전문 매체인 '크로니클 오브 필란트로피(Chronicle of Philanthropy)'가 발표한 연례 보고서를 인용하여, 지난해 미국 상위 50대 기부자들이 총 224억 달러(약 33조5700억 원)를 사회에 환원했음에도 불구하고 주요 억만장자들이 명단에서 누락된 배경을 심층 보도했다.

데이터와 성과 중심의 '블룸버그식 기부' 독주 체제


마이클 블룸버그 전 시장의 기부는 단순히 거액을 내놓는 행위를 넘어, 철저하게 데이터에 기반한 성과를 추구한다는 점에서 일반적인 자선과 궤를 달리한다. 그는 지난해 공중보건, 예술, 기후 위기대응 등 5대 핵심 분야에 43억 달러(약 6조4000억 원)를 투입했다.

특히 블룸버그 필란트로피(Bloomberg Philanthropies)를 통한 그의 행보는 전 세계 170개국 800여 개 도시의 정책 변화를 견인하고 있다.

주요 기부처로는 모교인 존스 홉킨스 대학에 의대생 장학금으로 10억 달러를 기탁한 사례가 대표적이며, 흑인 의과대학 4곳에도 6억 달러를 전달했다.

또한 석탄 화력 발전소 폐쇄를 위한 '비욘드 콜(Beyond Coal)' 캠페인과 글로벌 시장들의 협력 네트워크인 'C40 도시 연합'에도 막대한 자금을 쏟아붓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러한 블룸버그의 기부를 '투자형 자선'으로 정의한다. 금융권 안팎에서는 "기업가 출신인 블룸버그가 수치로 증명되는 사업에만 자금을 집행하며, 단순 지원이 아닌 행정 시스템의 혁신을 목표로 삼고 있다"라는 평가가 나온다.

'기부 여왕'의 실종... DAF 투명성 논란과 검증의 한계

이번 명단에서 가장 주목할 대목은 제프 베이조스의 전 부인이자 '기부의 아이콘'인 매켄지 스코트의 부재다. 스코트는 지난해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12개월 동안 72억 달러(약 10조7000억 원)를 기부했다고 스스로 밝혔다.

2020년 이후 총 누적 기부액만 260억 달러에 이르는 그가 순위권 밖으로 밀려난 이유는 기금 운용의 '검증 불가능성' 때문이다.

크로니클 오브 필란트로피의 마리아 디 멘토 선임 편집자는 CNBC와의 인터뷰에서 "스코트 측 대리인들이 '기부자 조언 기금(DAF)'으로 출연한 구체적인 금액 확인을 거부해 집계에서 제외했다"라고 설명했다.

DAF는 기부자가 운영권을 유지하며 세제 혜택을 누리는 금융 상품으로, 실제 자선 단체에 돈이 전달되는 시점과 기금이 조성되는 시점이 달라 중복 집계를 피하기 위한 엄격한 확인 과정이 필수적이다.
이러한 현상은 비단 스코트만의 문제가 아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역시 지난해 약 1억 달러 상당의 주식을 기부했다고 공시했으나, 수혜 단체가 로비나 정치 활동과 무관한지 확인되지 않아 명단에 오르지 못했다.

시장 참여자들 사이에서는 "초부유층이 대중의 감시를 피해 사생활을 보호받고자 익명성이 보장되는 DAF나 개인 재단으로 숨어드는 경향이 뚜렷해지고 있다"라는 해석이 우세하다.

세간의 시선 피하는 부호들... '조용한 선행'의 그늘


억만장자들이 정보 공개를 꺼리는 배경에는 현실적인 고충도 자리 잡고 있다. 기부 사실이 대대적으로 보도되는 순간, 수많은 비영리 단체들로부터 자금 지원 요청이 빗발치기 때문이다.

디 멘토 편집자는 "상당수 부호가 이러한 요청을 관리할 전문 인력이 부족하다는 점을 토로하며, 이름을 숨기는 방식을 선호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실제로 미국 최고 부자 모임인 '포브스 400' 회원 중 이번 기부 상위 명단에 이름을 올린 이는 19명에 불과했다. 자산의 95% 환원을 약속했던 래리 엘리슨 오라클 창업자도 최근에는 전통적인 비영리 단체 대신 기술 연구 분야에 자금을 집중하며 기부 내역 공개에 협조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산가들의 '익명 기부' 기조는 기부 생태계에 양면성을 제공한다. 사생활 보호를 통해 더 많은 기부를 유도할 수 있다는 시각도 있지만, 기부금이 실제로 사회 문제 해결에 쓰이는지 검증하기 어렵다는 비판도 만만치 않다.

향후 기부금의 투명성을 확보하면서도 기부자의 의지를 존중할 수 있는 제도적 보완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진형근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inwook@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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