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년 전자공학의 종언, 전기 신호가 퇴장한 자리에 들어선 '빛의 동맹'과 소외된 한국
HBM 다음은 없다, 실리콘 포토닉스가 그리는 무자비한 승자독식의 지도와 칩렛의 반란
HBM 다음은 없다, 실리콘 포토닉스가 그리는 무자비한 승자독식의 지도와 칩렛의 반란
이미지 확대보기전기 신호의 퇴장, 반도체 내부의 고속도로가 구리에서 빛으로 바뀌는 순간
지난 70년 동안 반도체 산업을 지배해온 물리적 공식이 근간부터 흔들리고 있다. 전자가 구리선을 타고 흐르며 데이터를 전달하던 시대가 저물고, 빛(광자)이 그 자리를 대신하는 광학 반도체, 즉 실리콘 포토닉스의 시대가 열리고 있다. 세계 최대의 반도체 설계 및 제조 기업인 인텔과 TSMC가 주축이 된 UCIe(Universal Chiplet Interconnect Express) 컨소시엄은 최근 광통신 기반의 칩렛 연결(Optical I/O)을 차세대 표준으로 확정하며 이 거대한 전환에 마침표를 찍었다. 이는 단순히 소재의 변화를 넘어, 인공지능(AI) 연산의 폭발적 증가로 발생한 데이터 병목 현상을 해결할 유일한 탈출구로 평가받는다.
포톤델타의 경고 2026년 반도체 혁명은 빛의 속도로 다가오는가
최근 네덜란드 포토닉스 산업 육성 기관인 포톤델타(PhotonDelta)가 '광학 칩이 2026년까지 컴퓨팅을 혁신할 것인가?(Will photonic chips revolutionize computing by 2026?)'라는 제목의 아티클을 통해 전한 바에 의하면, 광학 칩 기술은 이제 실험실을 넘어 상업적 양산의 임계점에 도달했다. 포톤델타는 2026년을 기점으로 광학 반도체가 데이터센터, 자동차, 헬스케어 등 핵심 산업의 패권을 가를 결정적 변수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기존 전자 칩의 한계인 열 발생과 에너지 소모 문제를 빛을 이용해 해결함으로써, 전력 효율을 극대화하고 처리 속도를 비약적으로 높이는 기술적 성숙도가 완성 단계에 올라섰다는 분석이다.
빛의 동맹이 설계한 칩렛 표준화 구리선의 물리적 한계를 정조준하다
인텔과 TSMC가 주도하는 UCIe 2.0 표준의 핵심은 칩렛(Chiplet) 간의 연결을 전기 신호가 아닌 광학 기술로 통합하는 데 있다. 칩렛은 여러 개의 작은 반도체 조각을 하나의 패키지로 묶는 기술인데, 지금까지는 이들을 연결하는 미세한 구리선이 병목 현상의 주범이었다. 빛은 전기보다 전송 속도가 빠를 뿐만 아니라 신호 손실이 거의 없어, 수 센티미터 거리의 칩 내부 통신을 마치 광케이블이 깔린 도시 간 통신처럼 빠르고 효율적으로 만든다. 이른바 빛의 동맹은 이 광학 연결을 표준화함으로써 경쟁사들이 따라올 수 없는 압도적인 연산 생태계를 구축하려 하고 있다.
HBM 이후의 패권 다툼 실리콘 포토닉스가 그리는 포스트 AI 지도
현재 시장의 주류인 고대역폭 메모리(HBM) 역시 결국 데이터 전송 속도를 높이기 위한 고육지책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HBM 이후의 진정한 혁신은 실리콘 포토닉스에서 나올 것이라고 단언한다. 메모리와 프로세서 사이의 거리를 물리적으로 좁히는 것을 넘어, 전송 매체 자체를 빛으로 바꾸는 혁명은 AI 모델의 학습 및 추론 성능을 현재보다 수십 배 이상 끌어올릴 수 있다. 구글, 엔비디아, 마이크로소프트 등 하이퍼스케일러들이 실리콘 포토닉스 기반의 광학 컴퓨팅 클러스터 구축에 사활을 거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투명한 유리판 위로 옮겨간 주도권 한국 패키징 산업의 고립 시나리오
이러한 변화는 한국 반도체 산업에 양날의 검과 같다. 메모리 강국으로서의 지위는 여전하지만, 광학 기술과 반도체를 결합하는 실리콘 포토닉스 생태계에서는 미국과 유럽, 일본 기업들의 약진이 두드러진다. 특히 광통신 칩렛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플라스틱 기판이 아닌 글라스 기판(Glass Substrate)과 같은 정밀한 소재 기술이 필수적인데, 이 분야의 표준을 인텔과 TSMC가 선점하면서 한국 기업들이 설계한 공급망 밖으로 밀려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기술 표준에서 소외되는 것은 단순한 경쟁 밀림을 넘어 시장에서의 영구적인 퇴출을 의미할 수 있다.
70년 전자 공학의 퇴장과 빛의 시대 생존을 위한 마지막 선택
이교관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haedang@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