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용은 신규 건설의 20%... 아르메니아·미국, 전력 안보 위해 ‘유턴’
15MW ‘초소형 원자로’ 상용화 눈앞... 데이터센터·군 기지 ‘에너지 독립’ 예고
한국, APR1400 수출 넘어 ‘수명 연장+SMR 패키지’ 표준 선점 기로
15MW ‘초소형 원자로’ 상용화 눈앞... 데이터센터·군 기지 ‘에너지 독립’ 예고
한국, APR1400 수출 넘어 ‘수명 연장+SMR 패키지’ 표준 선점 기로
이미지 확대보기지난 3일(현지시각) 뉴 이스턴 유럽과 KSBY 등 보도를 종합하면, 아르메니아와 미국 등 주요국은 지진 위험과 환경 논란을 뒤로하고 노후 원전 수명을 수십 년 연장하는 파격 행보를 보인다. 이는 신규 건설 대비 5분의 1 수준에 불과한 ‘경제성’과 즉각적인 ‘전력 안정’을 동시에 잡으려는 현실적 선택으로 풀이된다. 이와 함께 나노뉴클리어(NANO Nuclear)가 신청한 초소형 원자로(MMR) 건설 허가는 원전이 ‘거대 인프라’에서 ‘모듈형 산업 제품’으로 진화하는 변곡점이 될 전망이다.
이미지 확대보기지진 단층 위 ‘메차모르’의 도박... “유럽 압박보다 생존이 우선”
아르메니아 정부가 지진 활성 단층 위에 위치해 국제적 폐쇄 압박을 받아온 메차모르(Metsamor) 원전 운전 기간을 2036년까지 연장하기로 했다고 지난 3일 유럽 전문 매체 ‘뉴 이스턴 유럽’이 보도했다.
1970년대 설계된 이 노후 원전은 아르메니아 전력의 약 40%를 책임지는 핵심 에너지원이다. 유럽연합(EU)과 터키는 “격납 용기가 없는 구조적 결함”을 이유로 끈질기게 폐쇄를 요구해 왔으나, 니콜 파시냔 총리는 “원자력은 국가 주권의 초석”이라며 정면 돌파를 선택했다.
업계 분석을 보면, 아르메니아와 같은 중소 규모 국가에 원전 수명 연장은 신규 건설(최대 50억 달러, 약 7조 5500억 원 추산) 대비 약 10~20% 비용만으로 전력망을 유지할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이다. 현재 이 시장을 놓고 한국, 미국, 러시아 등 5개국이 차세대 원전 수주를 위한 치열한 ‘에너지 지정학’ 전쟁을 벌이고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의 180도 반전... “2045년까지 원전 돌린다”
탈원전 기조가 강했던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도 ‘현실론’이 ‘이념’을 압도했다.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NRC)는 디아블로 캐니언(Diablo Canyon) 원전 가동 면허를 20년 연장하는 신청안에 최종 서명했다고 지난 3일 지역 매체 ‘KSBY’가 전했다.
당초 2025년 완전 폐쇄될 예정이었던 이 원전은 400만 가구에 청정 에너지를 공급하는 핵심 시설이다. 60년 넘게 가동된 노후 원전을 다시 불러낸 동력은 결국 ‘비용’과 ‘안정’이다. 서밋 싱 PG&E 최고운영책임자(COO)는 “전력망 안정화는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라고 강조했다. 이는 재생에너지 전환 과정에서 발생하는 전력 공백을 노후 원전이 가장 경제적으로 메워줄 수 있다는 시장의 냉정한 평가를 반영한다.
원전의 ‘가전제품화’... 15MW 초소형 MMR 상용화 분수령
대형 원전이 수명을 연장하며 시간을 버는 사이, 원전 시장의 ‘게임 체인저’로 불리는 초소형 원자로(MMR)는 산업 현장으로 파고들고 있다. 나노뉴클리어 에너지는 15MW급 ‘크로노스(KRONOS) MMR’ 건설 허가 신청서(CPA)를 최근 NRC에 제출했다.
이는 연구용 시제품을 넘어 ‘공장 생산 방식’ 상용화를 노린 첫 사례다. 일리노이 대학교 캠퍼스에 건설될 이 원자로는 AI 데이터센터, 군사 기지, 오지 마을 등 분산형 전원 시장을 정조준한다. 플로랑 에데 나노뉴클리어 CTO는 “원전이 국가 인프라에서 모듈형 제품으로 바뀌는 순간”이라고 평가했다. 특히 전력 소모가 극심한 AI 데이터센터 업계에서는 MMR을 통해 전력망 독립을 꾀하려는 움직임이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한국의 과제, ‘APR1400’ 성공 뒤에 가려진 SMR 격차
글로벌 원전시장 흐름은 크게 ‘저비용 수명 연장’과 ‘고효율 SMR 전환’이라는 두 축으로 움직인다. 한국은 대형 원전(APR1400) 시공 능력에서는 세계 최상위권이지만, SMR 표준 경쟁과 노후 원전 고도화 패키지 시장에서는 미국과 캐나다 등에 뒤처져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금융권의 한 원전 담당 애널리스트는 “한국이 향후 원전 수출 시장에서 우위를 점하려면 신규 건설뿐만 아니라, 아르메니아 사례처럼 노후 원전 수명을 안전하게 늘려주는 ‘토털 케어 서비스’와 SMR을 결합한 패키지 수출 전략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향후 글로벌 에너지 전쟁의 승패를 결정지을 3대 핵심 지표로는 ▲SMR 제조 단가 하락 속도(MWh당 80달러-약 12만 원, 벽 돌파 여부) ▲노후 원전 수명 연장에 관한 안전 규제 표준화 ▲AI 데이터센터와 마이크로 원전의 결합 속도가 꼽힌다.
전문가들은 모듈형 공장 생산 방식이 안착해 ‘규모의 경제’를 달성하고, AI 데이터센터가 MMR을 통해 ‘전력 독립’을 이루는 속도가 향후 에너지 시장 판도를 바꿀 핵심 변수가 될 것으로 본다. 정부는 최근 발표한 ‘원전 산업 활성화 대책’을 넘어, 국내 SMR 독자 모델(i-SMR) 인허가 기간을 획기적으로 단축하고 민간 기업이 MMR 시장에 조기 진입하도록 규제 문턱을 낮추는 ‘역피라미드형’ 지원책을 강화해야 할 노릇이다.
김주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