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도 프랑스 예산안 처리를 둘러싸고 극우 정당인 국민연합(RN)과 좌파 정당들이 미셸 바르니에 총리 정부에 대한 불신임안을 발의한 2일(현지시각) 뉴욕 시장에서 유로화가 달러 대비 큰 폭으로 하락했다.
또한 프랑스 국채 가격도 압박을 받으며 프랑스 10년물 국채와 독일 국채 금리 격차(스프레드)가 확대됐고 주식 시장에서는 프랑스 은행주가 일제히 하락했다.
로이터 통신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마린 르펜과 조르당 바르델라가 이끄는 RN은 600억 유로(630억 달러·약 88조5000억 원) 상당의 세금 인상과 지출 삭감이 포함된 내년 예산안을 놓고 미셸 바르니에 총리와 협상을 벌여 왔다.
내년 재정적자를 GDP 대비 5%로 줄이겠다는 바르니에 총리의 당초 계획은 투자자들로부터 긍정적 평가를 받았지만, RN은 정부 예산안에 대해 수정을 요구해 왔다.
그렇지만 바르니에 총리는 이날 내년도 예산안 가운데 핵심인 사회보장 재정 법안을 정부 책임하에 하원 표결 없이 통과시켰고 이에 야당인 좌파연합 신인민전선(NFP)과 RN은 불신임안을 제출했다.
RN의 마린 르펜 대표는 외회에서 기자들에게 “9월 초에야 총리가 된 바르니에가 상황을 악화시켰으며 그를 몰아내야 한다”면서 “우리는 정부에 대한 불신임안을 제안한다”고 밝혔다.
불신임안 투표가 오는 4일 실시될 예정인 가운데 로이터는 막판에 상황이 급변하지 않는 한, 바르니에의 연정이 1962년 이후 불신임 투표로 쫓겨나는 첫 번째 프랑스 정부가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러한 정치적 다툼 속에 10년물 프랑스 국채 리스크 프리미엄은 유로존의 국채 위기 당시인 2012년 수준에 근접했다.
프랑스와 독일의 10년물 국채금리 격차(스프레드)는 이날 장 초반 급격히 축소됐으나 이후 85bp(0.85%포인트)로 확대됐다.
AXA 투자관리의 에카테리나 비고스는 블룸버그에 “확실히 정치적 불확실성이 존재하며 프랑스 국채는 이러한 불안정성을 반영하고 있다”면서 “정치적 불안정은 불확실성을 야기하며, 더 중요한 것은 프랑스가 재정적자를 줄이기 위해 어떠한 노력을 할 것인가 하는 점”이라고 말했다.
프랑스 주식시장은 이날 횡보했으나 은행주가 두드러진 하락세를 보이며 BNP파리바의 주가는 한때 2% 넘게 하락했다. 소시에테 제네랄과 크레디 아그리콜 주가도 한때 각각 3%와 2% 넘게 내렸다.
프랑스의 정치적 위기가 유로존 단일 통화를 압박하면서 유로화는 이날 달러 대비 1% 급락한 1.0469달러에 거래됐다.
유럽중앙은행(ECB)이 이달에 금리를 인하할 것으로 예상되는 점도 유로화 하락 요인으로 가세했다. 시장에서는 ECB가 오는 12일 기준금리를 50bp(0.5%포인트) 인하할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이수정 기자 soojunglee@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