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주춤했던 SK이노베이션 배터리 자회사 SK온이 올해 북미 시장 호재를 바탕으로 반등을 노린다. 지난해 3분기 첫 분기 흑자를 달성하며 기대치가 올라간 만큼 올해 연간 흑자 달성 등 유의미한 성과를 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7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 에너지부는 최근 현대차 아이오닉5, 아이오닉9, 제네시스 GV70 전동화 모델, 기아 EV6, EV9 등을 세액 공제 대상에 포함했다. 이에 따라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보조금 7500달러(소비자 세액 공제)를 받을 수 있게 됐다. 현대차그룹 전기차가 미국 보조금 지급 대상에 포함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IRA는 배터리와 핵심 광물 등 원산지 요건을 충족하고 미국에서 제조된 전기차에 한해 보조금을 제공한다.
이에 따라 SK온의 수혜가 예상된다. SK온이 이번에 보조금 수혜 대상에 들어간 차량 대부분에 자사 배터리를 공급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차그룹의 전기차 판매가 늘어나며 자연스럽게 배터리 판매량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배터리 업계 한 관계자는 "전기차 판매가 늘어나는 등 전방 산업이 잘되는 것 자체가 (업계에서는) 큰 의미가 있다"며 "단기간의 수익성 개선은 기대하기 어렵겠지만 반사이익이 있다"고 말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보조금을 받으면 (소비자 입장에서) 더 저렴하게 전기차를 살 수 있어 배터리 판매가 늘어나는 등 긍정적"이라며 "물론 전기차가 대중인지, 프리미엄인지에 따라 다르지만, 기본적으로 수요가 확보되는 것"이라고 했다. 다만, 2주 앞으로 다가온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은 변수다. 트럼프 당선인이 국내 배터리 업계에 도움을 주는 IRA 폐지 내지는 보조금 축소 등을 예고하고 있는 탓이다.
SK온의 북미 사업 전망을 밝게 하는 것은 이뿐만이 아니다. 최근 SK온과 미국 완성차 업체 포드의 합작법인인 블루오벌SK가 미 정부에 신청한 정책 지원 자금 대출이 승인되며 투자 자금을 확보한 것도 긍정적 요인이다. 규모는 96억3000만 달러(약 13조9972억원)다. 조 단위 투자금이 필요한 상황에서 재무 부담을 덜게 된 것이다. 자금 대출은 미 에너지부(DOE)의 첨단기술차량제조(ATVM) 프로그램의 일환이다.
이로 인해 SK온의 북미 사업 확대에 속도가 날 것으로 보인다. SK온은 북미에 공격적인 투자를 해오고 있다. SK온은 단독 공장을 포함해 총 5곳의 공장을 운영하고 있거나 지을 예정이다. 이 중 포드와의 합작 공장은 켄터키주 1~2공장, 테네시 공장 등 3곳이다. 켄터키 1공장과 테네시 공장은 올해 가동을 앞두고 있고, 켄터키 2공장은 내년 가동을 계획하고 있다.
업계는 이를 발판 삼아 SK온이 올해 연간 흑자 달성 등 유의미한 성과를 낼 것으로 보고 있다. SK온은 지난해 3분기 SK이노베이션에서 분사한 이후 처음 분기 흑자를 달성했다. 유정준 부회장·이석희 사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전기차 시장 성장세의 회복 등 외부 환경 변화를 기다리기보다는 내부 역량 강화에 더욱 집중해 위기를 극복하고 지속적인 성장을 이뤄내자"고 강조한 바 있다.
김정희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h1320@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