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를 대표하는 억만장자 3명이 글로벌 명품 시장 침체의 여파로 올해 총 700억 달러(약 93조원)의 자산을 날린 것으로 나타났다.
29일(현지시각) 세계적인 명품 전문매체 롭리포트에 따르면 그 주인공은 세계 최대 명품 브랜드인 LVMH의 베르나르 아르노 회장, 세계 최대 화장품 기업인 로레알의 프랑수아즈 베탕쿠르 메이예 부회장, 구찌·생로·발렌시아가 등 유명 럭셔리 브랜드의 모기업인 케링의 프랑수아 피노 명예회장이다. 모두 프랑스 명품 산업을 대표하는 억만장자들이다.
롭리포트에 따르면 최근 집계한 결과 아르노의 자산은 올초 2330억 달러(약 308조 원)에서 현재 1950억 달러(약 258조 원) 수준으로 바뀌어 올해 380억 달러(약 50조 원) 정도 감소한 것으로 파악됐다.
그 결과 블룸버그 억만장자 지수에 따르면 아르노는 올해 전 세계 500대 부호 가운데 가장 큰 손실을 본 인물로 기록됐다.
아르노가 이끄는 LVMH는 루이비통, 디올, 티파니앤코 등 75개 이상의 명품 브랜드를 보유한 거대 기업이지만 글로벌 명품 수요 둔화와 그에 따른 주가 급락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로레알 창업자의 손녀로 사상 최초로 자산 1000억 달러(약 133조 원)를 넘어선 여성으로 주목받았던 메이예의 자산은 최근 몇 개월 사이 가치가 급격히 감소하면서 세계 최고 여성 부자라는 타이틀을 잃은 것으로 나타났다.
로레알은 뷰티 및 스킨케어 시장에서 강세를 보여왔지만 소비자 지출 감소와 글로벌 경제 둔화로 실적이 둔화되며 주가가 하락한 탓이다.
피노의 경우도 케링 주가가 지난 2021년 8월 최고점 대비 64%나 하락하면서 자산 가치가 크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의 자산 손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태 이후 급성장했던 글로벌 명품 산업이 중국 소비 시장의 둔화,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 증가 등 여러 악재로 인해 하락세로 돌아선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됐다.
에드몽 드 로스차일드 자산운용의 아리안 하야테 펀드매니저는 “중국 소비자들는 올해 글로벌 명품업계의 성장 엔진이 될 것으로 예상됐지만 이 기대는 실제로는 실현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하야테 매니저는 “프랑스의 정치적 불안정성도 명품 업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고 밝혔다. 잦은 사회적 갈등과 불안정한 정책 방향이 투자 심리를 위축시키고 있다는 뜻이다.
다만 HSBC 홀딩스는 최근 펴낸 보고서에서 “중국 시장의 명품 소비 감소세가 더 이상 악화되지는 않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미국 시장에서는 오히려 소비가 증가하고 있다”고 분석해 향후 글로볼 명품 시장이 활기를 되찾을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하야테 매니저도 “기술주가 올해 명품 산업을 앞질렀지만 새해 하반기에는 명품 시장이 다시 상승 곡선을 그릴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