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고차 시장에서 감지되는 새로운 가격 상승 신호가 연방준비제도(Fed)의 통화정책 운용에 새로운 도전 과제로 부상하고 있다.
배런스(Barron's) 26일(현지시각) 보도에 따르면, 지난 10월 중고차 가격이 전월 대비 2.7% 급등한 데 이어 11월에도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어 디스인플레이션 종료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중고차 시장의 구조적 변화가 뚜렷해지고 있다. 2020년 이후 반도체 공급 부족으로 신차 생산이 크게 차질을 빚으면서 중고차 수요가 급증했고, 이는 가격의 급격한 상승으로 이어졌다. 최근 반도체 수급이 일부 개선되었으나, 글로벌 공급망의 불확실성은 여전히 남아있는 상황이다.
주목할 점은 중고차 시장의 수요 패턴이 과거와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콕스 오토모티브의 제레미 로브 선임이사는 "계절적 하락이 예상되는 시기임에도 판매가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여기에는 허리케인으로 인한 대체 수요라는 일시적 요인뿐만 아니라, 중고차 대출 금리 하락이라는 구조적 요인도 작용하고 있다.
이러한 수요-공급 불균형으로 소비자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특히 저소득층이 선호하는 10~15년 된 중고차의 가격이 35년 된 차량보다 빠르게 상승하면서 저렴한 차량을 찾는 소비자들의 선택권이 줄어들고 있다. 이자율 상승과 맞물려 금융 부담도 증가하고 있다.
연준의 통화정책에도 새로운 도전이 예상된다. CPI에서 중고차가 차지하는 비중은 2% 수준이지만, 가격 상승이 구조적 변화로 이어질 경우 2% 물가안정 목표 달성이 더욱 어려워질 수 있다. 특히 만하임 중고차 가치 지수가 11월 초 전년 동기 대비 0.5% 상승하며 2022년 8월 이후 처음으로 상승세로 전환된 점이 주목된다.
이러한 중고차 가격의 구조적 상승세는 연준의 향후 통화정책 결정에 중요한 고려 요인이 될 수 있다. 연준이 그동안 추진해온 긴축적 통화정책이 인플레이션 억제에 효과를 보이면서 시장에서는 금리 인하 가능성이 확산되었다. 그러나 중고차 가격의 상승 전환은 이러한 기대를 재검토하게 만드는 요인이 될 수 있다.
특히 중고차 시장의 변화가 일시적 요인이 아닌 구조적 성격을 띠고 있다는 점이 중요하다. 공급망 불확실성이 지속되는 가운데 수요 측면에서도 강세가 이어지고 있어, 가격 상승 압력이 단기간에 해소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는 자칫 연준에서 금리 인하를 시작하더라도 그 속도와 폭을 제한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
2025년 미국 정치 환경 변화도 시장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상대국에 대한 높은 관세 부과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으며, 이는 중고차 가격의 추가 상승 요인이 될 수 있다. 전기차 관련 정책 변화 가능성도 시장 구조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상황은 한국의 자동차 산업에도 면밀한 대응을 요구한다. 미국의 보호무역 강화 움직임은 수출에 영향을 미칠 수 있으며, 글로벌 공급망 재편에 따른 생산 전략 수정이 필요할 수 있다. 특히 전기차 전환기에서 미국 시장 경쟁력 확보를 위한 새로운 전략이 시급해 보인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