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시장의 예상을 깨고 2회 연속 기준금리 인하에 나섰다.
지난달 3년 2개월 만에 기준금리 인하에 나선 한은이 당분간 대내외 경제상황을 지켜본 뒤 내년 초 추가 기준금리 인하에 나설 것이라는 시각이 많았다. 하지만 최근 내수 부진과 성장 둔화 등 경제에 빨간불이 들어오고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집권으로 수출 타격에 대한 우려도 커지면서 더이상 금리 인하를 미룰 수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는 28일 서울 중구 한은 본관에서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연 3.25%에서 3.00%로 0.25%포인트(p) 인하한다고 밝혔다. 이창용 한은 총재를 제외한 금통위원 6명 중 4명이 기준금리 인하 의견을 냈다. 장용성, 유상대 위원은 기준금리 유지 소수의견을 냈다.
지난달 0.25%p 기준금리를 낮추면서 3년 2개월 만에 피벗(통화정책 전환)에 돌입한 한은이 한 달 만에 추가 금리 인하에 나선 것이다. 한은이 기준금리를 연속 인하한 것은 지난 2008~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5년 만이다. 한은이 두 차례 이상 연속으로 금리를 내린 것은 2001년 닷컴 버블 사태와 2008~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뿐이다.
당초 시장에서는 한은이 올해 마지막 금통위인 이번 회의에서 금리를 동결할 것이라는 시각이 우세했다. 그간 이창용 한은 총재가 추가 금리 인하에 신중한 모습을 보인 데다 지난 10월 금통위 당시 이 총재를 제외한 금통위원 6명 중 5명이 향후 3개월간 금리를 유지하는 게 적절하다는 의견을 냈기 때문이다. 금융투자협회가 지난 15일부터 20일까지 채권 전문가 100명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 응답자의 83%가 이번 회의에서 금리를 동결할 것이라고 답했다.
하지만 신중한 모습을 보이던 한은이 '깜짝 인하'에 나선 것은 빠르게 악화되는 국내 경기 상황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 당선에 따른 보호 무역 강화로 국내 기업들의 수출이 타격을 입을 것이란 우려도 커지면서 '선제적 인하'에 대한 시장의 요구에 한은이 부응했다는 분석이다.
한은은 이날 수정경제전망을 통해 올해 성장률은 8월 전망인 2.4%에서 2.2%로 0.2%p 낮췄다. 3분기 성장률(전분기 대비)이 수출 둔화로 0.1%에 그치면서 이를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종전 2.1%에서 1.9%로 낮췄다. 한은은 이날 처음으로 공개된 2026년 성장률 전망치는 1.8%로 제시했다. 1%대 저성장이 2년 연속 이어질 것으로 내다본 셈이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이날 금통위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지난 10월 이후 한은 입장에서는 큰 변화가 있었다. 미국 대선 결과에 대한 불확실성을 고려하고 있었지만, 미국 대선 결과에 전세계적으로 정책 불확실성이 확대된 것은 사실"이라며 "3분기 수출이 물량으로 볼 때 수출 증가세가 크게 낮아진 것이 일시적 요인 보다는 경쟁 국가의 수출 경쟁이 심화되고 구조적인 요인이 크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내년 1월 한은이 추가 금리 인하를 단행해 기준금리가 2%대에 진입할 가능성도 커졌다. 이 총재에 따르면 금통위원 6명 중 3명은 향후 3개월 내 기준금리를 2%대로 낮추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을 개진했다. 나머지 3명은 현 수준을 유지하는게 적절하다는 의견을 냈다.
정성화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sh1220@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