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암호화폐 업체의 경영자들과 투자자들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에게 비트코인을 국가 전략 자산으로 비축해 달라고 요구하고 나섰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27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트럼프 당선인도 이 구상에 깊은 관심을 보인다. 암호화폐 업계는 또 트럼프 당선인 정부가 수십억 달러의 토큰을 매입해 이를 수십 년 동안 비축하면서 이때 오르는 가격 차이로 정부 부채 문제를 해소하기를 바라고 있다고 WP가 전했다.
그렇지만 이코노미스트들과 재정 전문가들은 가상자산의 가격 변동성이 크기에 그런 방안이 중대한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비트코인 등을 현재의 가격에 매입했다가 가격이 폭락하면 국민 세금을 낭비하는 사태에 직면할 수 있다.
비트코인을 국가 전략 자산으로 비축하면 비트코인 가격이 치솟아 기존의 보유자들이 특혜를 누릴 수 있다. 마크 잔디 무디스 애널리틱스 선임 이코노미스트는 이 매체에 “암호화폐 투자자들이 전략 자산 비축을 요구하는 이유는 알겠지만, 그렇게 해야 할 까닭이 없다”고 말했다.
암호화폐 업계는 지난 대선 과정에서 트럼프 당선인을 집중적으로 지원했고, 양측 간에 밀월 관계가 조성됐다. 이 업계는 비트코인 등의 가격이 지속해서 오르고 있어 정부가 이를 전략 자산으로 비축해도 손해를 보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미국 정부는 현재 원유·외화·금과 함께 비상용 의료 장비와 약품 등을 전략적으로 비축하고 있다. 미국 정부는 현재도 과거 범죄 행위 등에 연루된 비트코인을 압류해 이를 보유하고 있고, 그 규모가 200억 달러(약 27조8600억원)에 달한다.
미 상원에는 미국이 향후 5년간 매년 20만 개의 비트코인을 사들이는 내용의 ‘비트코인 2024 법안’이 제출돼 있다. 지난 11·5 대선에서 공화당이 상원과 하원의 다수당을 차지함에 따라 트럼프 당선인과 공화당이 결심만 하면 이 법안이 통과될 수 있다.
이 법안이 시행되면 미국 정부가 100만 개를 사들이게 되고, 이는 발행량이 2100만 개로 정해져 있는 비트코인 총량의 4.8%에 해당한다. 이 법안은 미국이 최소 20년 동안 비트코인을 장기 보유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미국은 이미 20만 개 이상의 비트코인을 갖고 있는 최대 보유국이다.
트럼프 당선인은 지난 7월 '비트코인 2024 콘퍼런스'에 참석해 자신이 재선에 성공하면 가상화폐 규제를 완화하고 미국 정부가 현재 보유한 비트코인을 팔지 않고 전략적으로 비축하겠다고 밝혔다.
국기연 글로벌이코노믹 워싱턴 특파원 ku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