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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호 진단] 훨씬 더 세진 트럼프노믹스 2기 'MAGA 폭탄' …레이거노믹스의 교훈

김대호 주필/ 경제학 박사

기사입력 : 2024-11-15 15:10


김대호 글로벌이코노믹 주필.
김대호 글로벌이코노믹 주필.

다시 트럼프 시대가 왔다. 트럼프는 2017년부터 2021년까지 4년 동안 이미 미국 대통령을 지낸 인물이다. 46대 대선에서 바이든에 밀려 재선에 실패했으나 4년간의 절치부심 끝에 다시 백악관으로 돌아왔다.

이미 한번 겪어본 대통령인 만큼 트럼프가 펼칠 앞으로의 4년이 과거 1기 시절과 큰 차이가 없을 것으로 본다면 이는 큰 착각이다. 트럼프는 재선 실패 후 출간한 자서전 '세이브 아메리카'에서 1기 대통령 시절에는 자신의 뜻대로 정책을 추진하지 못했다고 술회하고 있다. 정치 경험이 전혀 없는 상태에서 갑자기 권력을 잡다 보니 자신의 소신대로 하기 어려웠다는 것이다. 기존 정치권의 눈치를 보느라 타협할 수밖에 없었다고 고백하고 있다. 트럼프는 '세이브 아메리카'에서 1기 시절의 시행착오를 처절하게 반성하면서 다시 정권을 잡게 된다면 좌고우면하지 않고 그의 뜻을 과감하게 펼치겠다는 각오를 다지고 있다. 여기서 트럼프가 말하는 비전은 바로 MAGA다. MAGA의 실현이 곧 자신의 꿈이자 사명이라는 것이다.
MAGA는 영어 Make America Great Again의 약어다. 우리말로는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라는 의미다. 이 말은 도널드 트럼프가 2016년 미국 대통령 선거 캠페인에서 사용하면서 전 세계적으로 유명해진 정치적 슬로건이다. MAGA의 뿌리는 지금으로부터 44년 전인 198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공화당 후보로 대선에 나섰던 로널드 레이건이 현직 대통령이던 지미 카터 민주당 후보와 대결할 때 사용한 정치 구호가 바로 MAGA였다. 당시 미국은 베트남전 패배와 오일쇼크 그리고 달러 금태환 포기 등으로 큰 어려움을 맞고 있었다. 물가가 가파르게 오르는 상황에서 실업자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이른바 스태그플레이션의 위기에 봉착하고 있었다. 일본 경제가 미국을 제치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 것도 바로 이때였다. 실제로 맨해튼의 초고가 빌딩이 도미노처럼 일본 자본의 손으로 넘어갔다.

레이건은 이 상황에서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일으켜 세우겠다는 MAGA의 비전을 제시했다. 경제난 속 미국의 유권자들은 MAGA에 그야말로 열광했다. 캘리포니아 시골 배우 출신이었던 정치 신인 레이건은 MAGA를 앞세워 인권 대통령으로 정평이 높았던 당대 최고 정치 거물 지미 카터를 꺾고 일약 대통령에 올랐다. 1981년 백악관을 장악한 레이건은 MAGA를 실천에 옮긴다. 법인세를 낮추어 미국 기업의 국제 경쟁력을 올리는가 하면, 일본 반도체에 대해 엄청난 관세 폭탄을 때렸다. 또 플라자 합의를 통해 일본 엔화를 급격하게 평가절상시킴으로써 일본의 미국에 대한 무역흑자를 줄였다. 레이건의 이런 MAGA 실천 플랜을 경제학계에서는 흔히 레이거노믹스라 부르고 있다.

레이거노믹스는 당시 미국 대통령 이름인 로널드 레이건의 '레이건'과 경제를 뜻하는 '이코노믹스'의 합성어다. 정부 규제를 줄이고 시장 자유를 확대하는 정책을 펴면서 경제 활성화를 통해 '힘에 의한 위대한 미국'의 재건을 기한다는 국가 정책이었다. 정부 지출 삭감과 소득세의 대폭 인하, 기업에 대한 정부 규제 완화, 금융 자유화 등을 전개했다. 그 집권 초기 7.6%에 달했던 실업률이 대통령 임기를 마칠 때는 5.5%로 안정됐다. 아울러 1981년부터 1989년까지 집권 8년 동안 실질 국내총생산(GDP) 연평균 성장률이 3.2%로 1974년부터 1981년까지의 2.8%와 1989년부터 1995년까지의 2.1%보다 훨씬 높은 비율로 성장했다.
미국 우선주의를 주창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ㅅ헌자.사진=뉴시스이미지 확대보기
미국 우선주의를 주창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ㅅ헌자.사진=뉴시스

도널드 트럼프의 트럼프노믹스는 레이거노믹스와 많이 닮아있다. 같은 뿌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재집권에 성공한 트럼프 당선인은 선거 캠페인을 막후에서 이끌었던 수지 와일스 공동선대위원장을 백악관 비서실장직에 발탁했다. 대통령을 최측근에서 보좌하는 백악관 비서실장직에 여성이 내정된 건 미국 역사상 이번이 처음이다. 와일스는 박빙이라던 예측을 깨고 대선을 완승으로 이끈 트럼프 당선 일등 공신으로 첫손에 꼽히는 인물이다. 트럼프는 성명에서 “수지 와일스는 미국 역사상 가장 위대한 정치적 승리 중 하나를 달성하는 데 도움을 줬다”면서 “2016년과 2020년 대선 당시 캠페인 때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밝혔다.

트럼프는 “수지는 강인하고 똑똑하며 혁신적이고 보편적인 존경을 받고 있다. 그녀는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기 위해(Make America Great Again) 지칠 줄 모르고 계속 일할 것”이라고 했다. 이 대목에서 또 MAGA가 나온다. 와일스는 1980년 미국 대선 때 레이건 캠프에서 활약했다. 그때 MAGA 공약 팀의 실무자였다. 레이건과 트럼프를 연결하는 고리가 바로 MAGA이고, 그 두 사람의 MAGA를 관통하는 인물이 바로 수지 와일스 비서실장이다. 백악관 비서실장은 대통령의 정책 결정과 인사에 깊숙하게 관여하고 입법 과정에서 의회 수뇌부와의 협상도 이끄는 실세 중의 실세다. 트럼프 2기가 MAGA의 실천에 맞춰질 것임을 예고하는 인사이기도 하다.

트럼프는 2020년 대선 패배와 이듬해 1월 6일 극성 지지자들의 의회 난입 사태로 정치적 저점을 찍었을 때 '구원투수'로 와일스를 영입했다. 결과적으로 '신의 한 수'가 됐다. 폴리티코는 와일스가 가세한 이후 트럼프의 세 번째 대선 캠프는 진영 내부 및 반대파로부터 공히 '프로다운' 조직이라는 평가를 받았다고 소개했다. 와일스는 탈선한 트럼프의 메시지가 정상 궤도로 복귀하도록 하고, 그의 일부 결정에 대해서는 그것이 왜 거대한 정치적 부채가 되는지 설명하는 역할을 성공적으로 해냈다고 폴리티코는 전했다. 그 중심에 MAGA라는 공통의 이데올로기가 있었던 것이다,

미국 대선에서 트럼프의 당선이 확정된 후 뉴욕증시가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미국 달러화도 초강세다. 반면 미국을 제외한 다른 나라 금융시장은 약세다. 한국과 중국 등은 증시가 크게 흔들리고 있다. 한국 원화와 중국 위안화 가치도 연일 폭락하고 있다. 글로벌 금융의 동조화 현상을 감안할 때 뉴욕증시가 잘되면 그 과실의 일부가 다른 나라로 파급되는 것이 일반적인 현상이다. 그러나 최근 나타나고 있는 트럼프 트레이드는 그 혜택이 미국에 주로 쏠리고 있다. MAGA가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겠다는 운동인 만큼 시장이 미국 경제 부흥에 베팅하고 있는 셈이다. 문제는 미국을 위대하게 만드는 과정에서 다른 나라가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점이다. 그 대표적인 예가 관세다. 관세를 올리면 미국에 수출하는 나라들은 큰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트럼프는 요즈음 입만 열면 관세 폭탄 위협을 하고 있다. 무역 의존도가 세계에서 가장 높은 우리나라로서는 큰 도전을 받게 되는 셈이다. 트럼프는 1기 때도 이른바 무역확장법 232조를 부활시켜 한국의 철강에 쿼터제를 시행했다. 한·미 FTA도 전면 개정했다. 1기보다 훨씬 강화된 'MAGA 폭탄'이 다가오고 있다.


김대호 글로벌이코노믹 주필/ 경제학 박사 tiger8280@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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