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금융당국이 보험 회계와 관련해 일관성 없는 행보를 보이면서 시장의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지난주 금융위원회는 보험사들의 IFRS17 회계기준 가이드라인 적용과 관련해 '예외 모형'을 인정할 수 있다고 발표했다. 이어 얼마 지나지 않아 금융감독원이 보험사들을 불러 보수적 가정인 '원칙 모형'을 채택하라고 압박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논란의 중심이 되는 부분은 무·저해지 상품의 해지율 가정 문제다. 금감원은 일부 보험사들이 단기 실적 악화를 우려해 예외 모형을 선택할 것이라는 의구심을 제기하며, 이를 선택하는 것은 '우(愚)'를 범하는 것이라고까지 언급했다.
이러한 금융당국의 오락가락하는 태도는 우리나라 금융시장의 고질적 문제인 관치금융의 한 단면을 여실히 보여준다. 표면적으로는 금융사에 자율성을 부여한다고 하면서 실제로는 감독당국의 의중에 따라야 하는 상황인데, 심지어 이러한 입장도 그때그때 바뀌어 혼란을 가중한다.
사실 IFRS17은 2013년부터 도입을 검토해온 회계 기준으로, 보험부채 평가기준을 '원가'에서 '시가'로 전환하는 중대한 변화를 담고 있다. 당국은 새로운 회계기준 도입에 따른 혼란을 충분히 예측하고 대비할 시간이 있었음에도 제대로 준비하지도, 대응하지도 못하고 있다. 제도가 도입된 후부터 보험 회계 문제로 끊임없는 잡음이 나오고, 지금도 회계제도 변화에 대한 체계적인 원칙 없이 문제가 발생하면 그때그때 임기응변식 대응으로 일관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이는 비단 보험 분야만의 문제가 아니다. 최근 대출 정책에서도 비슷한 혼선이 빚어졌다. '대출 규제 강화'와 '실수요자 보호'를 오가는 정책으로 시장 참여자들이 큰 혼란을 겪은 바 있다.
금융은 무엇보다 신뢰와 예측 가능성이 생명이다. 하지만 우리나라 금융당국은 시장 원리는 뒷전인 채 전시성 행정과 통제 위주의 감독에만 치중하고 있다. 이러한 관치금융의 관행이 계속된다면 우리나라가 금융 선진국으로 도약하는 것은 요원할 수밖에 없다.
이제라도 금융당국은 시장의 자율성을 존중하고, 예측 가능한 정책을 통해 시장 참여자들의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
김다정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2426w@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