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의 재집권이 현실화되면서 미국의 아프리카 정책이 큰 변화를 맞을 것으로 전망된다. 전문가들은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일반적인 원조는 축소하되, 중국 견제를 위한 전략적 프로젝트는 유지할 것으로 예측한다고 13일(현지 시각)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가 보도했다.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아프리카 정책은 '전략적 선택과 집중'이 될 것이다." 케이프타운대학교 넬슨 만델라 공공거버넌스 대학원의 카를로스 로페스 교수는 이같이 전망했다.
현재 미국은 연간 약 37억 달러를 지원하며 아프리카 최대 원조국의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FIM파트너스의 찰리 로버트슨 거시경제전략 책임자는 "트럼프 재집권 시 일반 원조는 수십억 달러 규모로 삭감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다만 중국의 일대일로(一帶一路) 이니셔티브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적 프로젝트는 계속될 전망이다. 특히 '글로벌 인프라 및 투자 파트너십(PGII)' 프로그램 중 일부는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대표적으로 콩고민주공화국~앙골라~잠비아를 잇는 '로비토 철도' 개편 사업이 주목받고 있다. 이 프로젝트는 전기차 산업에 필수적인 희귀 광물 확보를 위한 전략적 가치가 높다는 평가다.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캐머런 허드슨 수석연구원은 "전략적 광물 확보, 테러 확산 방지, 중국의 지정학적 야망 견제에 대해서는 미국 여야 간 폭넓은 합의가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트럼프는 첫 임기 중에도 'Prosper Africa' 설립 등 중국 견제를 위한 이니셔티브를 도입한 바 있다. 국제개발금융공사를 통해 100억 달러 이상의 아프리카 프로젝트를 지원하기도 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트럼프의 정책이 아프리카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한다. 로버트슨은 "트럼프가 아프리카 국가들에 10~20%의 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며 "미 금리 인상과 달러 강세도 아프리카 경제에 타격을 줄 것"이라고 전망했다.
JICA 오가타 사다코 평화개발연구소의 세이후데인 아뎀 연구원은 "트럼프의 이민정책 강화가 장기적으로 미국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전문가들은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아프리카 정책이 전략적 프로젝트 중심의 선별적 지원, 중국 견제를 위한 경제 협력 강화, 이민정책 강화로 인한 갈등 가능성, 일반 원조 프로그램 축소 등과 같은 특징을 보일 것으로 예상한다.
이러한 변화는 아프리카 국가들을 미·중 갈등 속 어려운 선택의 기로에 서게 할 것으로 보인다. 로페스 교수는 "냉전과 유사한 분위기가 조성될 수 있다"며 "다만 이념보다는 시장, 기술, 자금 접근성이 핵심 변수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트럼프의 아프리카 정책 변화가 한국 기업들에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특히 미국의 중국 견제 전략에 동참하면서 아프리카 시장 진출을 확대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한국 기업들이 미국의 'PGII' 프로젝트에 적극 참여할 필요가 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 관계자의 말이다. 특히 전기차 배터리용 광물 개발과 인프라 구축 사업이 유망하다고 분석한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현재 한국의 대아프리카 수출은 전체의 2%에 불과하다. 그러나 콩고·잠비아 등 광물 자원이 풍부한 국가들과의 협력 기회는 확대될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미국 주도의 인프라 사업 참여 확대, 희귀 광물 개발 투자 강화, 한·미 협력을 통한 리스크 관리, ESG 기반 현지 진출 전략 수립 등과 같은 전략을 제시한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