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ETA(전자여행허가제)는 한국에 무비자 입국이 가능한 국가(총 112개국)의 국민이 한국에 비자 없이 입국하고자 할 때 홈페이지에 개인 및 여행 관련 정보를 사전에 입력해 여행허가를 받는 제도로 2021년 9월에 도입됐다. 잠재 불법체류자 유입 방지가 K-ETA 도입의 주요 근거 중 하나다.
최근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이 내놓은 2024년 전자여행허가제 개선방안 연구에 따르면 K-ETA 도입은 2023년 4월 이후 K-ETA 적용 대상 국가의 방한 여행객을 20% 이상 감소시킴으로써 연간 관광수입액을 1900억원 이상 감소시켰을 것으로 추정했다. 지난 2015~2019년 기준 방한 여행객 수 상위 35개 국가 중 K-ETA 적용 대상 국가의 경우 2023년 4월부터 2024년 5월까지 방한 여행객 수가 월평균 27.3~28.3% 줄어든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방한 여행객 수 상위 6위와 9위를 차지했던 태국과 말레이시아의 경우 K-ETA로 인해 2023년 4월부터 2024년 5월까지 방한 여행객이 월평균 1만6985명 감소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를 연 단위로 환산하면 K-ETA로 인해 태국 및 말레이시아 방한 여행객이 20만3820명 감소했고, 이에 따라 우리나라의 연간 관광수입액이 약 1억7000만 달러 줄어들었다.
이는 2023년 우리나라 영화 총수출액 6000만 달러의 세 배에 가까운 수치이고, 만화(웹툰) 총수출액 1억8000만 달러와 비슷한 규모이며, 코로나 팬데믹 이전인 2019년 대비 2023년 우리나라 관광수지 적자 증가분인 13억5000만 달러의 약 13%에 해당한다. 여기에 국내 산업 연관관계까지 고려하면 K-ETA 도입으로 인한 관광수입 감소는 연간 국내 생산을 3700억원 이상, 고용을 2500명 이상 감소시켰을 것으로 보인다.
K-ETA 도입으로 인한 관광수입 감소는 국내 산업 연관관계를 고려한 파급효과까지 고려했을 때 3745억원의 국내 생산, 1388억원의 부가가치, 2524명의 취업자 감소로 이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K-ETA 도입으로 인한 방한 여행객 감소 효과에도 불구하고 K-ETA 도입 이후 K-ETA 적용 국가로부터 불법체류자 유입이 유의미하게 감소했다는 증거는 구체적으로 나타나지 않고 있다. 잠재 불법체류자 유입 방지는 K-ETA 도입의 주요 근거 중 하나로, K-ETA 성과를 평가할 때 반드시 검토해봐야 할 문제다.
국내 누적 불법체류자 수 1위 국가인 태국의 경우 K-ETA로 인한 방한 관광객 감소에도 불구하고 2021~2022년 대비 2022~2023년 국내 불법체류자 증가 추세가 상대적으로 높았으며, 2023년 방한 관광객 수 대비 추가 불법체류자 수도 타국과 비교했을 때 여전히 많은 편이다. 국내 누적 불법체류자 수 6위 국가인 카자흐스탄의 경우 2023년 추가 불법체류자 수의 절대량은 2022년에 비해 감소했지만, 방한 여행객 수 대비 추가 불법체류자 수는 타국과 비교했을 때 여전히 많은 편에 속한다.
K-ETA 신청 시 외국 신청자가 입력하는 정보의 신빙성과 정확성 등을 담보할 수 없는 상황에서는 K-ETA가 불법체류자 유입 방지에 유의미한 효과를 거두기 어렵다. K-ETA 거부 사례가 많이 발생하고 이 사실이 언론이나 소셜미디어 등을 통해 확산하면서 K-ETA 적용 국가 국민들이 한국 여행에 대한 불확실성을 높게 인식하고 있다.
한국 여행상품 공급자 입장에서도 불확실성을 줄이기 위해 K-ETA 허가를 받은 사람들만을 대상으로 모객(募客)해야 하는데 이로 인해 일본·대만·중국 등 한국 주변국의 여행상품에 비해 모객이 어려워지고 한국 여행상품의 마진이 줄어들면서 한국 여행상품 공급의 전반적인 하락으로 이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K-ETA 도입으로 인해 가장 불편해진 점으로 높은 신청 수수료, 긴 심사 기간, 복잡한 신청 절차 등이 지적된다. 여행 수요자의 K-ETA 신청이 더 쉽게 이뤄질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
조용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yccho@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