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유도무기의 명가 LIG넥스원의 3분기 실적 발표 후 증권가들의 호평이 이어지고 있다. 주로 천궁 지대공 미사일 판매 등에 힘입은 실적 개선과 대함 단거리 유도 로켓 '비궁'의 수출 가능성을 강조한다. 그러나 LIG넥스원의 천궁 지대공 미사일만 만들지는 않는다. 항공관제 레이도 만들고 효자 유도무기 '현궁'도 있다. 대전차 미사일인 현궁은 중동 국가에 팔려 한국 방산업과 LIG넥스원의 실력을 유감없이 발휘한 무기로 손꼽힌다.
방산업계에 따르면, LIG넥스원 지난 8일 올해 3분기(7~9월) 연결기준으로 매출액 7403억 원, 영업이익 519억 원을 거뒀다고 발표했다. 지난해 3분기보다 각각 38.1%, 26.5% 증가한 놀라운 실적이다. 3분기 순이익은 407억 원으로 전년 대비 20.3% 증가했다. 이에 따라 올들어 3분기 말까지 누적 매출액은 1년 전보다 29.5% 늘어난 2조1085억 원, 영업이익은 12.4% 증가한 1681억 원, 순이익은 17.4%불어난 1470억 원으로 집계됐다.
LIG넥스원은 보병용 중거리 유도무기 '현궁', 중어뢰-Ⅱ '범상어', 차세대 디지털 무전기 'TMMR' 등 유도무기, 지휘통제, 감시정찰, 항공·전자 분야의 양산사업 증가에 힘입어 양호한 실적을 거뒀다고 밝혔다.
LIG넥스원은 방위사업청과 1440억 원 규모의 '현궁'을 납품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납품기간은 6월25일부터 오는 2027년 11월30일까지 약 3년 반이다. 거대한 몸체에 발사대에 수납되고 수십억 달러 규모를 자랑하는 천궁-2 지대공 미사일의 빛에 가려져 있겠지만 '현궁'은 LIG넥스원의 매출 기반을 든든히 뒷받침할 것으로 예상된다.
해외에서 AT-1K '레이 볼트(빛의 화살)로 더 잘 알려져 있는 현궁은 현궁은 국방과학기술연구소(ADD)가 개발을 총괄하고 개발한 대전차 무기로 유도탄은 LIG넥스원이, 발사대는 한화㈜가 각각 생산한다. 현궁은 노후 90·106mm 무반동총, 메티스-M, 토우 미사일 등을 대체하고 있다. 육군 부대에 보급되고 있다.
현궁은 2015년 첫 선을 보인 후 국내외의 주목을 받고 있다. 넉넉한 사거리에 동급 최강의 관통력, 가벼운 무게까지 고루 갖춘 팔방미인 무기로 자리매김했다. 보병이 휴대하는 것은 물론, 육군에 보급된 전술차량에 탑재해 운용하기도 한다.
현궁의 사거리는 약 2.5~3km, 관통력은 균질압연강판 900mm를 뚫을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사일 자체 무게는 13kg에 불과하다. 발사후 망각 방식을 채택해 사수는 쏘가 다른 곳으로 이전해 다시 교전에 나설 수 있는 만큼 보병의 생존력을 높였다. 특히 발사후 직선으로 날아가다 적전차 상부에서 공격하는 탑어택 능력을 갖추고 있어 적 전차를 제물로 만드는 공격력이 탁월하다. 탄두는 2개의 탄두를 나란히 배열한 탠덤방식을 채택해 전방의 선구탄두가 반응장갑 등을 격파하면 후방의 주 탄두가 전차 본체를 파괴하기 때문에 관통력이 높다. 현궁의 이름에 걸맞은 성능이다.
현궁의 다른 장점은 사용하기 편리하다는 점이다. 미국의 간판 대전차 미사일인 '재블린'은 표적을 조준할 때 적외선 CCD(전하결합소자)를 사용하는 데 발사 전 30초 정도 냉각해야 한다. 현궁은 비냉각식 적외선 CCD와 가시광선 카메라를 채택하고 있기 때문에 밤이든 낮이든 곧바로 표적을 조준한뒤 발사할 수 있다.
산악이 많은 한국 전장 상황에서는 더 이상 바랄 게 없는 스펙이다.
글로벌 시장에서 강점은 가성비다. 재블린이 한 발 당 3억 원으로 알려졌는데, 현궁은 3분의 1 수준인 1억 원 정도로 알려져 있다. LIG넥스원이 방위사업청과 계약한 예산만 따지면, 그간의 물가상승률, 다른 장비와 부품 비용 등을 감안해도 최소 1000발을 납품할 것으로 추정된다.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미국산 대전차 미사일 '재블린' 이 맹활약한 덕분에 러시아 전차는 맥을 추지 못하고 전장의 이슬로 사라졌다. 우크라이나는 한국에 무기 지원을 요청하고 있고 방산업계에서는 천궁-2와 함께 현궁이 지원 무기 대상으로 거론되고 있다. 한국 육군에도 현궁이 대량으로 배치된다면 육군의 K2 전차와 전차 킬러인 아파치 공격헬기와 함께 북한의 전차를 제압하는 데 일등공신 될 전망이다.
박희준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acklondon@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