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주요 기업들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 정부가 대대적으로 추진하는 수입품에 대한 관세 적용 예외를 인정받으려 총력 로비전에 돌입했다. 뉴욕 타임스(NYT)는 트럼프 당선인이 자기에게 우호적인 기업에는 관세 적용 예외를 인정해 주고, 적대적인 기업에는 관세를 중과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에 따라 기업들이 트럼프 당선인 정부의 결정에 영향을 미치려고, 로펌이나 전문 로비 업체를 동원해 로비 활동을 하고 있다고 NYT가 전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한국산을 비롯한 모든 수입품에 10~20%의 보편 관세를 부과하고, 중국산 제품에는 60%의 관세를 매기겠다고 공약했다. 그는 집권 1기 당시에도 우방국과 경쟁국을 상대로 관세 전쟁을 했고, 이번에는 그 규모가 10배가량 늘어날 것으로 미국 언론이 전망했다.
미국 기업이 수입품에 대한 관세 면제를 인정받으면 경쟁사에 비해 결정적으로 유리한 고지를 점하게 된다. 집권 1기 당시에도 이런 이유로 관세 면제를 받기 위한 대규모 로비전이 벌어졌다.
트럼프 당선인은 집권 1기 당시에 철강, 태양광 패널, 세탁기, 중국산 스마트 시계, 화학 제품 등에 걸쳐 모두 4000억 달러(약 555조 원) 규모의 관세를 부과했다. 집권 2기에 이를 10배로 늘리면 그 규모가 4조 달러(약 5550조 원)에 달한다.
트럼프 당선인은 집권 2기에 동맹국과 중국 등 적대국을 가리지 않고 무차별 공세를 취할 예정이다. 트럼프 당선인은 이미 2018년 3월 국가안보 위협을 이유로 무역확장법 232조를 적용해 EU, 중국, 일본으로부터 수입되는 철강과 알루미늄에 각각 25%, 10%의 관세를 부과했다. EU는 이에 맞서 할리 데이비드슨 오토바이, 리바이스 청바지 등 미국산 제품에 보복 관세로 맞대응하면서 철강 분쟁이 발생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집권 1기였던 2018년 중국의 불공정 경제 관행과 무역수지 불균형을 이유로 무역법 301조(슈퍼 301조)에 근거해 총 2500억 달러 규모 중국산 제품에 25% 관세를 부과했다. 중국은 1100억 달러어치 미국산 제품에 대한 보복 관세로 맞대응했다.
NYT는 “트럼프 집권 1기 당시인 2018~2019년 사이 미 무역대표부(USTR)에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관세 면제 신청 건수가 5만 건가량 접수됐고, 상무부에는 철강과 알루미늄 수입과 관련된 관세 면제 신청 건수가 거의 50만 건에 달했다”고 지적했다.
NYT는 “트럼프 당선인이 관세 카드를 흔들어 보임에 따라 다수의 미국 기업이 구체적인 관세 정책이 마련되기도 전에 면제 신청을 하려고, 변호사나 로비스트를 채용하고 있다”고 전했다. 트럼프 당선인 측은 아직 관세 관련 공약을 어떻게 이행할지 밝히지 않았고, 면제를 인정할지 아직 불확실하다.
트럼프 당선인의 관세 정책은 상무부 장관으로 지명된 하워드 러트닉(63)과 스콧 베센트(62) 재무부 장관이 투톱 체제로 이끌게 된다. 러트닉은 월가 투자은행 '캔터 피츠제럴드'의 최고경영자(CEO) 출신으로 트럼프 당선인의 정권 인수팀 공동위원장을 맡고 있다. 그는 트럼프 당선인의 관세 확대 공약을 적극 지지했다. 베센트는 헤지펀드 '키스퀘어 그룹' 창업자로 트럼프의 관세 확대 정책을 옹호했다.
베센트는 트럼프 당선인의 관세 공약이 대외 협상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곧 트럼프 당선인 정부가 무역 상대국과 협상이 이뤄지면 관세 부과 면제를 할 수 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미국 최대 소매 체인점 월마트를 비롯한 미국 기업들은 트럼프 당선인이 수입품에 관세를 부과하면 제품 가격이 오를 것으로 우려한다고 밝혔다.
국기연 글로벌이코노믹 워싱턴 특파원 ku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