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가 의지해온 최대 우방국 미국과 한국의 관계가 2기 도널드 트럼트 행정부에서 큰 위기를 맞을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왔다.
이같이 비관적인 관측은 야권이 아니라 집권여당인 국민의힘 내부에서 제기됐다.
국민의힘 소속 중진 정치인인 유승민 전 의원은 최근 홍콩 유력 영자 일간 아시아타임스와 지난 19일(이하 현지시각) 가진 인터뷰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가치 기반' 외교는 실리만 중시하는 트럼프에겐 통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고 내다봤다.
여당의 대표적인 비주류에 속하는 그는 “트럼프는 모든 일을 철저히 돈 거래하듯 하는, 심지어 한미 방위비 분담 같은 문제도 돈 거래 차원에서 바라보는 사람이기 때문에 윤 대통령이 그동안 표방해온 가치 외교가 트럼프에게는 공감을 얻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며 이같이 밝혔다.
유 전 의원은 “따라서 2기 트럼프 행정부 하에서 주한미군 문제나 방위비 분담 같은 사안은 협상의 문제로 생각해야 한다”면서 “윤 대통령과 현 정부 관리들은 이제부터 (트럼프의 트레이드 마크인) ‘거래의 기술’을 배울 필요가 있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그는 “역시 미군이 주둔하고 있는 일본이나 독일의 사정도 비슷하다”면서 “우리 정부도 다른 나라들이 어떤 식으로 대응하는지를 분석해 우리의 국익에 맞는 조건을 (2기 트럼프 행정부에)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 전 의원은 남북 문제에 대해서도 “국방력을 강화해 북한의 야욕을 저지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꾀하는 일도 중요하다”면서 “북한과 대립하는 입장만 고수하는 것보다 지속적으로 대화하고 끌어들이는 노력도 필요하다”고 말해 윤 대통령의 강경 대북 노선을 비판했다.
한편, 개혁보수를 표방해온 정치인으로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 홍준표 대구시장,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 등과 함께 여권의 차기 대권주자로 꼽히는 그는 윤 대통령의 지지율이 보수성향이 강한 영남 지역에서도 20% 아래로 떨어지는 등 심각하게 추락하고 있는 것에 대해 윤 대통령이 자초한 일이라고 비판했다.
유 전 의원은 “내 자신이 (보수의 심장으로 불리는) 대구에서 네 번이나 국회의원으로 뽑힌 정치인이라 누구보다 이 지역의 분위기를 잘 안다”면서 “영남 지역 유권자들은 윤 대통령이 전임자들에게 부족했던 점을 채우는 정책을 진심으로 펼치기를 바랬으나 윤 대통령은 이른바 4대 개혁(연금·의료·노동·교육 개혁)에서나 경제 정책에서나 아무 것도 제대로 추진한 것이 없는 것 같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의 국정 개입 의혹에 대해 제1야당인 민주당을 비롯한 야권이 특별검사를 통한 수사를 국회에서 추진하고 있으나 윤 대통령이 김 여사에 대한 특검 수사에 반대하는 입장을 고수해 여야 대립이 격화된 것과 관련해서도 유 전 의원은 “윤 대통령이 지난 7일 진행한 기자회견은 진솔한 사과도 없었고 확실히 국정의 방향을 바꾸겠다는 약속도 없었다는 점에서 매우 실망스러웠다”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김 여사처럼 선출되지 않은 공무원이 확실히 국정에 개입할 수 없도록 하겠다는 분명한 의지를 밝히지 않았다는 점이 실망스러웠다”면서 “페루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와 브라질에서 개최되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 동행시키지 않기로 하는 등 김 여사의 대외활동을 줄이겠다고 한 것 역시 미봉책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