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공화당이 백악관과 상원에 이어 하원도 장악하는 이른바 ‘레드 스윕’이 현실화하면서 미국의 재정적자 확대와 국채 금리 상승 우려가 가중될 전망이다.
13일(현지시각) 주요 외신에 따르면 공화당은 435명의 의원을 선출하는 하원 선거에서 과반인 218석을 확보함에 따라 행정부 장악에 이어 의회 상하원에서 모두 다수당을 차지했다.
이에 따라 트럼프 행정부 2기에서 감세와 관세 인상을 포함한 경제 정책 추진이 한층 탄력을 받을 전망 속에 인플레이션과 미국 재정 적자에 대한 우려가 커질 전망이다.
로이터 통신은 '레드 스윕'으로 연방정부의 부채 한도 상향에 대한 합의에 도달하는 과정이 수월해질 수 있다고 진단하면서도 재정 악화와 채권 시장의 혼란은 더 심화할 것으로 분석했다.
지난해 미국 의회의 부채 한도 증액을 둘러싼 갈등으로 미국 주식과 채권 시장에서 대규모 매도세가 촉발됐고, 채무불이행 위험이 커지면서 미국의 국가 신용등급이 타격을 입기도 했다.
기준물인 미국 국채 10년물 수익률은 트럼프의 대선 승리 확정 이후 지난 6일 4개월여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최근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다. 트럼프의 당선으로 경제 성장 촉진과 인플레이션 압력 가중 및 재정적자 확대 가능성에 투자자들이 대비하면서 국채 수익률 상승(가격 하락)을 견인했다.
국채 수익률의 고공 행진에 반해 미국 정부의 채무불이행 가능성이 낮아졌다는 평가 속에 미국의 1년물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은 대선 당일 49bp에서 이튿날 18bp로 하락했다. CDS 프리미엄은 채무불이행 위험을 헤지하기 위한 보험료 성격의 수수료다.
매쿼리 그룹의 티에리 위즈먼 글로벌 외환 및 금리 전략가는 "미국 국채 CDS 프리미엄 하락은 같은 당이 의회와 행정부를 모두 장악하는 한 부채 한도 위기가 신용 이벤트나 채무불이행으로 이어질 위험이 낮아졌음을 반영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조 바이든 행정부에서는 공화당이 하원을 장악하면서 지난해 수개월간의 벼랑 끝 대치 끝에 31조4000억 달러 규모의 정부 차입 한도를 상향 조정하는 합의에 도달한 바 있다.
그렇지만 당시 정치적 교착 상태가 길어지면서 신용평가사들은 냉담한 반응을 보였고 영국의 피치(Fitch)는 지난해 8월 미국의 국가신용등급을 최고 등급인 ‘AAA’에서 ‘AA+’로 한 단계 낮췄다.
미국의 무디스 (Moody's)도 미국 국가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했다.
미국의 부채 한도는 내년 1월2일에 다시 복원될 예정이다. 전략가들은 모든 부채 의무를 이행할 수 있는 재무부의 자금이 고갈되는, 이른바 ‘엑스 데이트(X-date)’가 2025년 하반기에 도래할 것으로 추정했다.
JP모건의 전략가들은 "민주당이 백악관을 장악하고 공화당이 하원을 장악하는 것이 가장 논쟁거리였는데 지난해의 '불꽃놀이'와 같은 상황이 이번에는 반복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렇지만 채권시장의 불안감은 쉽게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강력한 경제 성장과 인플레이션 상승 가능성으로 많은 이들이 이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내년 금리 인하에 대한 베팅을 대거 철회하며 채권 가격에 큰 부담이 되고 있다.
3대 신용평가사 중에 유일하게 미국에 최상위 등급을 부여하고 있는 무디스는 지난주에 미국의 재정 건전성 위험이 더 커졌다고 경고했다.
무디스는 앞서 지난 9월에도 미국의 재정 악화가 더 심해질 경우 국가신용등급을 강등할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닛코 자산운용의 나오미 핑크 수석 글로벌 전략가는 재정적자 증가로 결국 투자자들이 미국 채권 보유에 대해 더 높은 프리미엄을 요구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핑크는 "외부 투자자들이 미국 국채 보유에 대해 더 높은 프리미엄을 요구할 경우 채권 시장이 잠재적인 혼란을 겪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수정 기자 soojunglee@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