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G손해보험 매각 5번째 도전이 야당과 노조의 공세로 꼬이고 있다. 자본 건전성이 최하위 수준인 MG손보는 그동안 수차례 매각이 무산되면서 우려감이 컸다. 예금보험공사가 주도하는 MG손보 매각은 수의계약이 추진돼 메리츠화재의 인수가 유력했다. 하지만 MG손보 노조의 극렬 반대와 국회가 국정감사에서 이슈화하면서 매각이 지연되고 있다.
신장식 조국혁신당 의원은 지난달 국감에서 MG손보 수의계약 관련 메리츠화재의 특혜 의혹을 지적했다. 국책은행 공동 출자로 MG손보 인수 방안을 제시하면서 매각이 공회전하고 있다. IBK기업은행은 ‘울며 겨자 먹기’로 MG손보 인수를 검토하고 있다.
금융당국과 예금보험공사는 특혜 시비를 해명하고 있지만 매각 절차는 지연되고 있다. 금융권에선 MG손보 매각의 '적기'를 놓치면 추가 비용이 눈덩이처럼 커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 부실 금융기관인 MG손보는 자본 확충이 시급한데 매각에 실패하면 더 큰 공적자금이 투입돼야 하는 상황이다.
그동안 국책은행의 보험사 인수는 '악수(惡手)'의 연속이었다. 정치권이 지목한 산업은행과 IBK기업은행은 산하에 생명보험사를 뒀지만 순탄하지 않다.
산업은행은 2010년 금호그룹 구조조정 당시 KDB생명을 칸서스자산운용과 인수했지만 자칭 타칭 '아픈 손가락'으로 불린다. 산업은행은 조(兆) 단위 자본 확충과 매각을 잇달아 추진했지만 실패했다.
기업은행 자회사 IBK연금보험도 건전성에 우려가 있는 보험사로 전락했다.
이런 상황에서 국책은행인 기업은행이 부실 금융기관이란 꼬리표가 붙은 MG손보를 제대로 품에 안을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M&A는 기업의 중요한 경영 전략이다. 기업은 성공적인 M&A로 신시장에 진출하거나 수십 배, 수백 배의 시너지를 창출하기도 한다. 반대로 실패한 M&A는 기업을 나락으로 추락시키기도 한다. 기업은행의 MG손보 인수가 기업의 M&A 전략적 목적에 부합하는지는 미지수다.
M&A는 크게 경영전략적 동기, 영업적 동기, 재무적 동기로 구분된다. 경영전략적 동기에는 사업다각화 신규사업 진출, 전후방 사업 통합, 해외 선진기술 취득 및 해외시장 확보 등이 있다. 영업적 동기는 규모의 경제 효과, 유통 채널 확보, 우수인재 유치다. 재무적 동기는 위험 분산, 규모·자금조달 능력 확대, 적자기업과 흑자기업 합병을 통한 조세 절감 등이다.
기업은행의 MG손보 인수가 이 같은 전략적 동기에 얼마나 부합하는지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 기업은행이 아무리 국책은행이라지만 상장사다. 경영·사업, 조직 운영, 영업·재무 전략 등이 계획에 맞게 이뤄져야 한다. 국감에서 야당 의원 한마디에 M&A가 졸속 추진된다면 그 기업에 투자할 사람이 몇이나 될까.
무엇보다 기업은행의 MG손보 인수가 주주가치 증대에 도움이 되는가를 고민해야 한다. 또 경영 전략이나 소비자의 편익 증대에 도움이 되는가, 나아가 보험산업 발전에 도움이 되는가, 오히려 노조의 고용승계에만 목표가 맞춰진 것은 아닌지 의구심이 든다.
그동안 국책은행에 매각된 기업과 금융사 노조들은 민간기업에 매각되는 것을 극도로 반대해왔다. 대우조선해양(현 한화오션) 노조도 산업은행이 민간기업에 매각할 때 크게 반대했다. 대우조선해양이 국책은행 밑에 계속 존속했다면 현재의 혁신과 성장을 할 수 있었을까.
국책은행이 혈세를 투입해 기업을 인수하거나 회생시키는 방안은 최소화해야 한다. 민간이 자생적으로 활발한 M&A에 나서고, 역동적 경제가 실현될 때 우리 기업의 가치도 올라갈 것이다.
임광복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ac@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