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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자동차 관세폭탄에 쌀·지도 데이터까지… 美, 韓에 '민감 현안' 전방위 압박

자동차 관세 위협 넘어 쌀 시장 개방·지도 데이터까지 요구
정부 "추가 양보 여력 없다"…국익 최우선 원칙 속 협상 난항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25% 고율 관세 카드를 꺼내 들며 자동차는 물론 쌀, 지도 데이터 등 민감한 현안까지 전방위로 한국을 압박하고 있다. 정부는 국익을 최우선으로 협상에 임하겠다는 원칙이지만, 미국의 높은 요구에 협상 타결까지는 험로가 예상된다. 사진은 평택항에 선적을 기다리는 수출용 자동차들. 사진=AP/연합뉴스이미지 확대보기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25% 고율 관세 카드를 꺼내 들며 자동차는 물론 쌀, 지도 데이터 등 민감한 현안까지 전방위로 한국을 압박하고 있다. 정부는 국익을 최우선으로 협상에 임하겠다는 원칙이지만, 미국의 높은 요구에 협상 타결까지는 험로가 예상된다. 사진은 평택항에 선적을 기다리는 수출용 자동차들. 사진=AP/연합뉴스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당초 7월 8일에서 3주 미뤄 8월 1일 발효할 25% 고율 관세를 계기로, 대(對)한국 통상 압박 전선을 자동차 등 핵심 산업을 넘어 쌀, 지도 데이터 같은 민감한 안보·민생 현안으로까지 넓히고 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틀 안에서 한국이 추가로 양보할 부분이 많지 않은데도 미국의 요구 수위가 높아지면서 양국 무역 협상이 난항을 겪고 있다고 LA타임스가 10일(현지시각) 보도했다.
가장 큰 쟁점은 단연 자동차 산업이다. 한국은 지난해 미국에 347억 달러(약 48조 원) 규모의 자동차를 수출해 미국에 대한 3위 자동차 수출국에 올랐다. 반면 미국산 자동차 수입액은 21억 달러(약 2조8900억 원)에 그친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 같은 660억 달러(약 91조 원) 규모의 무역 적자를 불공정하다며 문제 삼고, 25% 관세 카드로 한국 자동차 산업을 정조준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미국의 관세가 현실화된다면 가격 경쟁력 저하에 따른 직격탄을 맞을까 우려한다. 그간 현대차와 기아는 미국 내 재고를 팔아 상반기 사상 최고 판매고를 올렸으나, 관세가 본격 붙으면 가격 인상은 시간문제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 경우 두 회사의 영업이익이 지난해와 비교해 두 자릿수 감소를 기록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 쌀·지도 데이터·방위비… 안보·민생까지 흔든다


미국의 요구는 자동차 산업에만 그치지 않는다. 미국은 한국이 제조업 협력 확대를 꾀하는 것과 달리, 대중을 설득하기가 한층 어려운 식량과 국가 안보에 바로 이어지는 사안까지 협상 테이블에 올리고 있다.

대표적으로 쌀 시장 개방을 요구한다. 쌀은 농가 소득의 핵심으로, 한국이 무역 관계에서 강력하게 보호하는 품목 가운데 하나다. 현재 한미 FTA에 따라 한국은 미국산 쌀 13만2304톤까지는 5%의 낮은 관세를, 이를 넘는 물량에는 513%의 높은 관세를 매긴다. 미국은 이 장벽을 허물라고 압박한다.

구글의 고정밀 지도 데이터 국외 반출 허용 요구 역시 민감한 안보 현안이다. 한국 정부는 그간 안보를 이유로, 특히 군사기밀 보호 차원에서 구글의 요청을 거부해왔다. 지난해 우크라이나가 구글 지도 데이터 탓에 일부 군사 시스템 위치가 러시아에 드러났다고 비난한 사례도 있어 정부의 우려는 더욱 깊다.

여기에 더해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임 시절부터 이어온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증액 요구를 여전히 압박 수단으로 쓰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국무회의에서 "한국은 돈을 많이 벌고 있다. 자신들의 군대를 위해 돈을 내야 한다"며 해마다 100억 달러(약 13조7000억 원)를 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국 회계감사원(GAO)의 2021년 보고서를 보면 2016년부터 4년간 주한미군 유지 총비용은 해마다 평균 약 48억 달러(약 6조5899억 원)였으며, 이 기간 한국은 총비용의 약 30%를 부담했다. 현재 2026년부터 적용할 제12차 방위비 분담 특별협정(SMA)에 따라 한국의 분담금은 내년 2025년보다 8.3% 오른 11억9000만 달러(약 1조6337억 원)로 책정했으며, 이후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에 따라 해마다 올리기로 했다. 트럼프의 요구는 이보다 10배 가까이 많은 액수다.

◇ 정부 "국익 우선" 원칙 고수… 돌파구 마련 '가시밭길'


이에 한국 정부는 국익을 최우선으로 협상에 임한다는 방침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양측에 서로 이익이 될 수 있는 결과를 내야 하지만, 아직 각자가 무엇을 원하는지 뚜렷하게 정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정부는 관세 피해 산업 지원과 수출시장 다변화, 국내 제도 개선 등을 추진하고, 기존 한미 FTA에 따라 이미 대부분의 미국산 제품에 무관세를 적용하고 있어 추가로 양보할 부분이 거의 없다고 강조한다.

8월 1일 관세 시행을 앞두고 막판 협상은 이어지겠지만, 핵심 쟁점에서 양측의 의견 차가 커 돌파구를 마련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관세가 현실화된다면 한국 수출 경제에 상당한 충격을 주리란 전망이 나온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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