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신규 수주 급감… 수리·보수 시장 점유율도 70%→50%로 하락
현대중공업·한화오션, 美 해군 정비사업 진출 가속…'해양강국' 도약 기회
현대중공업·한화오션, 美 해군 정비사업 진출 가속…'해양강국' 도약 기회

클락슨리서치는 최신 보고서에서 2025년 상반기 중국 조선업계의 신규 수주량이 2630만 재화중량톤수(DWT)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8% 급감했다고 밝혔다. 이로써 올 상반기 세계 신규 수주 시장에서 중국의 점유율은 지난해 75%에서 56%로 곤두박질쳤다.
반면 같은 기간 한국은 1420만 DWT를 수주해 지난해보다 7% 줄어드는 데 그쳤다. 수주량은 조금 줄었지만 세계 시장 점유율은 14%에서 30%로 두 배 넘게 뛰어오르며 중국과의 격차를 크게 좁혔다.
◇ 흔들리는 中 '조선 굴기'…美 제재에 '직격탄'
업계 전문가들은 시장 재편의 핵심 원인으로 미국의 고강도 제재를 꼽는다. 선박 입찰 플랫폼 십비드(SHIPBID)의 한닝 싱가포르 지사장은 "중국 조선산업을 겨냥한 미국의 조치에 전 세계 선주들이 우려하면서 나타난 결과"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미국은 자국 조선소 활성화를 내세우며 중국이 소유·운영하거나 건조한 선박에 높은 항만 수수료를 물리겠다고 예고했고, 조선소 핵심 장비인 안벽 크레인 같은 중국산 제품에도 높은 관세를 매겼다. 이런 압박은 선박 건조를 넘어 수리·유지·보수 시장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한 지사장에 따르면 2021년에서 2024년까지 평균 70%에 이르렀던 중국의 초대형 원유 운반선(VLCC) 수리·보수 시장 점유율은 올 상반기 50% 수준으로 떨어졌다.
물론 주기적인 세계 수요 감소가 중국의 점유율 하락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도 나온다. 선박 중개·해운 서비스 그룹 반케로 코스타의 랄프 레슈친스키 리서치 총괄은 "2021년부터 2024년까지 이어진 호황기에는 한국과 일본에서 처리하지 못한 물량이 중국으로 넘어가는 '낙수 효과'가 컸지만, 최근 신규 발주 자체가 줄면서 이 효과가 줄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선주들이 중고 시장에서 되팔 것을 생각해 한국이나 일본에서 만든 선박을 더 찾는 경향이 있다고 덧붙였다.
레슈친스키 총괄은 "대형 국영 조선소는 비교적 안정적이지만, 실적이 부족한 소규모 민간 조선소들은 타격이 클 것"이라고 내다봤다. 현재 전 세계에서 운항하는 선박의 23%가 중국산이다.
◇ '반사이익' 얻은 韓, '해양 강국' 도약 기회로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은 지난해부터 미 해군 MRO 사업에 뛰어들며 미국 시장 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 4월 HD현대중공업은 미국 최대 군함 건조업체인 헌팅턴 잉걸스 인더스트리와 기술 협력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하기도 했다.
한국 정부 또한 이 기회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방침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미국이 중국 규제를 강화하면서 한·미 양국이 조선 분야에서 협력을 깊게 하고 있다"면서 "조선을 넘어 세계를 이끄는 해양 강국으로 도약하겠다"고 선언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