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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삼성전자·LG엔솔, 테슬라 북미 공급망 핵심으로 부상

삼성전자, 22조 규모 테슬라 2나노 AI칩 수주…TSMC 제치고 파운드리 판도 변화 예고
LG엔솔, 6조원대 LFP 배터리 공급…美 대중 관세 속 ESS 시장 선점
테슬라가 북미 시장 공략을 위해 삼성전자, LG에너지솔루션과 손잡고 반도체·배터리 핵심 공급망을 구축했다. 테슬라는 이번 계약을 통해 삼성전자의 차세대 2나노 AI칩과 LG에너지솔루션의 LFP 배터리를 안정적으로 공급받으며, 미래 기술 경쟁력과 현지 생산 역량을 동시에 강화하게 됐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테슬라가 북미 시장 공략을 위해 삼성전자, LG에너지솔루션과 손잡고 반도체·배터리 핵심 공급망을 구축했다. 테슬라는 이번 계약을 통해 삼성전자의 차세대 2나노 AI칩과 LG에너지솔루션의 LFP 배터리를 안정적으로 공급받으며, 미래 기술 경쟁력과 현지 생산 역량을 동시에 강화하게 됐다. 사진=로이터
삼성전자와 LG에너지솔루션이 세계 전기차 시장의 선도 기업인 테슬라와 각각 반도체, 배터리 분야에서 조 단위를 훌쩍 넘는 대규모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이는 미·중 무역 갈등 속에서 가속화되는 글로벌 공급망 재편의 흐름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건이다. 두 기업은 이번 계약을 통해 테슬라의 북미 생산 기지에 핵심 부품을 공급하는 동맹 관계를 구축하며, 테슬라의 '탈(脫)중국' 전략의 핵심 파트너로서 위상을 공고히 했다.

◇ LG엔솔, 美 LFP 배터리 공급 거점 부상…테슬라 ESS 시장 정조준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 30일(현지시각), 단일 계약으로는 역대 최대 규모인 5조9442억 원의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공급 계약을 공시했다. 계약 기간은 2027년 8월부터 3년 간이며, 지난해 LG에너지솔루션 전체 매출의 23.2%에 달하는 막대한 규모다. 계약 상대방은 명시되지 않았으나, 공급 시점과 물량, 배터리 유형 등을 고려할 때 테슬라가 유력한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이번 계약은 LG에너지솔루션이 기존의 전기차용 삼원계(NCM) 배터리를 넘어, 북미 에너지저장장치(ESS) 시장으로 영토를 본격 확장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테슬라는 가정용 ESS인 '파워월'부터 대규모 전력망에 쓰이는 '메가팩'에 이르기까지 에너지 사업을 신성장 동력으로 키우고 있다. 특히 텍사스에 연간 수십 기가와트시(GWh) 규모의 메가팩 전용 공장을 건설하며 ESS 생산 능력을 대폭 확대하는 중이다.

이러한 움직임의 배경에는 미국 정부의 강력한 대중국 견제 정책이 자리 잡고 있다. 미국은 중국산 ESS 배터리에 최대 156%의 반덤핑 관세를 부과하고 있으며, 내년부터는 이를 173%까지 인상할 방침이다. 사실상 중국산 배터리의 북미 시장 진입을 원천 차단하는 조치다. 이에 테슬라는 안정적인 현지 부품 조달처 확보가 절실해졌고, 미국 내 8곳의 생산 거점을 운영하며 선제적으로 LFP 배터리 양산 체제를 갖춘 LG에너지솔루션이 최적의 대안으로 떠올랐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달 미시간 공장에서 북미 최초로 LFP 배터리 양산을 시작하며 이번 대규모 계약을 위한 발판을 마련했다. 이번 계약 물량 역시 ESS용으로 공급될 전망이며, 최대 7년까지 계약 기간을 연장하고 물량을 확대할 수 있는 조항도 포함돼 있어 양사 간 협력은 더욱 공고해질 것으로 보인다.

◇ 삼성전자, TSMC 제치고 2나노 AI칩 독점…미래 기술 동맹 굳혔다


이틀 앞서 삼성전자는 테슬라와 165억 달러(약 22조8000억 원) 규모의 차세대 인공지능(AI) 칩 위탁생산 계약을 발표하며 파운드리 시장에 지각변동을 예고했다. 계약 기간은 2025년부터 2033년 말까지 8년으로, 연간 2조7000억 원 이상의 안정적인 매출을 확보하게 됐다. 이는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부 연간 매출의 10%를 넘어서는 규모로, 수년간 이어진 적자 고리를 끊어낼 발판을 마련했다.

삼성전자는 현재 건설 중인 미국 텍사스 테일러 공장에서 최첨단 2나노미터(㎚) 공정을 활용해 테슬라가 설계한 AI 칩 'AI6'를 전량 생산한다. 이 칩은 테슬라의 완전자율주행(FSD), 슈퍼컴퓨터 '도조2', 휴머노이드 로봇 '옵티머스' 등 미래 핵심 기술의 두뇌 역할을 할 고성능 반도체다.
특히 이번 수주는 세계 1위 파운드리 기업인 대만 TSMC를 제치고 따냈다는 점에서 의미가 남다르다. 테슬라는 이전 세대 칩인 'AI5'를 TSMC의 3나노 공정으로 생산했지만, 차세대 칩 생산 파트너로 삼성전자의 손을 잡았다. 이는 전력 효율과 성능을 극대화하는 삼성의 차세대 트랜지스터 기술인 '게이트올어라운드(GAA)' 공정의 기술적 우수성을 테슬라가 인정한 결과로 풀이된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계약 발표 후 개인 SNS를 통해 "삼성 테일러 공장은 테슬라 AI 칩 생산의 전략적 거점"이라고 강조하며, 실제 계약 규모가 발표된 금액보다 더 커질 수 있음을 시사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2023년 테슬라 본사를 직접 방문해 머스크 CEO와 회동하며 공들인 결과가 마침내 빛을 발한 셈이다.

이처럼 테슬라가 에너지와 AI, 로봇 등 미래 사업의 핵심 동력인 배터리와 반도체 분야에서 중국 의존도를 낮추고 북미 중심의 안정적인 공급망을 구축하는 과정에서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전자가 나란히 핵심 공급사로 낙점됐다. 기술력과 현지 생산 능력을 모두 갖춘 한국 대표 기업들이 글로벌 공급망 재편의 최대 수혜자로 떠오르면서, 세 기업의 전략적 동맹 관계는 앞으로 더욱 강화될 전망이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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