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로 인한 물가 상승 일시적...현재 통화정책 너무 긴축적"

로이터와 야후 파이낸스 등에 따르면 월러 이사는 이날 댈러스 연방준비은행(연은) 주최 행사에서 “현재 통화정책이 너무 긴축적인 상황이라 7월에 기준금리 인하를 고려할 수 있다”면서 “이는 정치적 판단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나는 이 문제에 관해서 소수에 속하지만, 경제적인 측면에서 우리가 왜 금리를 인하할 수 있는지 명확하게 설명하려고 노력했다”고 덧붙였다.
월러 이사의 이날 발언은 연준 내부의 견해 차이를 드러내는 발언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이 연준의 금리 결정에 미칠 영향을 두고 연준 내부에서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이날 연준 인사들은 서로 다른 견해를 드러내며 연준 내에 점차 분화되는 시각차를 보여줬다.
알베르토 무살렘 세인트루이스 연은 총재는 “관세에 따른 물가 상승이 일회성인지, 더 장기적인 인플레이션 압력으로 이어질지는 아직 판단하기 이르다”면서 신중론을 폈다.
그는 “관세가 실제로 어느 수준으로 정착될지, 소비자들이 실질적으로 어떤 가격을 감당하게 될지 평가하는 데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밝혔다.
무살렘 총재는 아직 금리 인하에 관해 결정을 내리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메리 데일리 샌프란시스코 연은 총재는 이날 비교적 비둘기파적인 태도를 보이며, 연내 두 차례 금리 인하가 여전히 유효하다고 밝혔다.
그렇지만 데일리 총재의 발언은 강력한 금리 인하 필요성을 언급한 월러 연준 이사보다는 신중한 톤이었다.
데일리 총재는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가 다음 금리 인하 결정의 주요 시점이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월러 이사는 최근 들어 연준 내부에서 영향력이 커지고 있는 인물로, 내년 5월 임기가 만료되는 제롬 파월 의장의 후임으로 유력한 후보 중 한 명으로 거론되고 있다.
이에 따라 월러 이사의 견해가 향후 연준의 정책 방향성에 더욱 큰 무게를 실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월러 이사는 지난 6월 FOMC 회의 이후 줄곧 조기 금리 인하의 필요성을 강조해 왔다. 그는 이날 “현재의 정책금리 수준에서 점진적으로 인하를 시작할 수 있다고 주장해 왔다”면서 기존 견해를 되풀이했다.
이에 따라 시장에서는 관세 인상에 따른 물가 상승이 본격화하지 않은 상황에서 연준이 선제적으로 완화적 통화정책에 나설 수 있다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도 연준에 기준금리 인하를 거듭 촉구하고 있다. 그는 관세 인상에도 불구하고 물가 상승이 제한적이라며 연준이 통화정책을 완화해 국가 부채 이자 부담을 줄여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 같은 주장은 최근 월러 이사 및 미셸 보먼 연준 부의장의 발언과도 일정 부분 맥을 같이한다. 이들은 관세에 따른 인플레이션 압력이 미미하다며 조속한 금리 인하가 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반면, 제롬 파월 의장을 포함한 다른 연준 인사들은 관세 인상이 일시적인 영향에 그칠지 확신할 수 없다며 인내심을 갖고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밝혀 왔다.
파월 의장은 최근 “미국 경제의 견고한 흐름이 연준에 정책 결정을 위한 시간을 벌어주고 있다”며 조심스러운 접근을 강조했다.
연준 내부의 이러한 입장차는 전날 공개된 6월 FOMC 의사록에서도 뚜렷하게 드러났다. 금리 인하의 시기와 속도를 놓고 연준 내에서 분열 조짐이 점차 뚜렷해지는 모습이다.
6월 FOMC 회의에 참석한 일부 위원은 올해 안에 금리 인하가 단행되지 않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이들은 단기 인플레이션 기대가 여전히 높은 상황에서 물가 상승에 대한 ‘상당한’ 상방 위험이 존재한다고 판단했다.
해당 위원들은 이러한 위험 요인들이 인플레이션을 다시 자극할 수 있다고 우려하며, 금리 인하에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이수정 기자 soojunglee@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