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고향세' 제도가 도입 15년 만에 1조 엔을 넘어서며 외형적 성장을 이뤘지만, 제도의 근본적 결함이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일본의 경제신문 닛케이는 27일(현지시각) 고향세가 도시와 농촌 간 경제 격차 해소라는 본래 취지와 달리, 지방세의 기본 원칙을 훼손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2008년 도입된 고향세(후루사토 노제이) 제도는 도시 주민이 자기가 선택한 지방자치단체에 기부하면 세금 공제와 함께 지역 특산품을 답례품으로 받는 제도다. 도입 첫해 81억 엔인 규모는 2023년 1조 1170억 엔으로 급증했다.
제도의 핵심은 납세자가 소득에 따라 일정 한도 내에서 원하는 지자체에 기부할 수 있고, 2000엔을 제외한 전액을 세금에서 공제받을 수 있다는 점이다. 여기에 기부금의 30%까지 지역 특산품을 답례품으로 받을 수 있어 사실상 '세금 할인 쇼핑'이라는 평가도 나왔다.
미야자키현 미야코노조시의 사례는 이 제도의 실태를 잘 보여준다. 인구 16만의 이 도시는 2023년 한 해 동안 193억 엔의 고향세를 걷었는데, 이는 연간 지방세 수입의 97.2%에 이른다. 소주와 육류로 유명한 이 도시는 이를 답례품으로 활용해 성공적인 모금을 끌어냈다.
전문가들은 이 제도가 두 가지 측면에서 근본 결함을 안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첫째, 지방세는 현재 거주자에게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징수돼야 한다는 원칙에 위배된다. 둘째, 도시 거주자들의 다세대화로 농촌과의 유대가 약해지면서 제도의 취지가 퇴색하고 있다.
대도시의 피해가 심각하다. 도쿄도 세타가야구의 경우 2023년 110억 엔의 순유출을 기록했는데, 이는 공립 초중학교 3년분 급식 비용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도시 주민들은 일시인 혜택을 위해 장기간 받아야 할 행정서비스의 질을 희생하고 있는 셈이다.
전문가들은 도농 격차 해소를 위한 대안으로 '지역 활성화 협력대' 같은 프로그램을 주목한다. 2014년부터 시행된 이 제도는 청년들을 1년에서 3년간 농촌에 파견해 지역 진흥 사업에 참여하게 하는데, 참가자의 65%가 프로그램 종료 후에도 해당 지역에 정착하는 성과를 보이고 있다.
디지털화와 원격근무 확산은 농촌 활성화의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 세토 내해의 아와지섬 사례가 대표적이다. 이 지역은 독특한 문화와 자원을 활용한 개발 전략으로 디지털 노마드와 도시-농촌 이중 거주 근로자들을 성공적으로 유치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제도 보완을 위한 몇 가지 제안을 내놓고 있다. 첫째, 답례품 상한선을 현행 30%에서 단계적으로 낮추고, 둘째, 기부금의 용도를 특정 공익사업으로 제한하는 방안을 검토하며, 셋째, 지역 간 형평성을 고려한 재정조정제도 도입이 필요하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