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비트코인을 비롯한 가상자산에 투자하는 주정부의 연기금이 증가하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는 4일(현지시각) 위스콘신주와 미시간주를 비롯한 미국의 5개 주의 주 의회가 연기금의 가상자산 투자를 허용하는 내용의 입법을 완료했거나 추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미 위스콘신과 미시간주의 연기금은 비트코인 ETF 등에 투자한 것으로 확인됐다. 애리조나, 루이지애나, 미주리, 오하이오, 오클라호마주의 주 의회는 현재 연기금의 가상자산 투자를 허용하는 법안을 심의하고 있다고 WP가 전했다.
가상자산 업계의 로비 단체인 사토리 액션 펀드는 미국의 50개 주 주정부의 연기금이 가상자산에 투자할 수 있도록 주 의회를 상대로 입법 로비를 하고 있다고 WP가 전했다. 미국 연방정부는 현재 연방 차원의 연기금이 가상자산에 투자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주정부 차원의 연기금 규모는 6조 달러에 달한다. 이들 연기금이 비트코인 등에 투자하면 가상자산의 가치 상승과 글로벌 금융시장 편입이 촉진될 것이라고 WP가 지적했다. 미 도시 연구소에 따르면 2022년 기준으로 주정부의 연기금 가입자는 3400만 명에 달하고, 이 같은 공적 연금이 4000여 개에 이른다.
위스콘신주는 지난 5월 은퇴연금관리위가 블랙록 등이 운영하는 가상자산 펀드에 투자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WP가 전했다. 위스콘신주 투자위원회가 그레이스케일과 블랙록이 제공하는 현물 비트코인 ETF에 1억6400만 달러를 투자했다고 보고했다.
미국 기관투자가의 주식 보유 현황 공시(13F)에 따르면 1분기 말 기준 비트코인 현물 ETF를 보유하고 있는 상위 10개 기관에 위스콘신주 투자위원회가 포함됐다. 위스콘신주 투자위원회는 미국 위스콘신주의 연기금과 공공자금 등을 투자하는 기관이다. 지난 7월 25일에는 뉴저지주의 저지시티 시장 스티븐 풀럽이 시 연기금의 2%를 비트코인 ETF에 투자할 것이라고 예고했었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된 문서에 따르면 미시간주 연기금 시스템은 ARK 21Shares 비트코인 상장지수펀드(ETF)에 투자했다. 미시간주 연기금은 지난해 6월 제출한 문서에서 ARK 21Shares 비트코인 ETF(ARKB) 11만 주를 보유하고 있다고 밝혔다. 문서 제출 당시 대략적인 가치는 약 660만 달러로 추산됐다.
WP는 “위스콘신주와 미시간주 연기금의 가상자산 투자 규모는 이들 기금의 규모가 각각 1000억 달러가 넘어 아직 미미한 수준이고, 투자 손실을 봐도 기금 운용에 큰 영향을 받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렇지만, 이들 주정부의 투자가 연기금 가상자산 투자의 변곡점이 될 수 있다고 이 신문이 전문가의 말을 인용해 지적했다.
최근에는 세계 최대 연기금 중 하나인 일본공적연금(GPIF)도 운용 자산을 확대하려는 목적으로 비트코인 투자를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GPIF는 지난해 말 기준 운용자산이 225조 엔(약 2000조원)에 이르는 초대형 기관투자가다.
국기연 글로벌이코노믹 워싱턴 특파원 ku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