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첨단산업 분야의 핵심 기술을 보유한 '작은 거인' 기업을 빠르게 육성하며 미국과의 기술 경쟁에서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하고 있다. 2025년까지 1만 개 육성을 목표로 했으나, 이미 1만4600개를 달성해 목표를 크게 초과했다.
3일(현지시각) 중국 국영방송 CCTV에 따르면, 이들 기업 중 5000개가 인공지능(AI)과 상업용 드론 등 신기술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다. 특히, 90%가 제조업 기업이며, 80% 이상이 반도체·항공우주 등 전략적 신흥 산업 분야에 집중되어 있다.
'작은 거인' 기업들의 특징은 높은 기술력과 연구개발(R&D) 투자다. 이들 기업의 평균 R&D 투자는 영업이익의 7%에 달하며, 평균 22개의 특허를 보유하고 있다. 이는 일반 기업에 비해 "훨씬 높은 수준"이라고 CCTV는 전했다.
중국의 이러한 움직임은 미국과의 기술 패권 경쟁이 심화하는 가운데 자급자족 능력을 강화하기 위한 전략으로 해석된다. 실제로 미·중 비즈니스 협의회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의 대중국 반도체 수출은 2021년 대비 52% 감소했다.
이코노미스트 인텔리전스 유닛의 쉬톈첸 선임 이코노미스트는 "중국이 자동차, 가전, 기계류 등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시장 점유율을 확대하고 있다"며 "이는 핵심 부품을 공급하는 중소기업들 기회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국 정부는 이들 기업에 대한 지원을 확대하고 있다. 재무부는 올해 1000개 이상의 기업에 중앙정부 자금을 지원할 계획이며, 산업정보화부는 보조금 지급 등 구체적인 지원 지침을 마련했다.
'작은 거인' 기업으로 선정되기 위해서는 연평균 5% 이상의 매출성장률을 달성해야 한다. 이들 기업은 반도체, 에너지, 첨단 제조, 핵심 소재, 배터리 부품 등 중국의 전략 산업과 연계된 제품이나 전문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중국의 이러한 전략이 미·중 기술 경쟁에서 새로운 전기가 될 것으로 전망한다. 특히 전통적인 대기업 중심의 산업 구조에서 벗어나 혁신적인 중소기업을 육성함으로써 산업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는 평가다.
중국이 첨단 기술 분야의 '작은 거인' 기업을 빠르게 육성하면서 한국도 유사한 전략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특히 글로벌 기술 패권 경쟁 속에서 핵심 기술을 보유한 강소기업 육성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중소기업연구원의 한 관계자는 "중국의 작은 거인 전략은 기술 자립과 산업 경쟁력 강화를 동시에 추구하는 모델"이라며 "한국도 첨단산업 분야의 강소기업 발굴·육성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우려되는 것은 R&D 투자 규모다. 한국 중소기업의 평균 R&D 투자비율은 매출액 대비 3% 수준으로, 중국 작은 거인 기업들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산업연구원의 한 연구원은 "R&D 투자 확대를 위한 정부의 과감한 지원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