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갈등이 반도체와 드론 등 첨단 기술 전반으로 확산되며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미국이 화웨이의 우회 기술 획득 시도 차단에 나선 가운데, 중국 드론기업에 대한 제재도 동시에 단행하며 중국 기술기업을 전방위적으로 압박하고 있다고 최근 에포크 타임스가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하원 중국공산당 특별위원회는 화웨이가 펑신수, 스웨이슈어 테크놀로지 등 중소기업들을 통해 미국의 반도체 제조장비를 우회 획득하려 한다며 강력한 제재를 촉구했다. 화웨이는 이미 2019년 미 상무부 제재 대상 기업 목록에 올랐으며, 올해 초 바이든 행정부는 메모리 반도체와 통신장비 관련 8개의 거래 허가를 추가로 취소했다.
미국은 또한 위구르 강제노동 방지법을 근거로 중국 최대 드론기업인 DJI의 제품 수입을 중단했다. 더불어 샤먼 림바흐 항공기 엔진(Xiamen Limbach Aircraft Engine)과 레들레푸스 벡터 인더스트리(Redlepus Vector Industry) 등 러시아 군사용 드론 개발에 참여한 중국 기업 2곳을 제재 명단에 올렸다.
이는 미국이 처음으로 러시아 무기 체계 개발에 관여한 중국 기업을 직접 제재한 사례로, 미·중 갈등이 우크라이나 전쟁과 연계되며 복잡한 양상을 띠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러한 미국의 강경책은 한국 반도체 산업에도 상당한 파장을 미칠 전망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중국 내 생산시설 운영을 위해 미국으로부터 1년 단위로 허가를 받는 상황이다. 미·중 갈등이 심화될수록 한국 기업의 중국 사업 위험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특히, 중국이 2030년까지 세계 반도체 생산의 24%를 차지하겠다는 목표 아래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고 있어, 한국 기업들은 기술 경쟁력 확보와 함께 미·중 간 균형점 찾기라는 이중고에 직면해 있다. 2024년 11월 미국 대선에서 트럼프가 당선될 경우, 대중 강경책이 더욱 강화되어 한국의 반도체 산업 전반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이에 전문가들은 한국 반도체 등 주요 기업들이 리쇼어링이나 프렌드쇼어링을 통한 생산기지 다변화를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시장경제 질서 측면에서도 기술 보호주의가 새로운 글로벌 표준으로 자리잡을 조짐을 보인다. 자유무역 원칙이 국가 안보 논리에 밀려나면서, 기업들은 정치적 위험을 고려한 새로운 경영전략 수립이 불가피해졌다. 이는 미국 대선 이후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 내에서는 중국의 기술 굴기 저지에 대한 초당적 합의가 더욱 공고해지고 있다. 화웨이의 우회 기술 획득 시도와 함께 중국 기업의 러시아 지원 의혹은 미국인들의 대중 경계심을 한층 고조시킬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미중 갈등의 장기화로 글로벌 공급망 재편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