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계엄 사태 여파로 정치 불확실성이 커지자 4일 국내증시에서 외국인들은 자금이 몰린 은행 등 금융주를 팔아치웠다.
외국인 순매도 상위 종목 중 4대 금융지주인 신한지주(-6.56%), 하나금융지주(-6.67%), KB금융지주(-5.73%)가 2, 3, 4 위를 차지했다. 1위는 삼성전자다.
이날 외국인은 신한지주를 652억6002만원 팔아치우며 순매도 2위를 기록했다. 이어 하나금융지주, KB금융지주는 각각 478억5250만원, 471억1192만원 팔아치웠다.
시가총액 100조원 돌파를 앞두고 있던 4대 금융지주 시가총액은 이날 94조1843억원으로 지난 3일 (99조9498억원)과 비교해 5.77%(5조7655억원) 증발했다.
금융주는 연말 배당 시즌이 다가오면서 전통적인 고배당 종목으로 분류되며 강세를 보여 왔고, 특히 4대금융지주 시가총액은 사상 최초로 100조원 돌파를 앞두고 있었다.
하지만 이날 장이 열리자 간밤 있던 비상계엄 여파로 외인들의 국내 증시 이탈세가 한층 거세지며 은행주에 몰려있던 외인 자본도 함께 빠져나가는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은행주는 올해 시작된 정부 밸류업 프로그램 수혜주로 지목되며 외국인 투자자 비중이 크게 높아졌다.
이어 9월에는 밸류업 우수 종목을 담은 코리아 밸류업 지수를 공개했고, 이달 밸류업 지수에 새 종목을 포함하는 리밸런싱(포트폴리오 재조정)을 앞두고 있었다.
하지만, 3일 밤부터 4일 오전까지 이어진 비상계엄 사태로 인해 국내 증시의 변동성이 커지자 외인들의 이탈세가 거셌다. 그 타격은 외인 자본이 몰린 은행 등 금융주에 집중됐다.
이같은 증시 하방 압력이 당분간 지속될 것이란 전망에 금융권 일각에선 ‘밸류업’에 회의적 시각을 보내고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이미 북한과의 관계로 정치적 불확실성이 반영된 상태인데, 이번 계엄령 선포로 불확실성이 더 확대된 경향이 있다"며 "밸류업을 주도하는 게 현 정부고 나라인데, 한 나라의 수장이 이런 이벤트를 만들면 뒤따라가던 기업들 입장은 난처하다"고 전했다.
이어 관계자는 "다만 각 기업들은 자사주 매입‧소각, 주당 가치 상승, 배당 등 주주 환원을 늘리는 방향의 장기적 플랜을 계획한 대로 추진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며 "노선을 선회하면 증시 불확실성이 오히려 커져 버릴 수 있어서 주주와의 신뢰를 위해 변화를 주지 않으려고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비상계엄 사태로 인한 정치적 불확실성에 코스피와 코스닥이 모두 하락 마감했다.
코스피는 전날 대비 1.44%(36.1포인트) 하락한 2464.00에 장을 마쳤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개인과 기관은 각각 3404억원, 164억원 사들였고, 외국인은 홀로 4088억원 팔아치웠다.
코스피 시가총액 상위 종목 등락률은 다음과 같다.
삼성전자 ( -0.93% ), SK하이닉스 ( 1.88% ), LG에너지솔루션 ( -2.02% ), 삼성바이오로직스 ( -0.62% ), 현대차 ( -2.56% ), 셀트리온 ( -2.09% ), 기아 ( 0.10% ), KB금융 ( -5.73% ), 삼성전자우 ( -0.55% ), 고려아연 ( 8.37% )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전날 밤 비상계엄 사태는 6시간 만에 마무리됐다"면서도 "그러나 전날 간만에 유입됐던 외국인 자금이 다시 이탈하며 코스피는 전날 상승분을 모두 반납하고 하락했다"고 분석했다.
환율은 전날 밤 비상계엄 선포 이후 1446원까지 급등했으나, 이날 종가 1410.1원을 기록하며 진정되는 모습을 보였다.
한편 코스닥도 외국인 영향을 받으며 하락 마감했다. 이날 코스닥은 전날 대비 13.65p(-1.98%) 하락한 677.15에 장을 마쳤다.
김성용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0328syu@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