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의 갑작스러운 비상계엄 선포로 한국 금융시장이 요동쳤다. 원·달러 환율 급등으로 외환보유액 유출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가뜩이나 트럼프발(發) 달러화 강세로 외환보유액이 두 달 연속 감소세였는데, 국내 정치 불안이 위기를 가중시키고 있다.
4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4년 11월 말 외환보유액'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외환보유액은 전월 대비 3억 달러 감소한 4153억9000만 달러를 기록했다. 트럼프발 달러화 강세에 외환보유액이 두 달 연속 감소세를 기록했다. 여기에 더해 비상계엄 사태가 발생하면서 한국 외환보유액 감소세가 가팔라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2월 3일 오후 10시 28분 윤석열 대통령의 갑작스러운 비상계엄 선포는 금융시장에 즉각적인 충격을 줬다.
특히 원·달러 환율은 3일 장중 1440원대 초반까지 치솟았다가 이후 국회의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 통과와 함께 1425원으로 장을 마감하는 등 급격한 변동성을 보였다.
서울 외환시장에서는 4일 오후 4시 33분 기준 원·달러 환율이 전일 종가 대비 –0.41% 하락한 1411.70원을 기록하고 있다. 요동치던 환율이 다소 안정세를 보이는 것이다. 다만 시장 전문가들은 이러한 환율 안정세 이유를 정부의 대규모 시장 개입에 기인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실제로 4일 새벽 1418원대 호가에서 규칙적인 달러 대량 매도가 관찰되면서, 당국의 적극적인 외환시장 개입이 있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외에도 금융당국은 시장 안정화를 위해 총력전을 펼쳤다.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4일 열린 ‘금융상황점검회의’에서 10조원 규모의 증안펀드(증권시장 안정을 위해 조성하는 펀드)를 즉시 가동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40조원 규모의 채권시장 안정펀드와 회사채·CP 매입 프로그램을 최대한 가동하겠다는 방침을 발표했다.
한국은행 역시 임시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비정례 환매조건부채권(RP) 매입을 통한 단기 유동성 공급과 외화 RP를 통해 외화 유동성을 공급하는 등 시장 안정화 의지를 표명했다.
이러한 당국의 적극적인 개입으로 한국 금융시장은 안정세를 보였으나 12월 외환보유액은 큰 폭으로 감소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번 사태로 이전 당국이 설정한 외환보유액 심리적 마지노선인 4000억 달러도 무너질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된다.
무역 의존도가 높고 금융시장이 개방된 한국의 특성상, 외환보유액은 국가 신뢰성을 평가하는 핵심 지표로 작용한다. 6시간 만에 비상계엄이 해제되면서 이번 사태는 일단락됐지만, 최근의 한국은행 금리 인하와 강달러 기조, 정치적 불확실성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당분간 환율 변동성은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투자증권 김대준 애널리스트는 "이번 비상계엄 사태로 한국의 거버넌스에 대한 글로벌 투자자들의 의구심이 크게 확대됐다"며 "향후 정치 불확실성 확대 또는 북한 도발 등 한국 고유의 지정학적 불안이 확대될 때마다 원화의 민감도가 커질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했다.
김다정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2426w@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