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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호 진단] 이상한 산타 랠리... 뉴욕증시 비트코인 달러환율 엇갈린 운명

김대호 글로벌이코노믹 연구소장 겸 주필  /전 고려대 교수
김대호 글로벌이코노믹 연구소장 겸 주필 /전 고려대 교수
성탄절에 선물을 들고 나타나는 산타클로스는 로마시대 지금의 튀르키예 미라 지역에서 사역하던 가톨릭 신부 상투스 니콜라우스(Sanctus Nicolaus)에서 유래한 것이다. 가톨릭교회의 기록에 따르면 니콜라우스는 서기 270년께 로마제국의 파트라에서 태어나 소아시아에서 주교로 봉직했다. 부잣집 금수저 출신이었던 니콜라우스는 물려받은 재산을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 사용했다. 도움이 필요한 이들을 찾아다니며 몰래 선물을 베풀었다. 너무 가난해 결혼을 앞두고 사창가에 팔려갈 위기에 놓인 세 자매의 집에 몰래 결혼 비용을 두고 간 미담이 특히 유명하다.
로마 가톨릭은 그 선행을 기려 수호성인으로 지정했다. 니콜라우스는 이때부터 어린이, 선원, 여성, 가난한 사람, 죄수 등 어려운 사람들의 수호성인으로 받들어져 왔다. 산타클로스의 전설은 12세기 프랑스의 수녀들이 성 니콜라오 축일 전날인 12월 5일에 가난한 아이들에게 선물을 주기 시작한 것에서 유래했다. 유럽의 가톨릭 국가들에서는 성인의 축일인 12월 6일에 가족 중 한 명이 성 니콜라오 분장을 하고 나타나 착한 어린이를 칭찬하고 나쁜 어린이를 혼내주는 전통이 있었다고 한다. 상투스 니콜라우스라는 이름이 네덜란드에 전해지면서 신트 니클라스(Sint Niklaas) 또는 산테 클라스(Sante Klaas)로 불렸다. 이것이 영어식 발음으로 변화해 오늘날 '산타클로스(Santa Claus)'가 되었다. 16세기 종교개혁을 거치며 날짜에 변화가 생겼다. 종교개혁가 마르틴 루터는 가톨릭의 성인 숭배에 비판적이었다. 그래서 선물을 주는 날을 성인 축일인 12월 6일이 아닌 예수의 탄생일인 12월 25일로 옮겼다. 그때부터 교회에서 선물 주는 날은 성탄절로 바뀌었다. 프로테스탄트 교회에서 성탄절에 선물을 주는 주체는 아기 예수(Christkind)였다. 세월이 흐르면서 성탄절에 선물을 주는 산타클로스의 이미지가 정착되었다.

17세기 아메리카 신대륙으로 이주한 네덜란드 이주민들이 성 니콜라오 축일에 선물을 나누는 관습을 퍼뜨렸다. 그 전통이 크리스마스 축제와 결부되면서 전 세계적으로 퍼지게 되었다. 오늘날 산타클로스 이미지는 1863년 미국의 시사 만화가였던 토머스 나스트(Thomas Nast)가 풍성한 수염과 후덕한 외양을 지닌 삽화를 그리면서 시작됐다. 이어 한 신학자가 쓴 시의 내용에 썰매를 끄는 순록과 아이들에게 선물을 주는 산타의 모습이 등장하게 된다. 그때까지만 해도 산타클로스의 옷 색깔은 사제들의 복장인 검은 옷이었다. 붉은 모자를 쓰고 붉은 옷을 입은 모습의 산타는 1885년 처음 등장했다. 미국의 인쇄업자인 루이스 프랑(Louis Prang)의 작품이다.

산타가 널리 퍼지게 된 데에는 코카콜라의 공도 적지 않다. 코카콜라가 산타클로스를 '발명'한 것은 아니지만 그의 이미지를 현대적으로 표준화하고 전 세계에 대중화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1920년대 당시 사람들은 코카콜라를 여름에만 마시는 음료로 여겼다. 겨울에는 매출이 제로였다. 코카콜라는 겨울에도 음료 판매를 촉진하기 위해 겨울의 상징인 산타클로스를 광고 모델로 선택했다. 그때가 1931년이다. 코카콜라는 광고 일러스트레이터 해든 선드블롬(Haddon Sundblom)에게 산타클로스 그림을 의뢰했다. 선드블롬은 당시 클레멘트 클라크 무어의 시에서 영감을 받아 인자하고, 명랑하며, 통통한 빨간색 옷과 하얀색 수염을 가진 산타 이미지를 만들었다. 여기서 산타의 빨간색 옷은 코카콜라의 브랜드 색상이었다. 풍성한 흰 수염은 콜라의 거품을 상징적으로 표현했다.
이 광고 캠페인은 큰 성공을 거두었다. 영화, 크리스마스 카드 등 다양한 매체에서 코카콜라 광고 속 산타 모습이 사용되면서 오늘날 전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산타의 표준 이미지가 되었다.

성탄절 때가 되면 거리는 형형색색의 조명과 캐럴로 가득 찬다. 사람들은 한 해를 마무리하는 아쉬움과 다가올 새해에 대한 설렘으로 들뜨기 마련이다. 월스트리트의 뉴욕증시와 여의도의 코스피·코스닥 객장은 '산타 랠리(Santa Rally)' 기대로 달아오른다. 산타 랠리란 크리스마스를 전후한 연말과 신년 초순까지 주가가 강세를 보이는 현상을 일컫는다. 산타클로스가 착한 아이들에게 선물을 주듯, 주식시장이 투자자들에게 수익이라는 선물을 안겨준다는 비유에서 시작되었다. 산타 랠리라는 용어가 공식적으로 등장한 것은 1972년이다. 미국의 주식시장 분석가이자 주식투자자 연감(Stock Trader’s Almanac)의 창시자인 예일 허쉬(Yale Hirsch)가 처음으로 이 용어를 제안했다. 그는 1950년부터의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해마다 마지막 5거래일과 신년 초 2거래일 동안 주가가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게 상승한다는 패턴을 발견했다.

허쉬는 이 7일의 짧은 기간을 ‘산타클로스 랠리’라 명명했다. 그의 분석에 따르면 이 기간에 주가가 상승하지 않는 것은 오히려 시장의 위험 신호로 받아들여졌다. “산타클로스가 오지 않는다면 곰(약세장)이 올 가능성이 크다”는 그의 격언은 지금까지도 월가의 전설처럼 내려오고 있다. 산타 랠리는 단순히 ‘연말에 주가가 오른다’는 막연한 기대감이 아니라 철저한 통계적 근거를 바탕으로 정립된 일종의 ‘계절적 어노말리(Anomaly), 즉 비정상적 현상인 셈이다.

산타 랠리가 발생하는 원인에 대해서는 여러 가설이 존재한다. 첫째, 연말 보너스와 가처분 소득의 증가다. 많은 기업이 연말에 성과급을 지급하며, 사람들은 이 자금의 일부를 주식시장에 재투자한다. 자금의 유입은 수요를 창출하고, 수요는 가격을 밀어 올리는 지극히 상식적인 경제 원리가 작동하는 것이다. 둘째, 윈도 드레싱(Window Dressing) 효과다. 기관투자자나 펀드매니저들은 연말 결산을 앞두고 수익률을 관리해야 한다. 보유 종목의 주가를 관리하거나 수익률이 좋은 종목을 집중 매수해 포트폴리오를 화려하게 꾸미는 과정에서 매수세가 유입된다. 셋째, 세금 절벽 방지(Tax-loss Harvesting) 이후의 재매수다. 미국 등 주요국 투자자들은 세금을 줄이기 위해 연말에 손실 중인 종목을 매도한다. 이 ‘절세 매도’가 일단락되는 12월 말부터는 다시 시장으로 자금이 돌아오며 반등 장세를 형성한다. 마지막으로 넷째, 낙관주의라는 심리적 마법이다. 연말연시의 축제 분위기는 투자자들의 심리를 긍정적으로 변화시킨다. 새해에는 경제가 더 좋아질 것이라는 막연하지만 강력한 희망이 매수 버튼을 누르게 만든다. 심리학적으로 이를 ‘정서적 편향’이라 부르는데, 시장 참여자 대다수가 상승을 믿을 때 실제로 주가가 오르는 자기실현적 예언(Self-fulfilling Prophecy)이 실현되는 것이다.
산타 랠리는 자본주의가 만들어낸 가장 로맨틱한 통계학이다. 투자의 세계에 공짜 선물이란 없다. 지금은 인공지능(AI) 거품 붕괴 공포와 혁신의 무한 확장론이 서로 엇갈리는 엄중한 시기다. 산타클로스가 오기를 간절히 바라는 아이의 마음도 중요하지만 냉철한 머리로 시장의 펀더멘털을 따져볼 필요가 있다. 산타 랠리의 유래를 되짚어보는 이유는 단순히 과거의 영광을 좇기 위함이 아니다. 시장의 계절적 흐름을 이해하고, 군중 심리에 휩쓸리지 않으며, 자신만의 원칙을 지키는 투자를 하기 위해서다. 산타가 오지 않더라도 슬퍼할 필요는 없다. 시장은 늘 열려 있고, 준비된 자에게는 언제나 새로운 ‘선물’을 준비해두고 있기 때문이다. 그것이 진짜 산타 랠리의 선물인지도 모른다.


김대호 글로벌이코노믹 연구소장 tiger8280@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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