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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호 진단] 케빈 워시와 양적완화 (Q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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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호 글로벌이코노믹 연구소장 겸 주필 /경제학 박사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케빈 워시 전 연방준비제도(연준) 이사를 차기 연준 의장으로 지명한 전 세계 금융시장이 한동안 발작 증세를 보였다. 뉴욕 주식시장에서 나스닥과 다우 그리고 S&P 500지수가 큰 폭으로 떨어졌다. 그 직전까지 폭등한 금값과 은값은 돌연 폭락세로 돌아섰다. 특히 은값은 한꺼번에 30% 이상 꺼지기도 했다.유럽증시와 일본 도쿄 증시 그리고 코스닥 코스피도 크게 흔들렸다. 비트코인 이더리움 리플 등 가상 암호화폐 시장에서는 매도 폭탄이 터지기도 했다. 새 연준 의장 후보로 지명된 케빈 워시가 초강경 매파라는 시장 일각의 관측이 공포를 몰고온 것 이다.
뉴욕증시에서는 모든 인간을 매파와 비둘기파로 나눠 분류하는 속성이 있다. 돈을 풀어 유동성을 늘리는데 호의적인거나 금리인하를 선호하는 유형의 인간형을 흔히 비둘기파로 부른다. 반면 통화량 감축과 금리인상에 호의적인 유형의 사람들은 매파로 간주한다.매파(Hawks)라는 말은 날카로운 부리와 발톱으로 먹잇감을 사냥하는 공격 속성을 은유한 것이다. 미국 3대 대통령 토머스 제퍼슨이 1798년 프랑스와의 전쟁을 주장한 연방주의자들을 '워 호크(War Hawk)'라고 부른 것에서 처음 유래했다. 이것이 금융권으로 넘어오면서 금리인상의 공격적인 모습과 어울린 것으로 보인다. 물가 안정을 위해 금리 인상과 긴축 재정을 선호하는 긴축주의가 곧 매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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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빈 워시 차기 연방준비제도 의장 후보자. 사진=로이터

비둘기파 (Doves)는 평화롭고 온순한 이미지의 비둘기를 온건파에 비유한 것이다. 성경 '노아의 방주' 이야기 등에서 비둘기가 물어온 올리브 가지가 평화의 상징이 된 고대 전통에 뿌리를 두고 있다. 금융권에서는 통화량을 늘리는 모습으로 이미지가 형성됐다.경기 부양과 고용 확대를 위해 저금리 및 양적 완화를 선호하는 완화주의가 곧 비둘기파이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전형적인 비둘기파이다. 그것도 아주 센 대왕 비둘기로 불린다. 물가 따위는 걱정하지 말고 돈을 왕창 풀어 경제를 활성화시켜야 한다는 입장이다. 미국의 기준금리를 1%선으로 떨어뜨려야 한다고 공개 주장하고 있다.미국은 트럼프 2기가 시작된 2025년 1월 이후 재정과 금융 양대 창구를 통해 유동성을 크게 늘려왔다. 트럼프의 유동성 확대 정책은 뉴욕증시는 물론이고 금값 은값 비트코인 등 거의 모든 상품이 다 같이 오르는 이른바 '에브리싱 랠리'를 폭발시키기도 했다.트럼프는 자기 요구만큼 빠른 속도로 금리를 인하하지 않는다고 제롬 파월 연준의장을 맹비난해왔다. 멍청이 또는 얼간이라는 비난도 서슴지 않아 왔다. 제롬 파월 후임 연준 의장에는 당연히 왕비둘기파를 지명할 것으로 시장은 믿어왔다. 그런 상황 속에서 케빈 워시가 차기 연준 의장으로 내정됐다. 문제는 케빈 워시의 성향 분석이었다. 일부 언론들이 케빈 위시를 강한 매파라고 분류하면서 소동이 일어난 것이다.

케빈 워시는 2006년 당시 공화당 소속의 부시 대통령에 의해 연준 이사로 발탁됐다. 그때 나이 35세였다. 미국 연준 역사상 최연소 이사 선임이었다. 그 이듬해인 2007년 서브프라임 사태가 터졌다. 월가의 금융기관들이 연쇄 도산하면서 세계 경제가 통째로 무너져내리는 위기 상황이었다. 그때 연준 의장은 훗날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저명한 경제학자 출신의 밴 버냉키였다. 버냉키는 위기수습을 위해 기준금리를 제로 수준으로 내렸다. 그것도 모자란다며 시중의 주택저당채권(MBS)와 유통 국채를 마구 사들이는 이른바 양적완화(QT)도 단행했다.

2011년 케빈 워시가 돌연 연준 이사직을 사임했다. 사임의 이유는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그해 2월 10일 발표된 케빈워시의 공식 사임서와 연준의 성명에는 정책적 갈등의 언급이 전혀 없었다. 케빈 워시는 당시 버락 오바마 대통령에게 보낸 서한에서 "중대한 시기에 연준에서 봉사할 수 있었던 것을 영광으로 생각한다"고 짧게 소회를 밝혔다. 또 버냉키 의장·동료들과 함께 일한 것을 "특권"이라고 표현하며 우호적인 톤을 유지했다. 벤 버냉키 의장도 성명에서 "케빈 워시의 금융 시장에 대한 해박한 지식이 위기 극복 과정에서 귀중한 자산이 됐다"고 찬사를 늘어놓았다.

그럼에도 월가 일각에서는 케빈 워시가 신의 직장으로 막강한 권한과 최고의 대우를 보장받는 연준 이사직을 쉽게 그만둘 리가 없었을 것이라며 밴 버냉키 의장과의 갈등설 등을 제기했다. 특히 바로 그 시점에 밴 버냉키 의장이 대대적인 제2차 양적완화에 나선 점을 지적하면서 양적완화 정책을 두고 의견차가 있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이것이 여러 사람 입을 거치면서 케빈 워시가 밴 버냉키의 양적완화에 불만을 품고 그만뒀다는 이른바 양적완화 반대 사표설까지 나오게 된 것이다.

노벨경제학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 뉴욕시립대 교수는 이에 대해 ”잘못 알려진 오해“라고 주장한다. 크루그먼 교수는 "워시를 통화정책에서 매파로 묘사하는 것은 잘못"이라면서 "그는 정치적 이유로 입장을 수시로 바꾸는 정치적 동물일 뿐 "이라고 주장했다. 공화당 소속의 부시 대통령 시절에는 금리인하를 주장하다가 대통령이 민주당 소속의 오바마로 바뀌자 긴축 통화정책을 주장하고 모든 경기부양 시도에 반대했다는 것이다.

케빈워시는 오바마 행정부 시절인 2010년 11월 연준이 2차 양적완화(QE) 조치를 결정할 당시 연준 이사회 멤버 가운데 유일하게 양적완화가 인플레이션을 야기할 수 있다며 비판 견해를 표명했다. 그 주장이 잘못된 것으로 판명됐음에도 실수를 인정하지 않은 채 계속 새로운 논거를 개발해가며 줄기차게 금리 인상을 요구해왔고 트럼프 대통령 당선 이후에는 금리 인하 입장으로 돌아섰다는 게 크루그먼 교수의 주장이다. 정치 입장에 따라 금리인하와 금리인상 그리고 양적완화에 대해 오락가락 갈지자 행보를 보였을 뿐 경제학 철학에 근거한 매파나 비둘기파와는 전혀 무관하다는 주장이다.

이런 사실이 보도되면서 케빈 워시가 강한 매파라는 금융시장 일각의 오해는 다소 진정됐다. 케빈 워시 연준의장 지명 당시 야기된 발작 현상도 진정됐다.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에 따라 통화량을 크게 늘리고 금리를 대폭 인하하는 대왕 비둘기의 행보를 보일 것이라는 쪽으로 워시에 대한 인식이 바뀌고 있다. 오히려 일각에서는 워시가 너무 빠른 그러면서도 너무 센 통화 팽창정책을 펴 물가 폭등을 야기할 수 있다면서 하이퍼 인플레를 우려하고 있기도 하다. 워시 후보자는 최근 AI에 따른 생산성 향상이 물가상승률을 낮춰 금리를 인하하더라도 인플레이션이 오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AI가 물가를 끌어내리거나 최소한 과도하게 올라가지 못하게 할 수 있다는 것이다. 통화량의 무제한 방출 또는 기준금리의 무제한 인하 설이 나오는 이유이다. 적어도 매파가 아닌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워시가 과연 어떤 정책을 펼칠지 그 행보가 자못 주목된다.


김대호 글로벌이코노믹 연구소장 tiger8280@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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