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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호 진단] 미국의 힘 "유동성 폭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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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호 박사 글로벌이코노믹 연구소장 겸 주필/ 전 고려대 교수
미국의 가장 큰 힘은 뭐니뭐니 해도 달러 기축통화이다. 기축 통화란 전세계 어디서나 널리 통용되는 글로벌 화폐를 뜻한다. 지금 이 순간 전 세계는 달러화를 중심 통화로 사용하고 있다. 수출이나 수입등 무역을 할 때에는 물론이고 돈을 주고받는 이전 거래나 주식 채권 등 금융 거래에 있어서도 대부분 달러화로 결제한다. 글로벌 세계에서는 달러가 바로 생명줄이다. 달러 보유량이 부족해지면 다른 나라와 거래를 할 수가 없다. 원유나 식량을 사올 길도 막힌다.국가부도 상태에 빠지는 것이다.
그 귀한 달러를 기축통화국인 미국은 마음대로 찍어낼 수 있다. 이것이 미국의 막강한 힘이다. 무역과 서비스 거래에서 오랫동안 적자를 보아왔던 미국이 여태 도산하지 않고 생존할 수 있었던 비결도 바로 달러 기축통화에 있다.달러를 더 찍어내는 방법으로 적자의 충격을 막아냈던 것이다. 핵무기와 잠수함을 만드는 들어가는 엄청난도 달러 발권으로 충당할수 있다. 세계를 움직이는 군사강국 미국의 힘도 달러를 마음대로 찍어낼 수 있었기에 가능한 것이었다.
달러에 기축통화의 권한을 부여한 것은 이른바 브레트우즈 국제회의였다. 브레튼우즈는 미국의 산골 마을 이름이다. 수도 워싱턴 DC에서 동북 쪽으로 한참 떨어진 뉴햄프셔주에 위치하고 있다. 2차 대전이 연합국 측의 승리로 굳어져가던 1944년 이곳에서 중요한 회의가 열렸다. 전쟁 이후의 새로운 글로벌 통화 제도를 만들어 내기 위한 모임이었다. 미국 영국 프랑스 등 모두 44개국이 참가했다. 당시 주권이 없었던 한국은 초대받지 못했다. 오늘날 세계의 중앙은행으로 글로벌 통화질서를 잡아가는 국제통화기금 즉 IMF가 바로 이 회의에서 만들어졌다. 개도국 또는 후진국에 개발 자금을 지원하는 세계은행(IBRD)과 국제 공동 투자사업에 돈을 공급하는 국제기구인 국제투자공사(IFC)도 이때 만들어졌다. 2차 대전 이후의 세계경제 질서를 이른바 브레튼우주 체제로 부르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그 브레튼우즈 회의에서 가장 큰 쟁점은 역시 기축통화였다. 당대 최고의 경제학자로 영국측 대표로 나왔던 존 메이너드 케인스는 방코르라는 새로운 국제통화를 창안해 그 돈으로 국제간 결제를 하자고 제안했다 .방코르(bancor)라는 말은 은행의 돈보유창고(bank gold)를 뜻하는 프랑스어 banque에서 따왔다. 케인스는 글로벌 통화 질서가 특정 국가의 통화에 과도하게 의존하면 필연적으로 경제적 불균형과 정치적 갈등을 야기할 수 밖에 없다고 보았다. 따라서 특정국의 통화가 아닌 모두가 함께 참여하는 글로벌 통화를 새로 만들자는 것이었다.
케인스의 방코르 안은 끝내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미국의 반대 때문이었다. 당시 미국의 파워는 실로 막강했다. 영국과 프랑스 그리고 독일 등이 전통의 강대국들이 세계 전쟁을 치르면서 경제력이 급전직하한 것과는 대조적으로 대서양 건너편에 떨어져 이들 나라에 무기와 식량을 팔면서 돈을 벌었던 미국은 지구촌의 새로운 패자로 빠르게 커가고 있었다. 미국 입장에서는 자기가 찍어내는 달러를 기축통화로 지정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전후 세계의 패권을 노리던 미국이 이 절호의 찬스를 놓칠 이유가 없었다.
미국은 달러를 기축 통화로 지정하는 데 국제사회가 동의해주지 않으면 브레튼우즈 체제에 아예 참여를 하지 않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미국으로부터 원조를 받아야만 전후 복구에 나설 수 있을 정도로 쇠약해져 있었던 유럽 국가들로서는 더 이상 버티기도 어려웠다. 결국 미국이 제안한 대규모 원조 프로그램인 마샬 플랜을 조건부로 달러를 기축통화로 지정하는데 동의하기에 이른다. 이 과정에서 미국은 달러화의 금태환을 약속했다. 미국 돈을 소지한 사람이 35달러를 가져오면 연방준비은행이 언제던지 1온스의 금으로 바꾸주기로 한 것이다. 이것이 이른바 금 1온스= 35달러의 금태환 시스템이었다. 금태환은 고대 로마 시대부터 있어왔던 제도이다. 기축통화 제도가 없엇던 그 옛날에도 금태환은 통화로서의 가치를 인정받는 최소한의 요건이었다. 브레튼우즈 회의에서의 달러 기축통화 합의는 미국의 금태환 약속을 전제로 이루어 진 것이었다.
미국은 얼마 지나지 않아 금태환의 약속을 헌신짝처럼 버렸다. 베트남 전쟁을 치르는 과정에서 비용이 늘어나 달러를 더 찍어내야 할 상황에 처했다. 이때 문제가 된 것이 금태환의 약속이었다. 달러를 금으로 바꿔주는 금태환의 약속을 지키려면 달러를 더 찍어낼 때 그만큼의 금을 더 비축해야 한다. 재정적자와 국가부채 증가로 자금난에 허덕이던 미국 정부로서는 추가로 금을 사잴 여력이 없었다. 다급해진 닉슨 대통령은 아예 금태환 제도 폐기하기에 이른다. 그때가 1971년이다. IMF 회원국들의 동의도 받지 않은 채 일방적으로 합의를 깨버렸다. 금태환 제도가 없어진 만큼 그 금태환을 전제로 이루어진 1944년 브레튼우즈에서의 달러 기축통화 합의도 무효가 될 수 밖에 없다. 달러 기축통화를 근간으로 한 브레튼우즈 체제는 사실상 이때 끝났다. 실제로 IMF는 닉슨의 금태환제도 포기 선언 이후 달러를 세계의 기축통화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 국제사회가 합의로 공인하는 기축통화는 그때 없어진 것이다.
물론 지금도 달러화는 국제사회에서 널리 통용되고 있다.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다른 대체재가 마땅치 않은 따른 어쩔 수 없는 선택일 뿐 지구촌 공동체가 인정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유엔이나 IMF는 물론이고 그 어떤 국제기구도 미국 달러에 대해 기축통화로서의 지위를 부여하지 않고 있다. 실제로 요즈음 지구촌의 많은 나라들에서는 달러 대신 중국 위안화와 유럽연합의 유로화 그리고 일본 엔화, 영국 마르크화 등으로 결제를 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특히 중국 위안화의 결제 비중이 빠른 속도도 높아지고 있다. 이런 속도라면 중국 위안화가 미국 달러화를 앞지르고 세계의 대표 통화가 될 수도 있다. 미국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이 바로 이 대목 즉 중국 위안화의 굴기이다. 위안화가 달러화를 앞서는 순간 미국의 패권도 끝날 수 밖에 없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 견제에 나서는 가장 핵심적인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트럼프는 기본적으로 돈을 마구 늘리자는 통화팽창주의자이다. 돈을 찍어내면 많은 사업을 벌일 수 있다. 지금 트럼프가 추진하고 있는 미국을 위대하게 만든다는 이른바 MAGA 프로젝트도 찍어낸 돈으로 추진하고 있다. 트럼프는 39조 달러에 달하는 엄청난 국가부채도 통화량을 그 이상으로 늘려 한꺼번에 상환했으면 하는 구상을 밝힌 바 있다. 트럼프의 통화 증발은 다른 나라로 까지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지구촌 도처에 돈이 흘러넘치는 유동성 폭탄이 터지는 이유이다. 금태환이라는 최소한의 제동 장치까지 이미 사라진 만큼 돈이 얼마나 더 풀릴지는 아무도 모른다. 통화팽창은 그러나 인플레라는 엄청난 후폭풍을 야기할 수 있다. 스태그플레이션의 폭풍이 올 수도 있다. 유동성 잔치 속에 지금 세계는 또 한번의 중대기로를 맞고 있다.


김대호 글로벌이코노믹 연구소장 tiger8280@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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