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고티온 배터리 공장이 800명 흡수 대안으로 떠올라… 한국 가전의 유럽 전진기지, 미래차 공급망에 자리 내줄 위기
이미지 확대보기피초 총리, 기자회견서 공장 폐쇄 기정사실화
슬로바키아 경제 매체 에코노믹스(Economx)와 헝가리어 일간지 우이소(Új Szó)는 27일(현지시간) 로베르트 피초 슬로바키아 총리가 기자회견에서 삼성전자 갈란타(Galanta) 공장의 가동 중단 가능성을 공식 언급했다고 보도했다. 피초 총리는 "삼성이 전 세계 생산 시설 재편 계획을 가동 중이며, 정부는 갈란타 공장 폐쇄와 관련한 공식 발표를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슬로바키아 탐사보도 매체 데닉 N(Denník N)과 경제 전문지 데닉 E(Denník E)도 신뢰할 수 있는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 삼성의 철수를 사실상 확정된 수순으로 전했다.
삼성전자는 이 보도들에 대해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TV 없는 거실'이 유럽 공장을 위협하다
시장조사업체들에 따르면 글로벌 TV 출하량은 2010년대 초반 정점 이후 꾸준한 감소세를 보이고 있으며, 스마트폰·태블릿 보급 확대와 콘텐츠 소비 방식의 변화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분석된다. 스마트폰·태블릿·유튜브 콘텐츠 소비 급증, 대형 TV 교체 주기 장기화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국내 업계 관계자는 "가전 제품 중 TV는 마진이 가장 낮은 품목군에 속하는 만큼, 생산 거점의 인건비와 에너지 비용 변화에 수익성이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는다"며 "삼성이 고마진 중심의 포트폴리오로 전략을 재편하는 과정에서 중부유럽 TV 라인을 정리하는 것은 시장 논리상 불가피한 선택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갈란타 공장의 무게… 매출 2조 8900억, 고용 800명
갈란타 공장은 삼성전자가 2002년 슬로바키아에 생산 법인을 설립한 이후 22년간 유럽 가전 공급의 핵심 허브 역할을 수행해 왔다. 2024년 기준 연간 매출은 약 17억 유로(한화 약 2조 8900억 원)에 달하며, 직접 고용 인원은 약 800명이다.
삼성전자는 이미 2018년, 모니터와 대형 디스플레이를 생산하던 보도로바(Bodorová) 공장을 갈란타 공장으로 통합하며 슬로바키아 생산 규모를 한 차례 축소한 바 있다. 당시에도 유사한 논리, 즉 수요 정체와 비용 증가가 배경으로 작용했다.
이번 폐쇄가 현실화할 경우 슬로바키아 내 삼성전자의 생산 거점은 완전히 사라지는 셈이다.
빈 공장에 들어오는 중국 자본… 제조업 패권 교체의 풍경
피초 총리는 실직 위기의 갈란타 노동자들을 위한 '플랜 B'로, 나지수라니(Nižná Slaná) 지역에 들어설 중국 고티온(Gotion High-Tech) 배터리 공장을 제시했다. 그는 "단 한 명의 노동자도 일자리를 잃지 않도록 하겠다"며, 해당 인력을 재교육해 고티온 공장에 배치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 장면은 유럽 중부 제조업 생태계의 무게 중심이 어디로 이동하는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한국 가전의 빈자리를 중국 전기차 배터리 자본이 채우는 구도다. 유럽연합(EU)이 중국산 전기차에 고율 관세를 부과하면서 중국 배터리 기업들의 유럽 현지 생산 투자가 급증하고 있는 흐름과도 맥이 닿는다.
한국협력업체·수출에도 파장 불가피
삼성전자 유럽 생산 거점의 대규모 재편은 국내 협력업체에도 직접적 영향을 미친다. 유럽 현지 생산 기지 축소는 물류비 절감 효과도 있지만, 동시에 EU 단일시장에서의 '메이드 인 유럽' 프리미엄을 잃는 대가를 치를 수 있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헝가리나 폴란드 등 인접국의 생산 거점을 유지하는 방식으로 유럽 공급망을 재설계할 가능성도 열려 있다고 본다.
삼성전자의 갈란타 결정은 아직 공식 확인되지 않았다. 그러나 한 나라의 총리가 기자회견장에서 공장 폐쇄 대응책까지 언급한 이상, 이미 물밑 협의는 상당 수준 진행됐다고 보는 것이 현실적이다. '글로벌 TV 제왕'을 꿈꾸던 삼성전자의 유럽 전진기지는, 이제 배터리 시대의 파고 앞에서 조용히 빗장을 내리고 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