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버 고객사에 'NCNR(취소불가)' 계약 조건…수익 극대화 '전략적 유턴'
HBM 숨 고르기 속 레거시(Legacy) 제품서 '현금 창출' 승부수
내년까지 공급난 지속 전망…DDR4 몸값, DDR5 추월하는 '가격 역전' 현상 심화
HBM 숨 고르기 속 레거시(Legacy) 제품서 '현금 창출' 승부수
내년까지 공급난 지속 전망…DDR4 몸값, DDR5 추월하는 '가격 역전' 현상 심화
이미지 확대보기삼성전자는 이 같은 수급 불균형을 기회로 삼아 레거시 제품에서 수익을 극대화하는 실리적 전략을 택한 것으로 분석된다.
디지타임스는 24일(현지시각) 소식통을 인용해 "삼성전자가 2025년 4분기로 예정됐던 DDR4 생산 중단 계획을 늦추고 있다"며 "공급 부족과 가격 급등세에 대응해 2026년 1분기부터 일부 서버 고객과 NCNR 계약을 체결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수익 극대화 위한 '전략적 선회'…공급자 우위 굳히기
삼성전자의 이번 결정은 철저한 '수익 극대화' 전략에 기초한다. 당초 삼성전자는 올해 초부터 6~9개월에 걸쳐 DDR4 생산 라인을 축소하고, 이를 DDR5 및 HBM 생산 라인으로 전환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시장 상황이 급변했다. 주요 메모리 반도체 기업들이 DDR4 감산에 돌입하자 시장 내 재고가 빠르게 소진됐고, 이에 따른 수급 불안이 가격 폭등을 불러왔다.
디지타임스에 따르면 현재 DDR4 16Gb 모듈의 현물 가격은 60달러(약 8만 6700원) 선에 육박하며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이는 동급의 DDR5 모듈 가격을 웃도는 기현상이다. 이에 삼성전자는 기존 감산 계획을 일부 수정, DDR4 라인의 철거를 보류하고 내년까지 생산을 이어가기로 결정했다.
특히 주목할 점은 삼성전자가 꺼내 든 'NCNR(Non-Cancellable, Non-Returnable)' 카드다. NCNR은 구매자가 주문을 취소하거나 반품할 수 없도록 강제하는 계약 조건으로, 통상 공급자가 시장 지배력을 가질 때 사용한다. 삼성전자는 서버 업체들에 안정적인 물량을 보장해 주는 대가로 가격 변동 리스크를 헤지(Hedge)하고 확정적인 수익을 챙기겠다는 전략이다.
HBM3E 숨 고르기와 DDR5로의 선택과 집중
이번 결정 이면에는 삼성전자의 선단 공정 전략 수정도 맞물려 있다.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최근 5세대 HBM(HBM3E) 생산 목표를 일부 하향 조정하고, 해당 설비 여력을 수익성이 높은 DDR5 RDIMM(서버용 D램)으로 재배치했다.
경쟁사 대비 HBM3E 수율과 양산 경쟁력 확보에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판단, 무리한 양산보다는 DDR5 시장 지배력을 높이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는 분석이다. 삼성전자는 현재 1a(4세대 10나노급) 공정의 30~40%를 1b(5세대 10나노급) 공정으로 전환하고 있으며, 차세대 HBM4 개발에 연구개발(R&D)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제조가 까다롭지 않고 수율이 안정된 DDR4는 삼성전자 실적을 떠받치는 든든한 '캐시카우(Cash Cow)' 역할을 하게 된다. 선단 공정 경쟁력을 회복하는 동안 레거시 제품에서 확실한 현금을 창출하겠다는 의도다.
"부르는 게 값"…내년까지 DDR4 품귀 지속
시장조사기관과 업계 전문가들은 주요 D램 3사(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의 DDR4 철수 기조 자체는 변함이 없으나, 그 속도는 시장 상황에 따라 조절될 것으로 내다봤다.
일부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의 DDR4 16Gb NCNR 계약 가격이 20달러(약 2만8900원) 이상에서 형성될 것으로 관측했다. 현물 가격이 60달러(약 8만6700원)에 육박하는 상황을 고려하면, 내년 1분기 계약 가격은 이보다 더 오를 가능성이 크다.
SK하이닉스 역시 미국의 대형 클라우드 서비스 제공업체(CSP)들의 일반 서버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DDR4 생산 능력을 일부 남겨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삼성전자의 수명 연장 조치는 주로 서버용 제품에 국한된다. 일반 소비자용 시장(PC 등)에서는 여전히 구하기 어려울 수 있다.
대안 부재한 공급망…마이크론·PSMC 협력도 난항
메모리 공급망 사정으로 DDR4 부족을 단기간에 해결할 뚜렷한 대안이 없다. 대만의 파운드리 업체 PSMC(Powerchip)가 통루오(Tongluo) 공장을 통해 메모리 생산 능력 확대를 꾀하고 있으나, 실제 장비 반입과 가동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걸린다.
마이크론과 샌디스크가 PSMC와의 협력을 타진하고 있지만, 특허 문제와 설비 부족이 발목을 잡고 있다. 샌디스크는 일본 키옥시아와의 특허 관계가 얽혀 있어 독자적인 기술 라이선싱이 어렵고, 마이크론은 클린룸과 장비 확보가 시급한 상황이다. 결국 기존 메이저 업체의 증산만이 유일한 해법인 셈이다.
이에 2026년까지 DDR4 공급난이 해소되기는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삼성전자는 이 기간 레거시 제품의 '마지막 호황'을 최대한 누리며 차세대 공정 전환을 위한 실탄을 확보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글로벌 시장조사기관들의 데이터를 종합하면, 2025년 글로벌 DDR4 시장 규모는 약 342억 달러(약 49조 원) 수준으로 전망된다. 비록 DDR5로의 세대교체가 이루어지고 있지만, 산업용 기기, 보급형 서버, 가전제품 등 레거시 수요가 견조해 2030년까지도 일정 수준(약 600억 달러 규모까지 성장 예측도 존재)의 시장을 형성할 것으로 시장은 내다본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