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전 시대 밀월 이어가던 양국, 우크라 전쟁으로 미묘한 기류
러시아산 원유 최대 수입국이지만 군사협력은 감소세
인도가 도널드 트럼프의 백악관 복귀로 대러시아 정책이 유화적으로 전환될 것이란 기대를 갖고 있지만, 오히려 양국 관계의 근본적 모순이 더욱 부각될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고 4일(현지시각) 닛케이 아시아가 보도했다.러시아산 원유 최대 수입국이지만 군사협력은 감소세
채텀하우스의 치에티지 바지파이 선임연구원은 "러시아와 미국 모두와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려는 인도의 노력이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인도가 러시아의 두 번째 큰 핵심 기술 공급국으로 부상한 점이 미국과의 관계에서 부담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미 재무부는 지난해 대러시아 제재 회피 조사의 일환으로 19개 인도 기업에 제재를 가했다. 민주주의 국가라는 인도의 특수성도 트럼프의 가치 중립적 외교정책 하에서는 큰 의미를 갖기 어려울 전망이다.
더욱이 인도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군사 하드웨어에 동시에 의존하는 모순적 상황에 놓여있다. 지난해 12월 취역한 러시아제 스텔스 호위함은 우크라이나산 가스터빈 엔진을 사용한다.
양국 관계는 실질적 이해관계도 복잡하게 얽혀 있다. 인도는 작년 7월 중국을 제치고 러시아산 원유 최대 수입국이 됐으며, 12월에는 일일 50만 배럴 규모의 10년 장기 계약을 체결했다. 첸나이-블라디보스토크 해상 회랑 개통으로 물류비용도 크게 절감됐다.
그러나 군사협력은 감소 추세다. 인도군의 러시아제 장비 비중이 여전히 50%를 넘지만, 국방 수입 다각화와 자국 생산 강화로 의존도가 낮아지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S-400 미사일 시스템 등 주요 장비의 인도가 지연된 것도 영향을 미쳤다.
인도는 또한 러시아의 대중국 기술의존도 심화를 우려하고 있다. 국방부는 군용 드론 생산에 중국산 부품 사용 금지 지침을 내렸으며, 전쟁 발발 이후 러시아와의 주요 방산계약도 중단된 상태다.
S. 자이샨카르 인도 외교장관은 "러시아 및 서방과의 관계에서 다중 옵션을 유지하는 것을 존중해야 한다"고 강조했지만, 이러한 균형외교는 점점 더 어려워질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트럼프 재집권에 따라 인도-러시아 관계의 모순이 더욱 부각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신민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