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글로벌이코노믹 로고 검색
검색버튼

[김대호 진단] 트럼프 관세전쟁과 대공황 경제학자 케인스의 눈물

김대호 박사/사진 =SBS  BIZ 출연 방송 이미지 확대보기
김대호 박사/사진 =SBS BIZ 출연 방송
트럼프 관세 폭탄이 결국은 관세 전쟁으로 비화하고 있다. 미국이 캐나다·멕시코·중국에 관세를 부과하자 이들 3개국이 보복에 나서면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일방적으로 시작한 '관세 전쟁'이 격화하는 양상이다. 미국과 이들 3개국의 무역 갈등은 세계 각국의 공급망과 교역 관계가 복잡하게 얽힌 상황에서 그 파급력이 이들 국가로 한정되지 않고 한국을 포함한 세계경제에 큰 부담이 될 것으로 우려된다.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무기화'는 이제 시작을 알렸을 뿐이고, 앞으로 더 많은 국가와 품목이 표적이 될 가능성이 커 트럼프 대통령이 세계 무역 질서에 일으킨 풍파가 한동안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은 캐나다와 멕시코에서 수입한 제품에 25% 관세를, 중국에서 수입한 제품에는 지난달 10%에 이어 10%의 추가 관세를 부과하기 시작했다. 캐나다와 멕시코는 미국의 오랜 이웃이자 우방이다. 미국·멕시코·캐나다 3국은 이른바 USMCA 무역협정을 체결해 서로 관세를 적용하지 않기로 한 사이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기존 관계와 협정마저 무시하고 관세 폭탄을 강행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관세 부과 명분은 마약 단속이다. 그는 3개국을 통해 '좀비 마약'으로 불리는 마약성 진통제 펜타닐이 미국으로 다량 유입되고 있다고 주장하며 3개국이 펜타닐 유입을 충분히 차단할 때까지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입장이다. 통상 무역 도구인 관세를 다른 외교 현안을 해결하는 압박 수단으로 사용한 것이다. 이런 자의적인 관세 부과에 3개국은 강하게 반발하며 맞대응에 나섰다.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캐나다가 300억 캐나다달러 상당의 미국산 제품에 25% 관세를 즉각 부과한다고 발표했다. 미국의 관세 부과가 지속되면 21일 후 추가로 1250억 캐나다달러 상당의 미국산 제품에도 관세를 시행하겠다고 예고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캐나다를 미국의 51번째 주, 국내 지지율이 낮은 트뤼도 총리를 캐나다 주지사라 부르며 압박해왔다.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멕시코 대통령도 이날 기자회견에서 미국의 관세가 모욕적이고 일방적이라고 비판하면서 "트럼프 정부 결정에 아무런 정당성이 없다"고 반박했다. 셰인바움 대통령은 "우리는 미국의 결정에 관세와 비관세의 투 트랙 조처로 맞대응한다"면서 미국산 제품에 대한 보복 관세를 예고했다. 셰인바움 대통령은 관세를 부과할 구체적인 품목은 오는 9일 대통령궁 앞 소칼로 광장에서 연설을 통해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지난달 트럼프 대통령의 첫 10% 관세에 제한적으로 대응했던 중국은 이날 두 번째 10% 관세에 대해서는 대응 수위를 올렸다. 중국은 오는 10일부터 닭고기·밀·수수·대두 등 일부 미국산 농축산물에 10∼15%의 추가 관세를 적용하겠다고 발표했다. 트럼프 1기 행정부 때와 마찬가지로 미국 공화당의 가장 아픈 곳으로 꼽히는 농산물을 다시 겨냥한 것이다. 중국은 미국산 농산물의 최대 수출시장으로 2023년 미국이 수출한 농산물의 17%를 구매했다.
중국이 이번에 보복 관세 대상으로 선정한 농산물은 미국이 중국에 수출하는 농산물의 약 80%를 차지한다. 중국은 관세 이외의 보복 수단도 활용했다. 해충이 발견됐다는 이유로 미국산 원목 수입을 중단한 것. 또 미국 방산업체 10곳을 '신뢰할 수 없는 기업'으로 지정해 중국과의 수출입과 중국에 대한 신규 투자를 금지하고, 다른 15개 미국 업체에 대해 이중 용도 물자 수출을 금지했다. 중국은 앞서 미국이 지난달 4일 10% 관세를 부과했을 때도 바로 보복에 나섰다. 당시 중국은 미국산 석탄과 액화천연가스(LNG)에 15% 관세, 원유·농기계·대형차·픽업트럭에는 10% 관세를 더 물렸다. 또 텅스텐과 텔루륨 등 광물의 미국 수출을 통제하고, 구글의 반독점법 위반 혐의에 관한 조사에 착수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들 국가의 보복 관세에 위축되지 않는 모습이며 오히려 '눈에는 눈' 대응을 예고하며 압박 수위를 더 높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글에서 캐나다가 보복 관세를 부과하면 "상호 관세가 같은 양만큼 즉시 증가할 것"이라고 캐나다에 경고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12일부터 철강과 알루미늄 제품에도 예외 없이 25%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또 그는 무역 관계를 '공정하게' 만든다는 명분으로 상호 관세를 준비하고 있다. 자동차·반도체·의약품 등에 대해서도 25% 이상의 관세를 예고하고 있다. 구리와 원목에 대해서는 국가 안보에 위해를 가할 수 있다는 이유로 '무역확장법 232조'에 따른 조사에 착수했다. 이 또한 관세 부과로 귀결될 가능성이 크다.

트럼프의 이 같은 관세 폭탄은 자유무역 체제에 중대한 도전이 아닐 수 없다. 자유무역은 경제학의 아버지 애덤 스미스가 주창한 것이다. 스미스는 글로벌 경제가 함께 성장할 수 있는 가장 큰 동력으로 국제 분업을 제시했다. 국제 분업은 자유무역에서만 가능하다. 스미스의 자유무역은 이후 경제학자 케인스에 의해 브레턴우즈 체제로 완성된다. 케인스는 2차 세계대전이 끝나갈 무렵 전후 세계경제 질서를 설계하기 위해 모인 브레턴우즈 회의에서 영국 대표로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했다. 전후 황금시대의 기반이 된 브레턴우즈 체제는 기본적으로 케인스의 이론을 기초로 설계된 것이었다.

브레턴우즈 체제는 1945년의 국제통화기금(IMF)·세계은행(WB)과 1948년 출범한 관세 및 무역에 관한 일반 협정(GATT) 그리고 1995년 세계무역기구(WTO)로 이어지는 전후 세계경제 체제를 말한다. 인류 역사상 최대 규모의 전 지구적 번영이 브레턴우즈 체제의 산물이다. 그중에서도 특히 자유무역의 공이 크다. 역사적으로 보면 건국 이후 미국은 원래 자유무역을 주도하던 나라가 아니었다. 신생 미국은 국민에게 소득세를 걷는 대신 외국 제품에 관세를 매겨 세입을 충당했다. 독립 후 100년간 연방정부 재정을 80% 이상 관세로 보전했다. 그 후 1930년대까지 최대 60%에 가까운 높은 관세로 자국 산업을 보호하고 제조업을 육성하는 황금기를 구가했다. 그런 미국을 관세 폭탄을 버리고 자유무역 국가로 선회하도록 만든 것도 케인스가 만든 브레턴우즈 체제였다. 미국은 2차 대전 이후 세계의 자유무역을 견인하면서 경제적 번영을 구가했다.

문제는 제조업이다. 미국의 인건비가 오르면서 제조업의 가격 경쟁력이 흔들리고 있다. 그 결과로 무역적자가 늘어났다. 트럼프는 이 난관을 다시 관세로 풀어보겠다고 팔을 걷어붙이고 있다. 건국 초기처럼 보호무역으로 제조업을 부흥시켜 다시 황금기를 이루겠다는 계산이다.

미국 건국 초기 관세는 교역 규모가 작고 상호 의존성이 미미했던 고립주의 시대에는 그런대로 통할 수 있었다. 지금 세계경제는 거미줄보다 더 촘촘하게 얽혀 있다. 이 상황에서 관세는 함께 망하는 공도동망(共倒同亡)의 재앙이 될 가능성이 크다. 미국은 후버 대통령 시절이던 1930년에도 이른바 스무트-홀리 관세법을 발동했다가 대공황을 야기한 전례가 있다. 케인스가 다시 살아나 오늘날의 트럼프발 관세 전쟁을 목도한다면 그야말로 대성통곡할 일이다.


김대호 글로벌이코노믹 주필/ 경제학 박사 tiger8280@g-enews.com
맨위로 스크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