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계엄 발표 이후 심야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1440원을 돌파하는 등 직격탄을 맞았다.
계엄 해제 이후 정부가 고심 끝에 증시를 개장했지만 코스피와 코스닥이 동반급락하는 등 불안을 키웠다.
금융·통화당국은 금융·외환시장 안정을 위해 시중에 무제한으로 유동성을 공급하기로 하면서 진화에 나섰다. 야당이 윤 대통령 탄핵안을 발의하기로 하는 등 당분간 국내 정치가 불안해 연말까지 불확실성이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4일 서울외환시장에서 미국 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은 오후 3시 36분 기준 전일보다 14.80원 내린 1410.20원에 거래 중이다.
환율은 지난 3일 1405.5원에 개장한 뒤 1400원대에서 등락했으나 비상계엄 선포 소식이 전해진 오후 10시 30분부터 가파르게 상승해 4일 오전 12시 20분 1442.0원까지 급등했다. 이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연준)의 고강도 긴축으로 강달러가 맹위를 떨쳤던 지난 2022년 10월 25일(장중 고가 1444.2원) 이후 약 2년 1개월 만에 최고치다.
다만 국회가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을 의결하면서 상승세가 둔화됐고 새벽 2시엔 1425.0원으로 야간 거래를 마쳤다. 윤석열 대통령이 계엄해제를 선포하면서 4일 오전엔 1418.10원으로 주간 거래가 시작됐다.
이날 개장 여부가 불확실했던 증시도 계엄 해제로 정상 개장했다. 하지만 비상계엄 여파로 투자자들의 불안감이 커지면서 장 초반 급등락을 반복하면서 주가가 불안정한 모습을 보였다. 코스피 지수는 49.34포인트(1.97%) 내린 2450.76으로 출발하며 2500선을 내줬다 이후 오후 들어 안정세에 접어들면서 2500선을 회복하지 못하고 2464.0에 장을 마쳤다. 코스닥 지수는 3.65포인트(1.98%) 내린 677.15로 마감했다. 코스피와 코스닥은 계엄 사태 여파로 외국인들이 매도에 나서면서 하락세를 주도했다.
정부도 금융시장 안정을 위해 총력을 다하고 있다. 최상목 경제부총리,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김병환 금융위원장, 이복현 금융감독원 장등 경제·금융·통화당국 수장들은 이날 오전 7시 긴급 거시경제·금융현안 간담회(F4 회의)를 열고 "당분간 주식·채권·단기자금·외화자금시장이 완전히 정상화될 때까지 유동성을 무제한으로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문제는 이번 사태로 한국 경제의 대외 신인도에 치명적인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이다. 가뜩이나 저성장이 예고되고 트럼프 2기 행정부 재집권으로 환율이 크게 흔들리는 상황에서 발생한 이번 사태가 글로벌 투자자들에게 정치·사회적 불안이 크다는 신호로 해석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최근 외국인들의 '셀 코리아' 움직임이 가속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향후 국내 정세의 불확실성도 변수다. 국회는 이번 계엄선포를 불법으로 규정하고 윤석열 대통령 탄핵을 추진할 계획이다.
김대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우려스러운 부분은 이번 비상계엄 사태를 계기로 한국 거버넌스에 대한글로벌 투자자들의 의구심이 크게 확대됐다는 점"이라면서 "향후 정치 불확실성 확대 또는 북한 도발 등 한국 고유의 지정학적 불안이 확대될 때마다 원화의 민감도가 커질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뚜렷한 디스카운트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