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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IT 기업들, 트럼프 복귀 전 中 부품 생산 서두른다

MS·HP·델, 관세 인상 대비해 공급망 재편 가속화...동남아 생산기지 확대

박정한 기자

기사입력 : 2024-11-28 09:56

글로벌 IT 기업들이 도널드 트럼프의 백악관 복귀에 앞서 중국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공급망 재편을 서두르고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글로벌 IT 기업들이 도널드 트럼프의 백악관 복귀에 앞서 중국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공급망 재편을 서두르고 있다. 사진=로이터

글로벌 IT 기업들이 도널드 트럼프의 백악관 복귀에 앞서 중국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공급망 재편을 서두르고 있다. 특히 마이크로소프트(MS), HP, 델 등은 예상되는 관세 인상에 대비해 연말까지 가능한 많은 전자부품을 확보하는 한편, 동남아시아로의 생산기지 이전을 가속하고 있다고 27일(현지시각) 닛케이가 보도했다.

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MS는 11월부터 12월까지 클라우드 서버 인프라 부품 공급을 늘리도록 협력사들에 요청했다. 또한, Xbox 게임 콘솔의 모든 구성 요소를 중국 외 지역에서 생산하고, 서피스 노트북의 생산도 내년 말까지 최대한 중국 밖으로 이전할 계획이다.

세계 최대 PC 제조업체인 HP와 델도 유사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들은 연말까지 부품 생산을 늘리는 한편, 2025년 조달 계획을 전면 재검토하며 중국산 부품 의존도를 낮추는 데 주력하고 있다.

이러한 움직임은 트럼프가 취임 첫날 중국산 수입품에 10% 추가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발표한 이후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 트럼프는 선거 운동 기간 중국과 미국을 이용하는 국가들에 대해 징벌적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공언해 왔다.

특히 주목할 만한 점은 기업들의 동남아시아 진출이 더욱 구체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HP는 올해 최소 2개 협력사가 태국에 창고를 설립했으며, 다른 2개 업체는 동남아시아에서 추가 생산시설을 구축 중이다. 베트남에 생산기지를 둔 델 역시 지정학적 리스크 완화를 위해 동남아시아의 다른 지역으로 생산 다변화를 검토하고 있다.

공급망 전문가들은 이번 움직임이 과거와는 다른 양상을 보인다고 분석한다. 대만경제연구소의 치우 시팡 분석가는 "최종 제품 조립뿐만 아니라 부품 제조업체들도 중국 밖에서 생산능력을 확대해야 하는 '심해 영역'에 진입했다"고 평가했다.

특히 기업들은 원산지 세탁에 대한 우려도 함께 고려하고 있다. 트럼프가 선거 운동 기간 이 문제를 여러 차례 언급했기 때문에, 부품 수준의 공급업체들도 아세안 지역으로의 이전을 서두르고 있다.

엔비디아와 테슬라에 부품을 공급하는 업체들도 상황을 예의주시하며, 필요할 경우 미국 내 생산을 신속히 확대할 준비를 하고 있다. HP의 최고 공급망 책임자는 "미래의 도전에 대비하면서 현재의 수요를 충족시키는 탄력적인 공급망 구축"을 강조했다.

이러한 변화는 글로벌 기술 공급망의 근본적인 재편을 예고한다. 기업들은 관세 위험 회피뿐만 아니라 장기적인 공급망 안정성 확보를 위해 다각화 전략을 강화하고 있으며, 이는 글로벌 제조업 지형도의 변화로 이어질 전망이다.

글로벌 IT 기업들의 중국 탈출 가속화가 한국 기업들에 새로운 기회와 도전을 동시에 제공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MS), HP, 델 등 주요 기업들의 공급망 재편이 본격화되면서, 이미 동남아에 생산기지를 확보한 한국 기업들의 입지가 강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전자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이미 베트남 등 동남아시아에 탄탄한 생산기지를 구축하고 있어 글로벌 기업들의 새로운 파트너로 부상할 가능성이 높다. "한국 기업들의 선제적 생산기지 다변화가 새로운 경쟁력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업계 관계자는 분석했다.

특히 한국 IT 부품업체들에 새로운 시장 개척의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전자부품연구원은 "MS, HP 등이 동남아 생산을 확대하면서 고품질의 부품 수요가 증가할 것"이라며 "한국의 중소·중견 부품업체들에 새로운 성장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다만 리스크 요인도 존재한다. 아직 중국에 생산기지를 둔 기업들은 빠른 대응이 필요한 상황이다. 한 중소기업 협회 관계자는 "생산기지 이전에는 상당한 비용과 시간이 소요되는 만큼, 정부 차원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부도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 산업통상자원부는 "글로벌 공급망 재편에 대응해 국내 기업의 해외 진출을 적극적으로 지원할 계획"이라며 "특히 동남아 진출 기업에 대한 금융·세제 지원을 확대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주목할 만한 점은 R&D 센터의 한국 이전 가능성이다. 무역협회 관계자는 "미·중 갈등이 심화하면서 글로벌 기업들이 한국을 R&D 허브로 고려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며 "이는 한국의 기술 경쟁력 강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업계는 다음과 같은 대응 전략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첫째, 동남아 생산기지 경쟁력 강화다. 둘째, 고부가가치 부품 개발을 통한 시장 지위 확보다. 셋째, R&D 역량 강화를 통한 기술 우위 확보다.

한편, 중소 부품업체들의 공동 대응도 활발해지고 있다. 한 부품산업 협의체는 "개별 기업 단위의 대응에는 한계가 있어, 공동 진출 방안을 모색 중"이라며 "베트남과 태국을 중심으로 협력 산단 조성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결론적으로 글로벌 IT 기업들의 공급망 재편은 한국 기업들에 양면적 성격을 띤다. 새로운 성장 기회가 열리는 동시에 빠른 전환이 요구되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정부와 기업의 긴밀한 협력을 통한 체계적 대응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한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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