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자동차 시장에서 각각 7위와 8위에 오른 혼다와 닛산의 합병 공식화를 두고 ‘찻잔 속 태풍’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전동화 흐름에서 뒤처진 두 기업이 시너지 효과를 내기 쉽지 않아서다. 다만 모빌리티 공급망과 연구개발 역량 면에서 일본 자동차 시장의 잠재력이 남아있기 때문에 현대자동차그룹을 비롯한 한국 완성차 기업들이 바짝 긴장해야 한다는 조언도 제시됐다.
25일 경영·자동차 분야 전문가들은 닛산과 혼다가 모빌리티 연구·개발에 힘을 모아 경쟁력 부진을 타개하려고 합병에 나선 것으로 봤다. 실제로 글로벌 완성차 업계에서는 국경을 넘나드는 ‘합종연횡’이 이어졌다. 미국의 피아트크라이슬러와 프랑스의 푸조시트로앵은 스텔란티스 이름을 달고 2021년 합병했다. 현대차는 경쟁사인 미국 제너럴모터스(GM)와 손을 잡고 공동개발을 해나가기로 했다.
권용주 국민대 자동차운송디자인학과 교수는 “양사 합병은 규모의 경제 효과로 글로벌 자동차 시장 내 존재감을 부각해 한국에 일정 부분 영향을 줄 수 있다”며 “자율주행과 전기차 등 미래 모빌리티 기술을 연구·개발하기에는 닛산과 혼다가 각각 감당하지 못해서 이번 합병이 추진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대체로 전동화 흐름에서 뒤처진 두 기업이 합병한다고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전망했다.
홍기용 홍익대 경영학부 교수는 “(전동화 흐름 속에서) 다른 기업에 밀린 닛산과 혼다가 시너지 효과를 낼지 의문”이라며 “현대차의 경우 신경이 쓰이겠지만 전기차와 하이브리드 시장에 주력해왔기에 ‘찻잔 속 태풍’에 그칠 것 같다”고 말했다.
일본 완성차 기업들의 연구·개발 투자와 공급망이 탄탄하다는 점을 간과하면 안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제2의 혼다·닛산’이 되지 않으려면 한국 완성차 기업들이 국내 공급망 강화와 연구개발 투자에 더욱 힘써야 한다는 것이다.
이항구 자동차융합기술원장은 “일본 완성차 업계는 다른 나라의 전동화 속도를 따라잡기 위해 연구개발에 투자를 많이 하고 있는 데다, 배터리를 제외한 나머지 전장 부품은 공급망이 탄탄하다”며 “실제 합병 시점인 2026년까지 구조개편을 해나가며 시너지를 찾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한국 자동차 업계가 세계 시장에서 잘 나가고 있지만 연구개발 투자가 다른 경쟁국과 비교해 작고, 중소기업 기피 현상으로 부품업체들이 어려움을 겪으면서 공급망 차질이 우려되고 있다”며 “현대차를 비롯한 한국 기업들이 안심하고 경계심을 풀면 안 된다”고 덧붙였다.
정승현·나연진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rn72benec@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