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전기차 배터리 제조업체인 중국의 CATL이 배터리와 섀시를 통합해 설계한 전기차 전용 플랫폼을 독자적으로 개발해 선보여 관련업계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배터리와 섀시를 한 몸뚱이로 설계한 것도 주목을 받지만 안전성을 극대화하는데 초점을 맞췄다는 점에서도 관심을 모으고 있다. CATL은 ‘세계 최초로 충돌 사고에서 가장 안전한’ 전기차 플랫폼이라고 주장했다.
24일(이하 현지시각) 전기차 전문매체 일렉트렉에 따르면 CATL은 이날 중국 상하이에서 주최한 ‘세계 최초의 초안전 전기차용 스케이트보드 섀시’ 발표회에서 충돌 사고 후에도 화재나 폭발이 일어나지 않아 최고의 안전성을 자랑하는 배터리·섀시 일체형 전기차 플랫폼이라며 ‘베드락 섀시’로 명명된 스케이트보드형 전기차 전용 플랫폼을 공개했다.
니 준 CATL 최고제조책임자(CMO)는 이 자리에서 “안전성은 CATL이 추구하는 가치의 핵심이자 CATL이 지닌 DNA의 일부”라며 이 제품이 안전성에 초점을 맞춰 개발됐다는 점을 강조했다.
전기차는 고밀도의 배터리 팩이 차량 하부에 장착이 되기 때문에 내연기관 자동차와 무게 중심이 다른데 스케이트보드 플랫폼은 배터리의 용량을 최대화하고 무게중심을 아래쪽으로 낮출 수 있어 공간 효율을 도모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기차용 스케이트보드 섀시는 이미 테슬라, 리비안, 비야디 등 유수의 전기차 제조업체들이 채택한 방식이나 안전성까지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개발된 것은 첫 사례라는 것이 CATL의 주장이다.
또 종래에는 자동차 제조사가 섀시를 설계하고 배터리 제조사가 배터리를 공급하는 형태였으나 CATL은 업계를 선도하는 자사의 배터리 기술을 최적화해 섀시 설계에 직접 반영하면서 배터리와 섀시의 통합성, 효율성, 안전성을 극대화했다는 설명이다.
니 CMO는 “이 제품은 단순한 전기차 플랫폼이 아니라 배터리의 안전성, 충돌 안정성, 열 관리 시스템 등 전기차의 안전성을 극대화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이는 자동차 제조사가 섀시를 설계하고, 배터리 제조사는 배터리만 공급하는 구조였던 기존 업계 관행에서 벗어나 배터리 안전 기술을 섀시 설계에 완전히 통합한 최초의 사례라는 평가가 나오는 가운데 배터리 제조업체가 자동차 제조사로서 역할을 일부 수행하며 글로벌 전기차 시장에 대한 공급망 주도권을 확대하려는 전략으로도 해석되고 있다.
니 CMO는 “중국의 자동차 안전 평가 프로그램인 C-NCAP에서 일반적으로 진행하는 정면 충돌 안전 테스트는 시속 56km로 진행되나 이 플랫폼을 적용한 전기차는 시속 120km라는 매우 빠른 속도에서 충돌 테스트를 진행해 안정성을 인정받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베드락 섀시에 통합된 배터리는 1회 충전으로 약 1000km를 주행할 수 있어 현재 주류 전기차의 주행거리인 400~500km를 크게 상회할 뿐 아니라 기존 전기차 플랫폼의 차량 개발 및 대량 생산에는 통상 36개월 이상이 걸리지만 자사의 플랫폼을 사용하면 이 기간을 12~18개월로 단축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CATL은 CATL이 제휴한 전기차 스타트업 아바타, 국영 자동차 제조업체 창안자동차, 화웨이의 전기차 부문에서 이 플랫폼을 적용한 전기차를 세계에서 처음으로 출시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장재훈 현대자동차 완성차담당 부회장도 지난 10월 일본 도쿄에서 니혼게이자이신문 주최로 열린 ‘제26회 세계경영자회의’에 참석한 자리에서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의 뒤를 이을 새 플랫폼을 개발 중이며 새 플랫폼에선 배터리와 섀시를 일체형으로 전기차를 제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