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달러화가 27일(현지시각) 뉴욕 시장에서 주요 통화 대비 큰 폭으로 하락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중국과 멕시코 및 캐나다에 대한 관세 인상 위협에 나서자 관세전쟁 위험이 미국 경제의 회복 탄력성에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했기 때문이다.
특히 추수감사절 연휴를 하루 앞두고 트레이더들이 적극적인 거래에 나서지 않으면서 시장은 큰 변동성을 보였다.
뉴욕 금융시장은 28일 추수감사절을 맞아 휴장하며 29일에도 미국 주식 시장은 일찍 거래를 마친다.
이날 발표된 미국의 3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월가 예상대로 2.8%를 기록하며 지난달 1차 추정치와 동일하게 나왔다.
또한 미국 상무부가 발표한 10월 개인소비지출(PCE) 가격지수도 전월 대비 0.2% 상승해 다우존스 전망치와 일치했다. 다만 전년 동월 대비 상승률은 2.3%로 9월의 2.1%보다 높았다.
지표가 대체로 예상치에 부합하면서 시장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못한 가운데 시장 참가자들은 다음 달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하 기대를 유지했다.
뉴욕 소재 스파르탄 캐피털 증권의 피터 카르딜로 수석 시장 이코노미스트는 로이터에 "인플레이션이 약간 상승했지만, 통제 불가능한 수준으로 치솟고 있지는 않다는 점이 핵심“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는 12월 연준의 25bp(0.25%포인트) 금리 인하 가능성을 열어주며, 이후 금리가 동결될 가능성이 있다”면서 “금리 동결의 이유는 인플레이션 지표 때문이 아니라 트럼프의 관세 부과에 대한 불확실성 때문일 가능성이 크며 이에 따라 연준이 한층 신중해질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내달 연준의 금리 인하 전망에 반해 일본은행은 금리 인상에 나설 것으로 예상되자 미국과 일본의 금리 격차 축소 관측 속에 엔화는 상승 탄력을 받았다.
달러는 엔화 대비 5주 만에 최저치로 떨어지면서 달러/엔 환율은 전일 대비 1.43% 하락한 150.91엔에 후반 거래됐다.
간사이 미라이 은행의 이시다 타케시 통화 전략가는 블룸버그에 “미국과 일본의 기준금리 변동에 대한 시장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면서 “양국 중앙은행이 정책을 바꾼다면 달러/엔 환율이 150엔 이하로 하락하며 엔화가 강세를 보일 수 있다”고 말했다.
유로화도 모처럼 힘을 내며 달러 대비 0.74% 상승한 1.0564달러에 거래됐다.
주요 6개 통화 바스켓에 대한 달러 가치를 측정하는 달러 지수는 0.74% 하락한 106.06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 22일 기록한 2년 만의 최고치에서 1.9% 하락한 것이다.
25일 트럼프 당선인이 미국의 3대 교역 상대국인 캐나다, 멕시코, 중국에 대해 대규모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선언하자 해당 국가 통화 가치는 큰 폭으로 하락했다.
바클레이즈의 셰릴 동 외환 전략가는 "최근의 급격한 달러화 절상은 미국 이외 지역의 달러 자산 가치를 크게 떨어뜨리고 있다"며 "이에 따라 월말에 달러를 매도해야 하는 리밸런싱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달러화는 캐나다 달러 대비 전일 4년 반 만에 최고치인 1.4177달러를 기록한 후 이날은 0.18% 하락한 1.4027달러에 거래됐다.
이수정 기자 soojunglee@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