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그룹의 2025년 임원인사와 조직개편을 보면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내년 인공지능(AI)과 디지털혁신(AT·DT)을 강화해 업계를 선도하겠다는 전략이 반영됐다. SK그룹은 내년에도 리밸런싱 기조를 이어가면서 그간 비축한 체력을 바탕으로 AI와 바이오 등 신사업에 대한 투자를 확대한다는 것이다.
8일 업계에 따르면 SK그룹은 신규 임원 총 75명중 70%를 R&D를 기반으로 하는 기술 인력으로 임명했다. 33명은 SK하이닉스 임원이었다. 이는 불확실한 대외 환경에 대응하면서 그룹의 지향점으로 삼은 AI산업분야에서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인사인 것으로 풀이된다.
기술인력들은 기업의 운명을 좌우할 수 있는 핵심 분야에 임명됐다. SK하이닉스는 ‘개발총괄(CDO)’ 직위를 신설하고 안현 낸드·솔루션(NS)커미티 담당을 사장으로 승진·선임했다. 안현 사장은 SK하이닉스의 HBM 사업을 주도한 인물로 미래기술연구원과 경영전략, 솔루션 개발 등 핵심 보직을 거쳤다.
미국 에너지부(DOE) 산하 에너지고등연구계획원(ARPA-E)에서 기후변화와 신재생에너지 등 관련 프로젝트를 이끌었던 김필석 박사는 SK이노베이션 최고기술책임자(CTO) 겸 환경과학기술원장으로 임명됐다. 이는 AI산업에 필수적인 에너지 분야에 대한 김 박사의 노하우와 전략을 SK이노베이션에 적용하겠다는 전략으로 볼 수 있다.
AI와 DT 분야 강화를 위한 조직개편도 실행 됐다. 이를 위해 SK수펙스추구협의회는 전략·글로벌위원회 산하에 있는 AI TF를 AI 추진단으로 확대하고 DT 추진팀이 신설됐다. AI사업의 근간이라고 할 수 있는 반도체사업을 담당하는 SK하이닉스는 ‘C레벨’ 중심의 경영 체제를 도입했다.
이에 따라 SK하이닉스는 사업부문을 △AI Infra(CMO) △미래기술연구원(CTO) △개발총괄(CDO) △양산총괄(CPO) △코퍼레이트 센터 등 5개 조직으로 구성했다. 조직별 원팀을 구성해 빠른 의사결정을 내림으로써 시장에 민첩하게 대응하겠다는 전략이다. SK텔레콤도 AI R&D센터를 새로 만들어 AI 기반 기술 영역에서 그룹 사업을 지원한다. 또 7대 사업부 체계를 구축해 ‘통신·AI’ 역량 강화를 추진한다.
이 같은 SK그룹의 조직개편에는 그룹의 역량을 동원해 AI생태계 조성과 산업을 주도해 나가자는 최 회장의 의지가 담겨 있다. 앞서 SK그룹은 ‘SK AI 서밋’을 개최하고 그룹사 역량을 결합한 AI생태계와 반도체‧바이오를 아우르는 미래 청사진을 제시하기도 했다.
최 회장은 "2027년 전후 AI 시장 대확장이 도래했을 때 SK그룹이 사업 기회를 제대로 포착하기 위해서는 운영개선을 통해 본원적 경쟁력을 강화하는 것이 필수"라며 "리밸런싱을 통해 부채비율을 낮추고 순차입금을 줄이는 노력을 해왔고 줄인 부분은 AI 분야에 더 많은 투자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재계에서는 SK그룹이 연초부터 조직 슬림화와 운영 효율화 작업을 진행하며 선제적으로 경영 환경 변화에 대응하는 동시에 미래 준비에 시동을 거는 발판이 마련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하반기 들어 사업 전반의 구조조정을 선제적으로 추진하고, 이를 통해 비축한 체력을 AI 등 미래 성장 분야에 투자하는 방향성을 설정한 최 회장의 리더십에 긍정적인 평가가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