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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색의향기] 아주 보통의 하루

백승훈 시인

기사입력 : 2025-01-02 1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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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모(歲暮)의 끝자락에 서면 생각나는 노래가 있다. ‘점점 더 멀어져간다/ 머물러 있는 청춘인 줄 알았는데/ 비어가는 내 가슴속엔/ 아무것도 찾을 수 없네…’ 김광석의 ‘서른 즈음에’란 노래이다. 비단 청춘만이 아니라 세월의 물살에 쓸리면 그 어떤 것도 머물러 있지 못한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되는 때가 한 해가 저물어가는 이즈음이다. 정신없이 바쁘게 살다가 고개 한 번 돌리면 봄이 가고 허리 한 번 굽혔다 펴면 한 해가 훌쩍 지나가 버린다. “시간의 가속화는 삶이 바빠짐으로써 충만하다는 착각을 일으킨다. 그러나 이 소용돌이는 허무를 낳고 수없이 마음을 다잡아보아도 그날이 그날처럼 되풀이되는 일상에는 균열조차 일어나지 않는다.” 프랑스의 소설가이자 철학자인 파스칼 브뤼크네르의 말이다. 바쁘기는 한데 과연 우리는 잘 살고 있는 걸까?

서울대 행복연구센터 센터장인 최인철 교수는 자신의 에세이집에서 "행복은 특별한 것이 아니다. 행복은 일상을 위한, 일상에 의한, 일상의 '삶'에 있다."라고 했다. 특별할 것 없는 평범하기 그지없는 일상 속에 행복이 들어있다는 말이다. 최근 발간된 『트렌드 코리아 2025』는 내년 트렌드 전망 10개 키워드 중 두 번째로 ‘아보하’를 꼽았다. ‘아보하’는 ‘아주 보통의 하루’의 줄임말로 행복하지도, 그렇다고 불행하지도 않은 잔잔한 일상, 한마디로 특별한 사건이 없는 평범한 하루를 의미한다. 많은 사람이 "행복해야 한다"는 강박감에 사로잡혀 살고 있는 현대 사회에서 ‘아보하’는 이러한 강박에서 벗어나 안정된 일상을 긍정적으로 바로 보고 이를 실천하자는 제언과도 같다.

누군가는 ‘진정한 고귀함은 남들보다 잘하는 것이 아니라, 과거의 나보다 나아지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한때 사람들은 ‘소확행’이란 말에 매료되었다. 소셜미디어 광풍일 일면서 사람들은 저마다의 소확행을 인증하는 방편으로 해외여행 사진이나 예쁜 카페 사진을 경쟁하듯 인증샷으로 올렸다. ‘아보하’는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을 뜻하는 ‘소확행’이 점점 행복의 과시로 변질된 데 대한 피로이자 반발에서 생겨났다고 할 수 있다. 무한경쟁에서 벗어나 그저 무난하고 무탈하고 안온한 삶을 가치 있게 여기려는 태도가 아주 보통의 하루가 된 것이다.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한 삶보다는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는 대신 보다 자신에게 집중하는 태도가 ‘아주 보통의 하루’란 트랜드가 된 것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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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가슴이 답답하거나 머릿속이 복잡해지면 나무를 만나러 숲으로 가곤 한다. 홀로 서 잇는 거대한 고목과 마주하거나 숲속의 나무들을 보면 마음이 차분해진다. 철 따라 꽃을 피우고 새잎을 내고 낙엽이 지는 나무들을 바라보면 허투루 살아온 나를 돌아보게 된다. 수백 년을 살면서도 절대로 밖으로 나이테를 드러내지 않는 고목을 보며 겸손의 의미를 생각하고 서로 어울려 숲을 이루는 나무들을 보면서 나의 이기심을 반성하기도 한다. 눈의 무게를 견디지 못해 가지가 부러진 설해목을 보며 감당하지 못할 욕심은 결국 자신을 다치게 한다는 깨달음을 얻기도 한다. 무엇보다 세찬 비바람에 흔들리면서도 쓰러지지 않는 나무를 보며 인생은 견디는 것이란 삶의 진리를 깨우치기도 한다.

새해는 ‘푸른 뱀의 해’라는 을사년이다. 다사다난(多事多難)은 송년사의 단골 멘트 중의 하나다. 하지만 사나운 파도도 멀리서 바라보면 평범한 잔물결처럼 보이듯이 한 걸음 비켜서서 보면 삶의 풍경은 평온하게 보이게 마련이다. 이 풍진 세상에서 오늘 하루를 잘 견뎌냈다면 그것만으로도 우리는 잘 살고 있는 것이다. 평생을 먹어도 물리지 않는 밤처럼, 평생을 마셔도 질리지 않는 물처럼 별스럽지 않은 ‘아주 보통의 하루’가 소중하다는 것을 알고 저마다 충만한 삶을 사는 새해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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