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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日, 美 알래스카 프로젝트 참여로 무역 협상…韓은 발만 동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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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부 이용수 기자
지난 28일 일본 최대 전력회사이자 세계 최대 액화천연가스(LNG) 구매업체인 제라가 미국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 참여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제라의 마에카와 나오히로 임원은 이날 실적 발표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알래스카를 유망한 조달원 중 하나로 보고 있다”면서 사실상 해당 프로젝트 참여를 공식화했다.

440억 달러(약 63조원) 규모의 이 대형 에너지 프로젝트는 북극권의 가스전에서 알래스카 남부까지 800마일(약 1287㎞)의 파이프라인을 건설한 뒤 천연가스를 액체 형태로 냉각, 아시아로 수출하는 것이 목표다.

10여 년 전 처음 제안된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는 막대한 투자비 등으로 인해 사업성이 부족한 것으로 여겨졌다. 그러나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해당 프로젝트에 큰 관심을 보이면서 다시 급부상하는 추세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월 취임 첫날 파이프라인 건설을 포함해 알래스카 에너지 개발을 목표로 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고, 지난달 4일 집권 2기 첫 연설에서는 한국과 일본이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에 참여해 수조 달러를 투자해야 한다고 압박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런 압박이 중요한 이유는 현재 미국 행정부가 무역 협상의 일환으로 한국과 일본에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 참여를 강요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현재 한국과 일본이 투자의향서(LOI)에 서명하는 등 대만처럼 알래스카 프로젝트 투자와 LNG 구매를 공식화하기를 희망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 24일 뉴욕타임스(NYT)는 소식통을 인용, 트럼프 대통령에게 에너지 관련 조언을 하는 국가에너지지배위원회(NEDC)가 오는 6월 2일 알래스카에서 개최하는 고위급 회담에 한국과 일본의 통상 관계자들이 참석하도록 압박하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대만 국영 석유기업인 대만중유공사(CPC)는 지난달 미국 알래스카 가스라인 개발공사(AGDC)와 600만 미터톤(t)의 가스를 구매하겠다는 LNG 구매·투자의향서를 체결해 한발 앞서는 모양새다. 해당 계약은 지난해 대만이 수입한 LNG 총량의 거의 3분의 1에 이른다.
또 일본도 이번 제라의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 참여로 잰걸음을 내는 분위기다.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는 이달 초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는 무역 패키지에 포함되어야 한다”면서 사실상 제라의 참여가 무역 관세 협상의 또 다른 카드가 될 것임을 시사하기도 했다.

  • 반면 한국은 감감무소식이다. 지난 24일 우리나라는 한·미 통상 협의에서 알래스카 LNG 도입에 관심을 두고 있다며 실사단을 곧 파견하는 등 사업성을 면밀히 들여다보겠다는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하지만 프로젝트 참여가 가능한 에너지 회사들과의 접촉이 가시화된 것은 없다. 한·미 관세 협상 핵심 의제로 떠오르고 있다는 이야기도 있지만 일본과 달리 우리나라 측은 카드를 쥔 것이 없어 관세를 볼모로 수익성이 확실히 담보됐는지에 대한 판단을 하기도 전에 '울며 겨자 먹기'로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이용수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iscrait@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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