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글로벌이코노믹 로고 검색
검색버튼

[김대호 진단] 스태그플레이션과 연준 FOMC 금리인하

연준  FOMC /사진=로이터 이미지 확대보기
연준 FOMC /사진=로이터
[긴급진단] 제롬파월 FOMC 점도표 "금리인하 전면재조정" ... 뉴욕증시 비트코인 "스태그플레이션 함정"
흔히 경제학을 사회과학의 왕이라고 한다. 원인과 결과에 대한 인과관계 분석이 논리적으로 분명하고 또 명쾌하기 때문일 것이다. 복잡다단한 사회적 현상을 모두 계량화해 수학으로 풀어낼 수 있는 것도 사회과학의 세계에서는 경제학이 유일하다. 웬만한 문제가 생겨도 경제학은 대부분 해결 방법을 찾아냈다. 오늘날 인류가 이만큼 살 수 있게 된 데에도 경제학의 공이 크다.

그런 경제학의 세계에서도 좀처럼 풀 수 없다는 마(魔)의 사각지대가 있다. 그 대표적인 예가 스태그플레이션이다. 스태그플레이션(Stagflation)은 경기침체를 뜻하는 스태그네이션(stagnation)과 물가의 지속적인 상승을 의미하는 인플레이션(inflation)의 합성어다. 경기침체와 인플레이션이 한꺼번에 닥치는 것을 경제학에서 스태그플레이션이라고 한다. 인플레가 문제라면 금리를 올려 잡을 수가 있다. 경기침체 상황에서는 금리를 낮추면 꺼져가는 경제를 살릴 수 있다. 금리 하나만 조정해도 인플레와 경기침체를 모두 해결할 수 있다. 문제는 인플레와 경기침체가 한꺼번에 터지면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스태그플레이션 상황에서는 인플레를 잡겠다고 금리를 올리면 경기침체만 더 깊어진다. 스태그플레이션 중에 경기침체를 막는다고 금리를 내리면 이번에는 물가가 폭등한다. 스태그플레이션은 현대 경제학으로서도 헤쳐나갈 묘책을 찾기 어렵다. 이코노미스트들이 가장 곤혹스러워하는 암초다. 특히 금리를 적절하게 조절하면서 물가와 고용을 안정시키는 책무를 맡고 있는 연준 FOMC와 세계의 중앙은행들은 해결책이 없는 스태그플레이션에 망연자실하게 된다.

스태그플레이션은 경기침체와 폭등의 합성어다. 경기침체와 물가상승이 동반되는 현상이다. 1965년 영국의 재무장관 이언 매클라우드(Iain Macleod)가 최초로 사용했다. 통상적으로 경제가 좋으면 소비와 투자가 늘어나면서 물가가 오른다. 경제가 나쁘면 소비와 투자가 줄어들면서 물가가 억제된다. 이러한 현상을 경제학에서는 필립스 곡선 이론이라고 한다. 경제 불황(실업률 상승, 소비 위축) 속에 물가까지 덩달아 오르는 이른바 스태그플레이션은 매우 예외적인 현상이다. 영국의 재무장관 이언 매클라우드가 언급하기 전에는 스태그플레이션이라는 개념 자체가 존재하지 않았다. 스태그플레이션은 매우 예외적인 상황 속에서 일어난다. 전쟁이나 오일쇼크가 그 한 예다.
필립스 곡선에 따르면 실업률과 물가상승은 반비례 관계에 있다. 생산 잠재력이 정상적으로 가동될 경우 통화량 증가 → 실업률 하강 → 인플레이션이 일반적인 과정이다. 그 반대의 경우인 디플레이션도 그 메커니즘은 동일하다. 전쟁 등 특수한 상황에서 총공급이 수축하면서 필립스 곡선의 일반적 프로세스가 무너지는 수가 있다. 공급 비용이 급격하게 상승할 때가 특히 문제다. 예를 들면 원유를 수입하는 나라는 오일쇼크로 원유값 상승 → 원재료 공급단가 증가 → 생산품 가격 증가의 테크로 물가가 전체적으로 높아지게 된다. 생산 비용의 증가는 생산량 감소를 야기한다. 이 과정에서 실업률은 더 높아진다. 스태그플레이션이 야기되는 이유다. 또 다른 것으로는 버블 또는 무리한 총수요 부양정책이건 어떤 이유로 실질성장률이 잠재성장률을 초과하거나 실업률이 자연실업률 이하로 떨어질 때도 스태그플레이션이 발생할 수 있다. 장기적으로 기대 인플레이션이 상승하면서 총공급의 수축이 발생한다. 이 경우 불경기 속 인플레이션이 야기되기도 한다. 스태그플레이션은 원칙적으로 발생할 수 없다는 당시 경제학자들의 주류 견해를 바꿔놨다. 경제학의 근본 체계를 뒤흔드는 큰 사건이었다. 한국 등 아시아 국가들은 1997년 IMF 외환위기로 물가와 실업률이 높아지고 인플레이션이 7.5%에 이르는 등 스태그플레이션 상황을 맞았다. IMF가 강요한 고금리 정책으로 인해 건실한 기업들까지 줄도산하면서 실업률이 폭발하는 상황에서 생활물가는 계속 상승하면서 스태그플레이션은 더 심화됐다.

2020년 코로나바이러스가 유행할 당시 각국 정부가 사회적 거리두기 정책을 강제하면서 생산이 갑자기 중단되었다. 그로 인해 물가와 실업률이 동시에 폭등하면서 전 세계에 스태그플레이션이 밀어닥쳤다. 1970년대에는 베트남전쟁과 오일쇼크, 즉 석유 파동이 겹치면서 스태그플레이션이 일어났다. 이에 정부는 양적완화를 통해 실업률을 낮추긴 했으나 과도하게 풀린 유동성이 자산 시장에 버블을 형성하고 2022년엔 물가가 다시 폭등한 데다 2010년대의 저성장 기조가 여전히 이어지고 있어 대부분의 선진국에서 다시 스태그플레이션이 발생할 위험이 보이고 있다.

국제유가가 심상치 않다. 이스라엘-이란 충돌로 호르무즈 해협 봉쇄 우려가 나오면서 국제유가가 오르고 있다. 오일쇼크의 악몽이 되살아나고 있다. 국제유가의 급등은 관세 폭탄으로 가뜩이나 어려운 세계 경제를 결정적으로 뒤흔드는 악재가 될 것으로 보인다. 물가상승 속에 경기마저 급속히 추락하는 스태그플레이션의 방아쇠가 될 수도 있다. 뉴욕증시는 이미 오일쇼크와 스태그플레이션의 공포에 빠져들고 있다. 뉴욕증시뿐 아니라 달러환율, 국채금리, 금값 그리고 비트코인, 이더리움, 리플 등 가상 암호화폐도 오일쇼크를 예의 주시하고 있다. 뉴욕증시에서 닥터둠으로 통하는 누리엘 루비니 미국 뉴욕대 교수는 관세 폭탄과 중동전쟁은 스태그플레이션의 필요충분조건이라고 말한다.

오일쇼크란 국제유가가 단기간에 급격히 올라 세계 경제에 충격을 주는 현상을 말한다. 1973∼1974년 중동전쟁 당시 아랍 산유국들의 석유 무기화 정책과 1978∼1980년 이란 혁명으로 인한 석유 생산의 대폭 감축으로 석유 공급이 부족해지면서 국제 석유 가격이 급상승하고, 그 결과 전 세계가 경제적 위기와 혼란을 겪은 사건이 바로 오일쇼크다. 두 차례의 오일쇼크로 세계 경제는 뿌리째 흔들렸다. 이때 나온 말이 스태그플레이션이다. 원유 가격은 1973년 10월과 1974년 1월의 인상 조치로 약 4배 가까이 급등했다. 세계 경제 전체의 경제성장률이 크게 떨어져 1975년에 서방 선진국은 마이너스 성장을 하게 되었다. 제2차 석유파동 기간인 1978년 12월부터 1980년 7월 사이에 석유 가격은 배럴당 12.9달러에서 31.5달러로 급등했다. 생산 비용의 상승으로 인플레이션이 가속화됐다. 한국 경제도 그야말로 직격탄을 맞았다.
스태그플레이션 앞에 미국 연준 FOMC도 무기력하기만 하다. 트럼프의 강력한 금리인하 요구에도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여전히 망설이고 있다. 금리인하의 폭과 시기를 미리 알려주는 연준의 금리인하 점도표도 점점 더 보수적으로 변하고 있다. 관세 폭탄과 중동전쟁으로 물가 불안 심리가 높아지면 당분간 금리인하를 보류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경기침체 속 물가급등이라는 스태그플레이션을 단칼에 해소할 정책적 수단이 마땅치 않다. 한번 스태그플레이션이 밀어닥치면 상당 기간 세계 경제가 힘을 못 쓰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스태그플레이션이 오지 않도록 선제적으로 예방하는 것이 상책이다.

미국의 관세정책 불확실성과 재정적자 우려가 이어지는 가운데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9월에야 기준금리를 인하할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금리선물 시장에서는 연준이 오는 18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후 기준금리를 4.25∼4.5%로 동결할 가능성을 99.1%로 보고 있다. 7월 동결 전망도 84.8%다.

금리선물 시장에서는 9월에야 0.25%포인트 인하 전망(52.8%)이 동결(38.9%)을 앞서는 상황이다.
연말 기준으로는 0.25%포인트씩 2차례 인하 전망이 39.2%로 가장 많고, 1차례 인하(31.6%), 3차례 인하(18.4%) 가능성 등이 거론되고 있다. 금리 동결 전망은 8.6%다.

연준은 지난해 12월 금리 인하 뒤 동결을 이어가고 있으며, 올해 남은 FOMC 회의는 6·7·9·10·12월 열린다.

로이터 통신이 지난 5∼10일 이코노미스트 10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

응답자 대다수인 103명인 이번 달 금리 동결을 예상했다.

응답자의 55%(59명)는 연준이 3분기 금리 인하에 나설 것으로 봤고, 9월 인하를 점치는 견해가 대다수였다.

42%(44명)는 연준이 4분기나 그 이후 금리를 인하할 것으로 전망했다. 올해 금리 동결을 예상한 응답자는 20명이었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스와프 시장에서는 연말까지 기준금리가 0.45%포인트 정도 내릴 것으로 보고 있으며, 이는 4월 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상호관세 발표 이후 가장 적은 수준이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지난달 FOMC 회의 후 기자회견에서 불확실성을 거론하며 관세 정책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좀 더 명확해질 때까지 기다릴 필요가 있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금리 인하에 신중해야 한다는 연준 인사들의 목소리도 연이어 나오고 있다.

존 윌리엄스 뉴욕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는 "6월이나 7월에 (미국 경제에)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이해할 거라 생각하지 않는다"고 최근 말했다.

미국 노동부가 6일 발표한 5월 비농업 일자리가 전월 대비 13만9천명 증가,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집계한 전문가 전망치 12만5천명을 웃도는 등 고용도 양호한 만큼 연준이 금리 인하를 서두를 필요가 없다는 관측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고용지표 발표 뒤 기준금리를 즉시 1%포인트 내려야 한다고 재차 압박했지만, 시장 전망에 큰 영향을 끼치지 못하는 모습이다.

UBS의 조너선 핑글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고용시장이 괜찮아 보이는 한 연준이 기준금리를 계속 동결하고 인플레이션 대응 신뢰성을 높이기 위한 표현을 사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BNP파리바의 제임스 에겔호프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높은 관세로 인해 2026년까지 인플레이션이 높을 것"이라면서 "연준은 금리를 내릴 필요를 못 느낄 것이다. 역사적으로 봤을 때 인플레이션이 굳어지면 없애기 매우 어렵다"고 평가했다.

미국이 금리 동결 기조를 이어갈 경우 한미 금리차 확대에 대한 우려가 커질 수 있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가 지난달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하면서 한미 금리차는 2.00%포인트로 벌어진 상태다.


김대호 글로벌이코노믹 연구소장 tiger8280@g-enews.com
맨위로 스크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