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주도 투자로 성숙 공정 '물량 공세'…생산 능력서 대만 추월 전망
韓·美·대만, 3나노 이하 첨단 기술 '초격차' 유지…이원화 구조 심화
韓·美·대만, 3나노 이하 첨단 기술 '초격차' 유지…이원화 구조 심화

1일(현지 시각) 시장조사기관 욜 그룹에 따르면, 현재 세계 파운드리 생산 능력은 대만이 23%로 비중이 가장 크고 중국(21%)·한국(19%)·일본(13%)·미국(10%)·유럽(8%) 순으로 집계됐다.
그러나 이 순위는 앞으로 몇 년 안에 크게 바뀔 전망이다. 디지타임스는 중국이 정부의 막대한 투자를 바탕으로 2030년 세계 시장의 30%를 점유하며 선두에 오를 것이라고 예측했다. 반도체 자급자족을 목표로 추진하는 대규모 투자가 이 같은 성장을 이끌고 있다.
◇ '물량 공세' 나선 中, 성숙 공정 중심 급성장
실제로 중국의 반도체 생산량은 가파르게 늘고 있다. 올해 월평균 웨이퍼 생산량은 885만 장으로 지난해보다 15% 늘었고, 2026년에는 1010만 장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상하이에 본사를 둔 화홍반도체의 우시 12인치 공장 가동 등 18곳에 이르는 신규 공장이 이러한 성장세를 뒷받침한다. 다만 이런 성장은 미국의 수출 규제 때문에 첨단 공정보다는 스마트폰, 자동차, 가전 등에 쓰는 28나노미터(nm) 같은 성숙 공정에 집중하고 있다.
현재 세계 최대 반도체 소비국은 미국으로, 세계 수요의 57%를 차지하지만 자체 생산 능력은 10%에 그친다. 이 때문에 미국은 대만·한국·중국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실정이다.
◇ '기술 초격차' 韓·美·대만…공급망 재편 가속화
하지만 이번 보고서가 미국의 변수를 충분히 고려하지 않았다는 지적도 있다. 미국은 반도체 공급망 안보를 강화하고 중국 의존도를 낮추고자 TSMC·인텔·삼성 등 주요 기업의 자국 내 공장 신설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특히 TSMC는 애리조나 공장에서 자사 첨단 칩의 30%를 생산할 계획이어서 앞으로 미국의 생산 능력은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또한 보고서는 중국 공장의 기술 수준을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미국·대만(TSMC)·한국(삼성전자)이 3나노 이하 초미세 첨단 공정에서 확고한 기술 우위를 지키는 반면, 중국은 ASML의 극자외선(EUV) 노광 장비 같은 최첨단 장비 도입이 막혀 기술 격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중국 정부가 수십억 달러를 쏟아붓고 있지만 생산 '물량'의 우위가 곧바로 기술 '역량'의 우위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이러한 시장 구도 재편은 한국·대만·미국에 각기 다른 과제를 안기고 있다. 한국은 중국의 성숙 공정 물량 공세에 따른 가격 경쟁 심화에 대응하는 동시에 첨단 공정의 기술 우위를 지켜야 하는 과제를 안았다. 대만 역시 첨단 공정에 집중하면서 미국과 일본 등으로 투자를 다변화하며 활로를 찾고 있다.
세계 반도체 시장은 '생산량의 중국'과 '첨단 기술의 한·미·대만' 구도로 재편될 가능성이 크다. 중국이 생산 능력 1위에 오르더라도 핵심 기술력에서는 여전히 한국·미국·대만이 앞서는 이원화 구조가 자리 잡을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앞으로 세계 공급망 재편과 국가 간 기술 경쟁은 한층 더 치열해질 전망이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