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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세' 트럼프 주니어와 신세계의 어깨동무

이학만 상품전략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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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이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장남 트럼프 주니어와 만남을 앞두고 있다. 이번 만남은 단순한 친분을 넘어 한국 기업이 직면한 통상 이슈 해결에 상징적 의미를 가진다. 신세계그룹은 20조를 향하고, 신세계㈜는 2024년 약 12조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국내 유통업계를 선도하고 있다. 특히 글로벌 확장을 추진하며 미국 시장에 거는 기대가 크다. 이번 만남은 통상 리스크를 줄이고 미국 시장 진출에 실질적 발판을 마련할 것으로 기대된다. 정부 외교의 한계를 넘어 민간 외교가 통상 이슈에 직접 대응하는 사례로도 주목된다.

트럼프 무역전쟁, 신세계가 나서


정 회장과 트럼프 주니어의 인연은 2023년 뉴욕 맨해튼의 고급 레스토랑에서 열린 비공식 만찬에서 시작됐다. 당시 트럼프 주니어가 "한국에서 마트와 백화점을 모두 갖춘 대기업이 왜 미국까지 오려 하느냐"고 농담하자, 정 회장은 "한국 소비자는 변화를 빠르게 수용한다. 미국 소비 트렌드도 미리 읽고 싶었다"고 답했다는 일화가 전해진다.

이후 두 사람은 꾸준히 연락을 이어왔다. 2024년 대선 국면에서 트럼프 캠프가 본격 가동되자 정 회장은 한국 기업 통상 현안을 트럼프 주니어에게 비공식적으로 전달했다. 이는 트럼프 실세 가족과의 사적 네트워크를 활용한 새로운 외교 시도로 평가된다.

트럼프 주니어, '비선 실세'에서 '실세'로

트럼프 주니어는 최근 헝가리 부다페스트를 방문해 "중국보다 미국을 경제 파트너로 선택하라"고 강조했다. 그는 러시아보다 중국이 더 큰 위협이라고 지적하며, 헝가리 오르반 총리와의 민족주의 연대를 부각시켰다. 또 브라질·폴란드 등도 순방하며 반중 연대를 강화하고 있다. 트럼프 못지않게 국제 뉴스의 주인공이 된 그는 30일 1박2일 일정으로 한국을 찾아 재계 총수들을 만날 예정이다.

트럼프 2기 행정부는 가족 중심 권력구조가 더욱 강화됐다. 1기 때 이방카와 쿠슈너가 전면에 나섰다면, 2기에는 트럼프 주니어가 주요 정책과 인사 검증에 깊숙이 관여하고 있다. 차남 에릭 트럼프와 며느리 라라 트럼프도 각각 자금 모금과 지역 조직 운영을 맡아 캠프를 뒷받침하고 있다. 특히 라라 트럼프는 공화당 전국위원회(RNC) 공동 의장을 맡아 당 운영 실권을 쥐었다.

트럼프 주니어는 국방, 통상, 이민 등 민감한 이슈에서도 독자적 목소리를 낸다. 미국 언론은 그를 "공식 직함 없는 참모" "백악관 속 또 다른 대통령"이라고 부른다.

가족 중심 국정 운영에 대해 미국 주류 언론은 비판적이다. CNN은 "공직자 검증 없는 권력 분배는 민주주의의 투명성과 책임성을 훼손한다"고 했고, 뉴욕타임스는 "트럼프 행정부는 기업형 왕조 정치의 실험실"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트럼프 지지층은 가족 간 신뢰와 정치 노선 공유를 이유로 이를 오히려 '안정적 국정 운영'으로 평가한다.

트럼프 주니어 방한, 바빠진 민간 외교


트럼프 주니어는 강경 보수 성향과 함께 정치적 확장을 본격화하고 있다. 미국 기업 및 우방국 기업들과의 관계에도 변화를 만들어내고 있다. 이런 흐름 속에서 신세계그룹과의 관계 강화는 단순한 친분을 넘어 한·미 통상 협력의 새로운 창구로 떠오른다. 정용진 회장은 트럼프 주니어와의 인연을 민간 외교 채널로 발전시키며 통상 리스크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신세계의 이 같은 움직임이 향후 트럼프 행정부와 한국 정부의 관세 협력 회의에 중요한 영향력을 미치길 기대해본다. 나아가 한국 기업 전체에 민간 외교의 필요성과 가능성을 다시 일깨우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트럼프 주니어의 방한은 신세계뿐 아니라 한국 경제 전체에 새로운 가능성과 함께 중요한 과제를 던진다. 한·미 통상 갈등이 본격화될 가능성 속에서 한국 기업들은 민간 외교를 통해 실질적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 신세계의 시도가 성공한다면 앞으로 민간 외교의 역할과 중요성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가족 중심의 권력구조는 유연성이 큰 만큼 예측 불가능성도 크다. 이번 방한을 성과로 연결하려면 철저한 준비와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

특히 한국 정부와 주요 대기업은 트럼프 정부와의 대화 전략을 새롭게 짜야 한다. 첫째, 미국 내 투자와 일자리 창출 계획을 적극 제시해 통상 압박을 완화할 카드로 삼아야 한다. 둘째, 트럼프 실세 그룹과 신뢰 네트워크를 구축해 변동성에 대비해야 한다. 셋째, 글로벌 공급망 재편 속에서 한국 기업의 강점을 부각하는 차별화된 스토리텔링 전략이 필요하다.

트럼프 주니어의 이번 방한이 신세계그룹과 한국 기업 전반에 새로운 기회를 여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진정한 한국인의 친구로, 한·미 협력의 든든한 동반자로 거듭나는 어깨동무가 되기 바란다.


임광복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ac@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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