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테크 전문 미디어 '더 인포메이션'이 지난 11월 11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인공지능(AI)이 가져올 직장 혁명에 대한 기대와 우려가 공존하고 있다.
220명의 기업 임직원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 AI가 업무 환경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킬 것이라는 데는 광범위한 동의가 있었다. 다만 그 영향의 방향성에 대해서 다양한 시각이 존재했다.
이번 조사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발견은 AI의 이중적 영향이다. 응답자들은 AI가 일상적 업무의 자동화(100%), 데이터 분석 효율 향상(92%), 고부가가치 업무에 대한 시간 투자 확대(92%) 등 긍정적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했다. 반면 AI 활용 능력에 따른 새로운 형태의 직장 내 불평등이 심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조직 내 AI에 대한 인식과 수용도는 계층과 직무에 따라 뚜렷한 차이를 보였다. 최고경영진은 AI 도입에 가장 적극적인 태도를 보인 반면, 중간관리자와 실무진은 상대적으로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창의적 직무 담당자들의 경우 AI 도입에 대한 우려가 더 컸다. 이러한 인식 격차는 AI 구현 과정에서 잠재적 갈등 요인이 될 수 있어 세심한 관리가 필요하다.
성공적인 AI 도입을 위해서는 조직의 체계적인 준비가 필수적이다. 하향식 비전(65%)과 상향식 이니셔티브(70%)의 균형이 중요하며, AI 전문 인력의 확보는 채택 속도를 4배까지 높일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현실은 아직 미흡하다. AI 관련 투자를 진행 중인 기업은 23%에 그쳤으며, AI 중심으로 비즈니스 프로세스를 재설계한 기업은 12%에 불과했다.
주목할 점은 AI 시대에도 인간 고유의 소프트 스킬이 더욱 중요해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응답자의 73%가 이에 동의했으며, 고객과의 진정성 있는 소통, 전례 없는 상황에서의 직관적 판단, 혁신적 아이디어 도출 등은 여전히 인간의 영역으로 남을 것으로 예측됐다. 크로싱 마인즈의 로비케 CEO는 "진정한 창의성은 정보를 독특하게 조합하여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능력"이라며, 이러한 인간 중심 역량이 AI 시대의 차별화된 경쟁력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조사 결과는 생산성 향상이 시급한 한국 기업들에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하위권에 머물고 있는 한국의 노동생산성을 고려할 때, AI는 획기적인 돌파구가 될 수 있다. 다만 성공적인 AI 도입을 위해서는 단순한 기술 도입을 넘어선 조직문화의 혁신이 필요하다. 수직적 의사결정 구조를 가진 한국 기업들은 하향식 비전과 상향식 이니셔티브의 균형을 찾는 데 주력해야 한다. 아울러 평생학습 체계 구축과 포용적 AI 교육을 통해 전 직원의 디지털 역량을 높이는 것이 필수적이다.
결론적으로 AI는 기업의 미래 경쟁력을 좌우할 핵심 요소다. 그러나 성공적 활용을 위해서는 기술적 준비와 함께 조직적·문화적 혁신이 수반되어야 한다. 생산성 향상과 포용적 성장이라는 두 가지 목표를 동시에 달성하는 것이 앞으로 기업들의 핵심 과제가 될 것이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